엄마의 연애
유희주
사십에 과부된 엄마는
정말 단 한 번도 바람을 피우지 않았을까
아버지 이후로 한 번도 남자에게 마음을 내어주지 않았을까
엄마에게는 애인이 없어야 당연한 것
그런 잔인한 도덕 누가 만들어 냈을까
슬픈 멜로 드라마를 보다
눈물을 흘리던 엄마의 늦은 겨울 밤
코 골며 자던 고단한 엄마의 젊은 몸
엄마의 캄캄한 몸짓을 사춘기의 나는 불안하게 바라봤다
항아리 속의 고인 물도 문 여는 기척에 출렁이는데
엄마는 내일 아침 나가야 할 행상에
모르는 척 뒤척이고
종일 차가운 바람 몸 안에 가득 채우며
모르는 척 뒤척이고
밤새 눈이 온 날
구멍 떨신을 신고 방학동으로 화장품 행상 나가시던 엄마
여섯 자식 다 키우시며 삼양동에 집까지 장만하셨다
엄마 몫까지 연애질만 해대는 딸년들을 향해
엄마의 모든 것, 생활력 하나만은
똑부러지게 가르치셨다.
-살아 있어야 연애도 하지
시집『엄마의 연애』(푸른사상,2014)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