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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8.06 19:42수정 : 2014.08.06 20:42

박민희 국제부장

일본 나가사키 북쪽, 평화공원에는 검은 비석이 서 있다. 1945년 8월9일 오전 11시2분 미군 B-29 전폭기가 투하한 플루토늄 원자폭탄 ‘팻 맨’이 떨어졌던 ‘원자폭탄 낙하 중심지’를 표시하는 돌이다. 3000~4000℃의 고열과 방사성 물질이 사람들을 덮쳤고, 당시 이 도시 인구 24만명 가운데 약 8만명이 숨졌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일제의 강제징용 등으로 끌려와 있던 조선인이었다.

얼마 전 그곳에 갔을 때 머릿속을 맴돈 것은 ‘미국의 정책 책임자들은 어떻게 이곳에 두번째 원자폭탄을 떨어뜨리는 잔인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란 생각이었다.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리기 사흘 전, 미군은 이미 히로시마에 인류 역사상 최초로 원자폭탄 ‘리틀 보이’를 투하했고, 15만명이 처절한 고통 속에서 죽어간 지옥의 풍경이 펼쳐졌다.

저 아래서 온몸이 타들어가며 죽어간 이들이 나라고 한번이라도 상상했다면 미국 지도자와 군인들은 그곳에 두번째 원자폭탄을 떨어뜨릴 수 있었을까?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8일부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폭탄을 퍼붓는 동안 ‘스데로트 극장’에선 환호가 이어졌다. 가자지구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이스라엘 도시 스데로트의 언덕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국기를 흔들며, 맥주를 마시며, 가자지구의 사람들이 죽어가는 ‘불꽃놀이’를 구경한 것이다.

그 불꽃 아래선 이런 모습이 펼쳐지고 있었다. 온몸이 찢기고 불타고 피투성이가 돼 죽어가는 사람들, 검게 불탄 채 곳곳에 흩어진 팔과 다리들, 놀이터에서 놀다가 폭탄을 맞고 죽어간 아이들이 흘린 피 웅덩이 위에 남은 장난감, 유엔 대피소와 병원까지 날아든 폭탄에 가족을 잃고 절규하는 사람들…. 팔레스타인 사람 약 1900명이 숨졌다.

가자지구의 비극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집단학살을 겪은 유대인들이 어떻게 이런 잔인한 폭력을 약자에게 퍼부을 수 있는지 묻는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고, 약자를 짓밟으려는 강자들의 편에 서면, 인간은 누구나 나치가 될 수 있고, 어느 사회나 스데로트 극장이 될 수 있다.

지난달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하던 세월호 유족들에게 행패를 부린 극우보수단체 ‘엄마부대 봉사단’의 모습은 그 섬뜩한 예고편이었던 듯하다. 선거에서 압승한 새누리당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농성을 노숙자에 비유하고, “세월호(정국)에 갇혀 민생 현장이 죽어가고 있다”며 서민 경제의 어려움을 세월호 진상규명 요구 탓으로 돌리면서, ‘진상조사는 필요없고, 보상이나 받아 가라’는 고압적인 요구를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세월호를 통해, 우리는 ‘남이 어찌되든 나만 잘살면 된다’는 주문에 걸려 살아온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곳이 되었는지를 깨닫고 눈물을 흘렸다. 더 정의롭고, 더불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잊어버려야만 경제는 좋아지는 것일까? 유가족들의 진상규명 요구를 받아들여 특별법을 제정하고 진실을 밝혀내면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데, 한사코 진상규명을 막으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타인의 아픔은 내 일이 아니니 먹고사는 일에나 힘쓰자는 권력자들의 유혹 앞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가난한 아프리카 난민들이 유럽으로 가려다 난파해 죽는 사고가 끊이지 않는 람페두사 섬에서 교황 프란치스코가 했던 강론을 되새겨본다. “안락함을 추구하는 문화는 오직 우리 자신만을 생각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들의 울부짖음에는 둔감하게 만들며, (…) 무관심의 세계화로 이어집니다. (…) 우리 중에 누가 그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을 위해 운 적이 있습니까?”

박민희 국제부장

minggu@hani.co.kr

출처: 한겨레신문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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