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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32 - 33 장을 읽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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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빠르게 흘렀다

정든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보낸 세월이 몇 년이었는가 ?

혈혈단신으로 내려 갔지만 이제 제법 식솔들을 거느리고 돌아가는 고향길이다


얍복강에 이를 즈음에 불길한 소식이 진중에 퍼진다

부모 형제를 버리고 고향을 떠나게 된 동기가 발단이다

지난 세월 단 하루도 잊지 못하고 가슴을 조아리며 살았던 그 이유이다

형님 에서가 집에서 훈련시킨 무장된 자들을 이끌고 내려 온다는 전갈이다


나에게 빼앗긴 장자권에 대한 원한이 아직도 남아 있을 것이다

죽음의 칼이 무서워 급히 도망친 그 때의 일이 가물가물 스쳐지나간다

20 년 넘는 객지 생활이 단 한 순간에 무너지는 일인지도 모른다

내 인생의 종착역이 될지도 모른다

원래 과격하고 복수심이 강한 형님인지라 기대 난망이다


식솔과 짐승들을 다시 모으고 여러 가지로 당부하고 간곡히 부탁를 하였다

고향을 지척에 앞두고 날 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다 내가 심은 것을 거두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자업자득이다 누구를 원망하랴


가족과 협의하여 형님의 마음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고 나서 형님께 선물을 보내는 일을 진행시켰다

일진 이진 삼진으로 떼를 나누어서 강을 건너게 하였다


모두가 다 강을 건너고 나만 홀로 둑에 남았다

지난 세월들이 주마들처럼 스쳐 지나간다

벨엘에서 하룻밤의 은혜로운 기억들하며

칠 년을 하루같이 일한 고된 머슴살이의 고통들하며

오로지 나 만을 위한 삶이었음을 후회한다

왠지 모를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어둠은 점점 짙게 깔리고 저 멀리 강 건너 불빛도 희미하다

식구들은 안전하게 당도하였는지

에서 형님을 만나서 그 화를 풀어드렸는지

보낸 선물들을 받으시고 만족해 하셨는지

무릎을 끊고 벧엘의 하나님께 조부의 하나님께 거듭하여 기도를 드린다


간절하다 못해 피 눈물이 터질 지경이다

벧엘의 하나님 - 그 약속을 다시 회상하며 깊은 회상에 빠져든다

내 눈에는 눈믈이 하염없이 흐른다

회한과 참회의 눈물이리라


어둠이 점점 짙게 깔리자 불안함과 긴장이 엄습한다

밤 깊은 경점 순간 갑자기 건장한 자가 나를 덮친다

에서가 보낸 무장한 자가 맞다

날 죽이려 몰래 숨어서 날 급습을 하는구나

난 이제 죽었다.


난 죽지 않을려고 어머니 젖먹은 힘까지 다 분출하였다

이리저리 딩굴고 넘어지고 자빠지고

우리 둘은 진흙 구덩이에 여러차례 빠지기도 하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온 몸은 땀으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그야말로 이판사판이다

밀리면 끝장이다 아니 죽음이다.

내가 어떻게 지난 세월을 보냈는지 여기서 죽을 수는 없다


온 몸에 기운이 빠진다

무쇠가 아닌 나로서 체력이 고갈되어간다

내 입술에서는 단말마의 비명이 허공을 가른다


벧엘의 하나님 살려주십시오


갑자가 공격하는 자의 팔이 풀린다

나도 팔의 힘이 풀렸다

그냥 그 자리에 꼬꾸라져 버린다


아마 밤새도록 목숨을 건 전투를 하였는지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동녘 하늘 어둠이 물러가는 조짐이 보인다

주변 물체가 하나 둘 희미하게 눈에 잡히기도 한다


밤새 나와 같이 딩군 그 자가 멍하니 있는 날 다시 일으켜 세우더니

나의 환도뼈를 살짝 건드리는 것이다

나는 아픔의 고통으로 비명을 질렀다

순간 아무 기억도 나지 않았다

하늘이 노랗게 물들고 기억이 가물거린다


아픔의 고통으로 일그러진 날 바라보고는

그 자는 자신을 소개한다

자신은 하나님의 사자라고 날 헤치고자 온 것이 아니라며

오히려 날 위로하며 정다이 여러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내 이름을 다시 지어 주셨다

야곱이 아니라 이스라엘로 말이다

싸워 이긴자라는 영웅 칭호와 함께 내 어깨와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 주셨다


벧엘의 하나님께서 보내신 위로의 사자가 오찌나 고마운지

나는 감사와 감격의 눈물로 그를 보냈다

밤새 살을 부대끼며 정든 그를 보내기가 여간 서운한 것이 아니었다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난 그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벧엘의 하나님께서 다시 나에게 임재하신 것이다

나를 다시 보호하시고 축복하신 것이다

그 날 그 브니엘의 아침 햇살을 결단코 잊을 수가 없다

어찌나 산뜻하고 영롱한 빛인지 모른다

이 땅에 태어나서 그리도 맑고 고운 햇살은 처음이다

붉은 저 태양은 온통 하나님의 사랑으로 나에게 파도처럼 밀려온다


벧엘의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고마움의 감사의 눈물이 주체할 수가 없다

일어나니 다리가 아파서 걸을 수가 없다


아픈 다리를 질질 끌며 겨우 강을 건넜다

걷는 걸음마다 아픔의 고통이 동반되었다


그러나 전혀 새로운 내 인생이다

마시는 공기도 달고 온 천지가 다 새롭다

다시 태어난 바로 그 기분이다


진땀을 흘리며 건너편에 당도하였다

조금 후에 날 기다리는 식솔들을 만난다

조금 후에 에서 형님에게서 전갈이 왔다

저 멀리서에서 형님이 말을 타고 달려온다


나는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었다

땅 위에 그대로 굳은 사람이 되었다

나는에서 형님을 보자마자 절을 일곱 번 드렸다

나는 그에게 진심으로 나의 잘못을 빌었다

잘못되었으니 목숨만이라도 살려달라고 애원하였다


에서 형님은 나의 간청은 듣지도 않으시고 달려와 나의 목을 껴안았다

에서 형님은 내가 보낸 모든 선물을 사양하셨으나 간청을 드려 받으셨다


형님 얼굴을 뵈오니 하나님의 얼굴을 뵈온것 같습니다 형님 감사합니다

죽을 목숨을 살려주시니 감사합니다 형님


우리 형제는 가슴에 담아 두었던 것들을 하나 둘 풀며 회포를 삼켰다

하나님의 도우심이에서 형님과 함께 하심을 들었다

어젯밤 나와 함께 투쟁할 그 시간에 또 다른 사자가 에서 형님을 만나신 것이다

역시 벧엘의 하나님이 분명하였다


우리는 짧은 만남이었지만 반가이 헤어졌다

에서 형님은 세일로 돌아가시고 우리 가족은 숫곡에 자리를 잡았다


난 깨달았다

벧엘의 하나님은 결코 약속을 어기시지 않은 분이심을

나의 모든 잘못과 허물까지도 다 용납하시고 약속을 이루시는 분이심을

에서 형님의 마음까지도 돌이키시는 사랑의 분이심을

나만 살자고 발버둥치는 무지렁이를 끝까지 사랑하시는 분이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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