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이라 늦게 일어났다
창가에 아침 햇살이 미소를 머금고 노크를 할 때쯤이니 늦잠꾸러기다.
건강식을 먹느라 아침 밥상은 온통 나물 천지이다
잡곡에 현미에 고소한 그 맛이 일미이다.
늦게 일어난 덕분에 아침 예배를 대충 ------
스마트 폰으로 아침 기도력을 대신 듣는다.
자기야 오늘 스케줄이 뭐여 ?
오늘 ------ ( 사실은 친구들과 미팅 약속이 있었다마는 )
왜 좋은 일이 있어
자기야 오늘 나하고 등산가자 응 갈거지
으음 - 그랴 가자 그랴 모처럼 등산가자
( 문자로 친구에게 미팅을 내일로 마루었다 )
마눌님은 기분이 좋은지 준비에 여념이 없다
큼직한 배낭에 무얼 그리 넣는지 모르겠다
사과 포도 밤 과자 초코렛
컵 라면 커피 뜨거운 물 ( 보온병 ) 삶은 계란 등등
배낭은 내 몫이고 마늘님은 작은 가방 하나 달랑 들고 나선다
집에서 약 20 분 정도 차를 몰면 산이 등장한다
가끔 가는 길이라 - 가을이라 단풍 기대에 룰룰랄랄 기분으로 ------
등산로 입구 주차장은 만원인지라
도로변에 갓길 주차를 하여야 한다
멀리 떨어진 길가에 차를 파킹하고 올라가는데 입구에 빈 자리가 보인다
마눌님은 얼른가서 자리를 잡고서 하는 말이 걸작이다
자기야 어서 차를 몰고 와서 여기다가 파킹하자 응 내려갈 때 좋잖아 그치
에고 여자는 남자를 이리도 힘들게 하는구나
누구의 어명이라 냉큼 꼬리를 내리고 달려가서 -------
반듯하게 파킹 완료
으흠 자기야 나 귀엽지
휴일이라 등산객들이 참 많기도 하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잔치집 분위기다
조금 올라가니 금방 낙엽길로 들어선다
발 밑에 속삭이는 낙엽의 속삭이는 인사말이 정겹다
자기야 자기 좋아하는 노래 있잖아 낙엽 노래 말이야
그랴 기다려 있고말고
난 스마트 폰으로 그 노래를 검색하여 찾았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 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을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리라
둘이는 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낙엽길을 걸었다
부르고 또 부르고
갑자기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에 울컥한다
바스락 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가 너무나 정겨워서 낙엽 쌓인 골만 따라간다
마치 아이처럼 말이다
땀이 이마에 맺힌다
심장 박동소리가 쿵쿵 빠르게 들린다
쉬어가자는 마눌님의 애교에 우린 자그마한 바위에 걸터 앉았다
맛깔스런 커피를 서로 권하며 땀을 식힌다.
산에서 마시는 커피 맛이 최고로다
자기야 노래 또 부르자 자기 노래 잘 부르자나 그치 그치
낙엽 노래 또 불러주세용 여뽀 자기 멋져유
난 아이처럼 그냥 신나서 노래를 - 차 중락 낙엽 노래를 부른다
찬바람아 싸늘하게 얼굴을 스치며
따스하던 너의 두 빰이 몹시도 그리웁구나
푸르던 잎 단풍으로 곱게 곱게 물들어
그 잎새에 사랑에 꿈 고이 간직하였더니
아!~그 옛날이 너무도 그리워라 낙엽이 지면
꿈도 따라 가는 줄 왜 몰랐던가
사랑하는 이 마음을 어찌하오 어찌하오
너와나의 사랑에 꿈 낙엽따라 가버렸으니....
둘이서 노래 부르며 올라가니 금방 정상이다
이미 많은 등산객들이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느라 정신이 없다
우린 나무 아래 빈 자리에 자리를 잡고서
둘이서 오붓하게 점심 밥상을 차렸다
밥 대신 가져온 농심 컵 라면 맛이 지긴다 지겨
커피 향기도 그윽하고
포도 맛이 밤 맛이 과자 맛이 - 어리그리 맛이 있는지 모르겠다
한 시간 정도 정다이 식사를 마치고 다시 하산의 길로 내려간다
내려 오다가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손자를 만난다
아이의 나이를 묻고서 행복하라고 인사를 건내고
아이고 난 주책 바가지여 그랴
내려오는 길은 가볍고 더 신난다
자기야 빨리 집에가서 자기 좋아하는 야구 봐야제
머시기라 야구는 당신이 나보다 더 좋아하면서리
집에가는 차안에 라디오를 켜니 벌써 야구 중계를 시작한다
오늘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나의 애마가 기운이 넘치는지 싱싱 잘도 달린다
우리 부부의 행복도 이 길처럼 여전하게 싱싱 달려가기를 기도하며
오늘은 즐거운 하루 - 산과 함께 마눌님과 함께 한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