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례 사

by 김균 posted Oct 22, 2014 Likes 0 Replies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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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읽어보시라고.....


주 례 사

 

 

요즘 젊은이들은 어른 말을 잘 안 듣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늘 이 자리에는 이 두 사람이 늙은이 말 듣겠다고 저를 주례로 초청했지만

내가 이 두 사람이 살아가면서 결코 이룰 수 없는 것을 이야기하면

처음부터 좌절 할 것이니까 들을 수 있는 간단한 것들 몇 가지를 주례로서 당부하고자 합니다

 

인간의 모든 역사는 인연이란 줄로 엮여 있습니다

여기 오늘 결혼하는 두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인연이란 말을 다른 말로 만남이라고 표현합니다

그 만남은 부모를 떠나고 친구를 떠나고 해서 만나지는 것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부모로 인해서 만나기도 했습니다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은 결혼 뚜쟁이들을 통해서 만나기도 합니다

이 모두가 만남입니다

 

사실 오늘 이 두 사람을 나는 잘 모릅니다

안다는 것은 신부가 요즘 교회를 나와서 교회에서 내 옆자리에 앉아 있다는 겁니다

우리 교회에는 뒤편에 커다란 기둥이 있는데 기둥의 오른편 자리는 내 자리이고

기둥 건너 왼편이 신부의 자리입니다

교회에서는 그냥 인사하고 지났는데 어쩌다가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신랑의 모친은 예전에는 교회에서, 요즘은 밖을 나가면 간혹 만나는 사이입니다

이런 만남은 인생사 긴 여로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되는 인연입니다

 

여기 이 두 사람도 이런저런 인연의 줄을 따라서 살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것 같지만

사실은 이런 게 필연이라는 겁니다

생판 모르는 남녀가 만나서 우리 평생 같이 살자. 아이 놓고 오순도순 같이 살자

그렇게 약속하게 되는 것 모두가 인연이란 긴 실타래를 풀고 있는 겁니다

이런 시작을 성경에서는 결혼을 각자가 부모를 떠나 하나가 되는 결합이라 부릅니다

 

이왕 이렇게 만났으니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아야 합니다

기업가들처럼 돈은 못 벌어도 기업가들보다 더 따뜻하게 살아야 합니다

박사들보다 많이 배우지 못해도 자기자랑만 하고 사는 사람 아니어야 합니다

선조대대로 이름난 집안아니라 해도 새로이 일구어 가는 아름다운 가정이어야 합니다

자식을 미국 유학 못 보내는 한이 있어도 자식에게 존경받는 부모가 되어야 합니다

아 우리 아버지를 내가 닮아야겠다 아 우리 엄마를 내가 닮아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야 하는 겁니다

 

우리 부모는 날 버렸어 저들끼리 좋아해 놓고 날 버리고 다른 데로 갔어 하는

그런 소리 안 나오는 행복한 가정이 되어야 합니다

얼마 살아보지도 않고 몇 번도 참아 보지 않고 못 살겠다 갈아보자 하는

그런 소리하는 부부가 아니어야 합니다

살기는 싫은데 아이가 생겨서 할 수 없이 산다는 한탄하는 부모보다

아이가 생겨서 더 좋다 하는 부모가 되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못 배웠는데 자식 공부가 뭐냐 하는 생각하지 마시고 뼈가 부서져도

내가 못한 것을 이루어 주는 부모가 되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결혼은 두 사람만 잘 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겁니다 그래서 성경에는 자식은 태의 열매라고 했습니다

 

3년만 지나면 우리 부부가 결혼한지 50년 됩니다

오늘 결혼하는 부부가 볼 때 지겹게 오래 산 것 같습니까? 아니면 아 우리도 그래야 되겠다 그리 생각하십니까?

인생사 눈 깜박이면 50년 금방 지나갑니다 지겹다고 여겨지면 하루도 지겨운 것이요

즐거운 것이라고 생각하면 50년도 하루처럼 지나가는 겁니다

눈 깜빡할 사이에 50년 흘렀네 하고 살아가시는 오늘 신혼부부되시기 바랍니다

 

나중에 팔자타령이나 하려면 오늘 결혼 물러야 합니다

남편 애 먹이고 자식 애 먹이고 마누라 애 먹이고

그런 가정을 우리는 콩가루 가정이라 부릅니다

그런데 살아보면 애 안 먹이는 게 없습니다 그걸 얼마나 잘 참느냐 하는데

이 부부가 오래 견디는 비결이 있습니다

옛 말에 참을 인자 세 개면 살인도 피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아무리 기분 상하게 싸워도 우리 이혼할까 하는 소리는 안 해야

부부생활이 오래 지속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이혼이란 글자를 달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이혼율이 결혼 4쌍 중 1쌍이라 합니다

그럼 그들이 사랑한다고 떠들면서 낳은 아이들은 어쩝니까?

그래서 어떤 분들은 결혼은 손해 보는 장사라고 합니다

혼자 살 때는 참 편했는데 하는 소리 안 해야 합니다

싱글일 때는 얼마나 편했어요?

12시 넘어서 들어와도 아무도 말하는 사람 없었어요

이젠 그러면 큰일 납니다 이젠 결혼은 손해가 아니라 오히려 이익 보는 것이다.

이게 남는 장사다 라고 마음 다짐을 단단히 하세요

 

두 사람 돈 있는 사람 찾아다니다가 결혼 하는 것도 아니요

두 사람 출세한 사람 찾아다니다가 결혼 하는 것도 아니요

서로 좋아해서 결혼하는 것이니까 오늘부터 마음을 비우세요

사주팔자 본다고 잘 살고 궁합 맞춘다고 잘 사는 게 아니라

두 분 마음이 맞아야 잘 사는 겁니다

이 세상은 즐겁게 살아가자고 태어났습니다

그러니까 두 부부는 이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렇게 살아갈 때에 무엇을 하든지 다 이루어 질 겁니다

상대에게 무엇을 바라며 결혼한다면 차라리 하지 않은 것 만 못 합니다

 

오늘 제가 신랑신부에게 선물 하나 합니다 이건 스텐레스 이중 컵입니다

커피나 차를 마시면 잘 식지 않습니다

나도 등산가면서 이 컵을 가지고 다니는데 겨울에도 잘못하면 혀를 데입니다

이건 던져도 깨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처만 납니다

그러니 이 컵으로 커피를 천천히 마시면서 오순도순하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밤늦게 마당에 앉아서 둘이서 차 마시면서 인생 설계하라고 드리는 겁니다

밤하늘별을 헤아리면서 인생 설계하라고 드리는 겁니다

 

우리나라 노래 가사에 이런 것 있습니다

유심초란 가수가 부른 노래인데 이 노랫말은 김광섭이란 시인이 쓴

저녁에라는 글의 마지막 구절에서 따 온 겁니다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이젠 부부가 되니 어려운 일 즐거운 일 생길 때마다 밤하늘의 별을 보십시오

요즘 세상은 전깃불이 좋아서 밤하늘 잘 안 보는 세상입니다

남들 안 보는 세상 잘 보면서

다음 세상에서 우리가 무엇이 되어 만날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험한 세상에서 만나서 희노애락을 같이 했으니

다음 세상에서는 더 좋은 환경으로 태어나기를 기대해야 합니다

다음 세상이 있다면 다시 만나서 또 결혼하고 살거다 하는 마음으로 사시기 바랍니다

신부는 그것 연구하느라고 우리 교회에 나옵니다

두 사람이 같은 하늘을 본다는 것은 행복 중에 최고의 행복입니다

그러면 50년 아니라 100년도 거뜬히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두 분은 오늘 이렇게 백년가약을 맺습니다 검은머리 파 뿌리 될 때까지 사셔야합니다

인생 매우 짧습니다 금방 지나갑니다 그 짧은 인생을 후회 없이 사시기 바랍니다

두 분 행복하게 잘 사세요

 

2014105

주례자 김 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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