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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운전대만 잡으면 돌변하는 한국인

 

앤드루 새먼 더타임스지 서울특파원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맨 처음 배우는 것 중 하나가 "한국 사회를 다스리는 것은 법이 아니라 인간관계"라는 점이다.

여기엔 물론 좋은 점도 있다. 한국인은 미국인처럼 만사를 송사(訟事)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그렇다고 영국인들처럼 갖가지 쩨쩨한 규제에 묶여 옴짝달싹 못하고 살지도 않는다. 바로 이런 점이 한국인의 '하면 된다'는 멘탈리티를 떠받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쁜 점은 무엇일까? 일상생활 속에는 인간관계가 하등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공간이 하나 있다. 바로 도로이다. 누가 우선권을 가질지 혹은 양보해야 할지를 나이로도 직위로도 정할 수 없는 공간, 정글의 법칙이 통용되는 공간, "대가야 어찌 되건 지르고 보자"는 현대 한국인의 강렬한 경쟁심이 거침없이 분출되는 공간이다. 설상가상으로 이 공간은 매우 위험하기까지 하다. 왜냐하면 각자의 사무실에서 평범한 이 부장, 김 과장, 박 대리로 통하던 한국인들이 이 공간에서만큼은 집단의 속박에서 벗어나 몇t이나 되는 강철 덩어리를 빠른 속도로 자유자재로 운전하기 때문이다.

미국인 풍자작가 PJ 오룩이 서울에 와본 뒤 "모두들 미친 듯이 운전하고 있는데, 어딘가로 나아가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도시(everyone is driving like hell, with nobody getting anywhere)"라고 했다. 예의 바르던 한국인들이 일단 운전대를 잡고 나면 F1 경주에 나간 사람으로 돌변한다. 기갑부대 사령관을 방불케 하는 사람도 있다. 나 역시 영국에 있을 때는 절대로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는 달리지 않지만, 서울에서 차를 몰 때는…. 뭐랄까, 남들처럼 몬다. '로마에 가면 스파게티를 먹으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문제는 이것이 웃을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2010년 통계를 보면,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자동차 1만대당 사고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다. 교통사고 사망자도 터키슬로바키아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나는 위험하게 운전하는 사람을 수없이 본다. 오늘 여러분이 신호등이 빨간불인데도 마구 달리는 차를 몇 대나 봤는지, 경찰이 딱지를 끊어줄 때 불평하지 않는 사람을 몇 명이나 봤는지 생각해보라. 법에 대한 존중도, 법을 집행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도 없어 보인다.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 한국인이 경찰을 존중하는 것을 보고 싶지만, 한국 사회가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을 것 같다.

운전면허 시험 난도(難度)를 높이는 건 어떨까? 서울에서는 대부분 단번에 운전면허를 따지만, 영국에서는 두세 번 도전해서 합격하지 단번에 통과하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 영국 면허시험은 어렵다. 대부분 주행시험이고, 필기의 비중은 낮다. 한국에서 운전면허 필기시험 비중을 낮추자는 건 환영하지만, 주행시험 비중도 따라서 낮추자는 목소리는 오히려 우려스럽다.

물론 나는 도로 교통 전문가가 못 된다. 한국과 영국을 오간 약간의 경험이 있을 뿐이다. 그래도 조치가 필요한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한국인들은 무슨 일이든 해외와 비교해서 순위를 매기기 좋아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교통사고에 대해서만은 아무리 낮은 등수가 나와도 상관하지 않는 것 같다

  • ?
    정 은 2011.02.08 13:15

    이번 설에 한국을 다녀 왔는데 정말 그랬습니다.

    가족들하고 경주여행을 했었는데 무서웠습니다..

    차가 옆으로 지나가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의 진입때문에 긴장해야하고,

    또한 방어운전에대한 생각을 늘 해야만 했습니다..

    그래도..

    고국에서의 설날풍경은그런 것들을 상쇄하고도 남을만큼 유쾌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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