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인 홍어와 검정돼지

by 김균 posted Dec 03, 2014 Likes 0 Replies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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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인 홍어와 검정돼지

 

먹지 말라고 떠들어 대는 종류 중에

나를 유혹하는 것들도 제법 있다.

 

30년 전에

쫄딱 망해서 1년을 놀아봤다

낚시를 가다가 경북 청도에서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1달을 입원했는데

보험회사 직원이 와서 합의를 종용하는 바람에 퇴원했더니

그게 지금까지 발목을 시큼거리게 하는 고질병으로 남았다

 

그 당시 내가 하는 일의 호남을 맡았던 녀석이 따라 부도가 났는데

그 친구는 6개월을 국립호텔에 있다가 나왔다

하루는 내가 가진 삐삐가 울려서 보니 그놈이다

(그 때는 삐삐가 통신수단이었다)

전화를 했더니 한 번 만나잔다

멀리 유럽까지 같이 갔던 친구니까 응당 한 번 얼굴이라도 보자하고

빛 고을로 올라갔다

 

오랜만에 만났다고 광주의 명물이라나 뭐라나 하면서

어느 식당으로 데리고 갔는데

바로 삭인 홍어를 파는 집이었다

형님 이 집 홍어 허벌나게 맛있어요

임마 니나 많이 묵어라 난 싫어

 

하와같이 꼬임에 빠져 한 젓가락을 했는데

그 이후로는 바이바이

그것 맛 들이면 억수로 맛있다는데 나는 비위가 좋은 편인데도 영 아니었다

요즘도 시장에 가면 칠레산 홍어가 한 접시에 만원이라고 외친다

맛이 있긴 있나봐 시장에서 매일 파는 것 보니

다음 시간이 나면 빛 고을에 삭인 홍어 한 번 먹으러 갈 생각이다

아 참 낚시 가서 보니 흑산도에 많이 나더라

 

난 페북의 친구가 몇 백 명은 된다

난 친구를 새로 만들 적에 그분의 학교를 본다

삼육이름이 있으면 무조건 오케이

그 다음은 그분의 친구명단에 아는 목사 이름 있으면 오케이

우리 교인 냄새나면 오케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면 오케이이다

 

한 분이 친구 먹자 해서 봤더니 목사님 사진이 보인다

그래서 아는 사이이다

물론 안면 튼지도 얼마 난 되었다

내가 페북에 등산 다녀온 이야기 자주 싣는다

그랬더니 그런 힘이 어디서 나냐고 물었다

밥 한 그릇 사 주면 갈켜 준다고 했더니

빛 고을에 올 일이 있으면 찾으란다

검정돼지에 복분자 대접하겠노라고

 

난 충청도에서 일을 보다가도 밥 때가 되면 불이야 하고 호남으로 넘어 온다

30분 달리고 나면 밥맛이 다르다

그만치 내가 호남 음식을 엄청 좋아한다

음식을 좋아하다보니 그곳 사람들도 좋아한다

모두들 정겹고 따스하고 그렇다

 

검정돼지

안식교인 수준으로 볼 때 지옥불에 구워먹을 소리지만

그런 것이라도 대접한다는 것이 어디냐?

내가 한 30년 단골 하는 전북 남원시 산내의 달궁에

예전에는 토종 닭백숙을 전문으로 팔았는데

요즘은 모든 식당이 검정돼지구이를 팔고 있다

우리는 닭백숙만 먹으니 날 보고 자주 먹어보라고 꼬신다

그 집에서 만들어주는 도토리무침이 참 맛있다

그리 꼬셔도 지조를 지켰는데 빛 고을 할배가 거기다가 복분자주까지 곁들여 주신다니

얼마나 황공무지한 것이냐?

기분 같았으면 한 달음에 달려가서 먹고 마셔보련만

그래서 물었다

먹여 놓고 소문내려고요?

절대 아니란다 사람들이 자기 말은 안 믿으니 걱정말란다

먹으러 가? 말아?

 

날 싫어하는 분들 하는 소리

지가 먹고 싶으니 레위기 11장 폐했다고 떠든단다

그것 진짜로 먹고 싶으면 난 레위기 11장 소리도 안 한다

내가 먹는지 마는지 누가 알아?

난 태연히 오징어 땅콩도 우적우적 씹는 사람인데?

난 맛있게 손자들 먹는 새우깡도 얻어먹는 사람인데?

시장에서 파는 것은 묻지 말고 먹으라는 바울의 지시(?)에 따라

난 시장에 파는 음식으로 신앙 감정도 안 하지만 나 자신도 이 나이까지 잘 살았잖아?

 

난 태어날 때부터 위약 체질로 태어났다

같은 음식 계속해서 먹으면 위장에 탈이 난다.

의사도 내 병 진단 못한다

그저 내가 내 몸을 알아서 관리하는 것뿐이다

그러니 소식으로 위를 달래고 먹고 싶은 것 있으면 그냥 먹는다

누구처럼 이 안에 고기가 있냐 아지노모도가 들어있냐 묻지도 않는다

만두가 먹고 싶어서 채식만두를 찾는 짓도 안한다.

변비가 되면 며칠을 현미식을 한다

그리고 더 먹으면 위장에 탈이 나니 백미로 또 바꾼다

우리 집 사람이 내 비위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것 아니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네

그런데 난 교회에서 안식일에 아무리 맛있는 것 많이 해도

왜 그리 소화가 안 될까?

참 이상한 체질이다

 

이참에 삭인 홍어를 한 번 더 먹어봐 말아?

대접해 주신다는 분에게 감사하며 검정돼지에 복분자를 먹어 마셔? 말어?

안식교인 되기가 이리 힘든 것 보니

나도 천국 갈 팔자가 되는 것 같다

안식교 붙들고 있으면 저들 천국 따로 만들어 데불고 간다면서?

ㅋㅋㅋ

 

난 항상 이렇게 솔직해서 두들겨 맞는다

음흉하게 살면 누가 뭐라냐?

그렇게 보니 내가 조사심판을 믿긴 믿는 것 같다


또 두들겨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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