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 이상의 여자와 놀아본 카사노바를 혹자는 여자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몰아 부친다.
이유는 몸만 끌어 안았지 마음은 끌어 안아 보지 못했다는 것이요
여자는 몸보다 마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군대에 입대를 한후에 얼마 있지 않아서 한 고참의 (당시 상등병이던)
얼굴에 상당한 그늘이 지는 것을 보고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지금까지 관계를 유지하던 애인이 변심을 하고 이별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군바리들의 이별은 언제나 그렇게 반복된 일이다.
훈련소 앞에까지 따라와서 온갖 슬픔의 몸짓 발짓 다 하며
언제 까지던지 기다리겠다고 울고 불던 여자들이
한 일넌 반쯤이 지나고 상등병 계급장을 달 때가 되면 어기저기서
낙엽처럼 우수수 그 인연의 끈들이 떨어진다.
그도 그런 계절에 의해서 떨어진 또 하나의 낙엽일 뿐인데...
그래서 마지막으로 이별 통보를 받은 편지와 그동안 모아놓은 편지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가 모아놓은 편지 한다발을 내민다.
다 읽고 보니 다른 남자가 생긴것이 아니라 단순히
Out of sight, out of mind! 의 결과다.
편지를 하나 써서 건네면서 당신의 필체로 다시 옮겨써서 한번
보내보라고 했더니 이주일 쯤 지나서 그가 반색을 하며 나를 찾는다.
다시 시작해 보자는 의지가 담긴 여자의 답장이 왔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편지가 게속 이어지면서 그 일은 내무반의 화젯거리가
되었는데 다른 고참들이 하나 둘씩 편지를 써 달라고 요청을 하는 것이다.
그 사업이 번창하기 시작해서 늘어난 대상들이 나중엔 여섯이나 되었다.
처음엔 여자들이 보낸 편지를 먼저 읽어보고 여자의 수준 내지는 의식구조를
어느정도 파악해야 하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를 또 알아야 한다.
무조건 글을 문학적으로 쓴다고 능사는 아니다.
수기처럼 편지를 쓰는것이 좋은 여자.
시같이 순수 문학에 더 많이 반응하는 여자.
도란 도란 얘기처럼 써 내려가는 것에 기울어 지는 여자.
어쨋던 편지가 오면 내가 먼저 읽어야 하고 그 내용에 맞추어 답장을 쓰는 것이다.
한참을 그렇게 편지를 주고 받다 보면 나는 어느새 상대의 영혼과 어떤 교감이 이루어지는
이상한 기분을 갖게 된다. 처음 입대를 해서 배정받은 보직이 부대 행정병이라 시간이
충분해서 아마도 그 편지들을 다 소화하고 지냈던 것 같다.
지금은 이름도 내용도 다 잊어버린 것들이지만 그 때는 얼굴도 모르는 여자들이랑 문자적으로
얼키고 설키는 복잡한 관계를 잘도 유지하며 지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마도 그때 그런 연애를 하느라고 글을 쓰는 근육이 늘어나고 문학적 단어들이
머릿속에 집합하여 비단을 짜는 실을 토하는 누에고치가 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지금의 내 아내랑 나는 겨우 육개월의 교제 기간을 뒤로하고 이별해서 사년간
떨어졌다가 이어지고 이어지다가 떨어지는 밤과 낮이 있었다.
그 사년동안에 보낸 내 편지를 묶어서 아내는 어딘가 보관하고 지내며 간혹
그것을 다시 읽어 볼때가 있다. 그 기간이 단 몇달에 끝나지 않고 사년이나
걸려서 백년가약을 맺게 된 배경에 그 편지가 있다.
문학적인 장르에서 만나기 보담 보다 수기적이고 도란도란 자상한 글이 더 좋은
아내에게 꼭 막걸리 시인 천 상병이나 하는 것같이 알것도 같고 모를것도 같은 글들을
써서 보냈는데 지금 와서 그것을 읽어 보면 사랑한다는 말은 한마디도 뱉아낸 편지가
없었고 그래서 내 아내는 사랑한다는 그 한마디 들어 볼려고 편지를 뜯고 또 뜯고
했는데 그 한마디는 결코 찾아보지 못힜다는 말을 나중에사 듣게 된다.
한편 그 헤일 수 없는 이해하기 어렵고 요상한 편지들이 쌓여가면서 아내의 마음은 내가 써 내려간
편지의 글들로 조용히 도배되고 있었다는 사실도 나중에사 나는 알게 된다.
아내는 어린시절에 무지개 합창단 원조이고 지금도 남정네들이 뜬금없이 이멜로 이런저런
글들을 퍼서 보내고 또 더러는 한밤중에 전화가 걸려 와서 나보고 아내와 통화하고
싶으니 바꿔달라는 반 미치갱이들이 있을 정도로 학창시절의 그의 인기는 산위의
산 같았다.
우리교회 내노라 하는 집안의 아들들이 아내가 다니던 로마린다에서 전문직 공부를
하면서 요트에 태우거나 거창한 집으로 불러서 파티를 열어주어도 마음이 열리지 않을 정도로
내가 쌓았던 본론중의 본론 "사랑 해" 가 빠진 그 종잇장들의 힘이 대단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내는 나를 한마디로 "지루하지 않는 남자" 로 표현한다.
절대로 조용히 지내지 않고 절대로 한곳에 십년이상을 머무르지 않는 내 성정이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뱉아내는 해학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나는 요즘 민초에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손가락 (누리꾼) 들을 상대로 연애편지를 쓰고 있다.
사랑한다는 말은 빠져 있으나 편지를 쓰는 자체가 사랑의 은유적인 꽃임을 언젠가 다 알게 될 것이라
기대하면서...
한 선배님이 눈도 오지 않는 나성에 살면서 어느 아침엔
입술이 술중의 술이요 술증의 술은 첫입술이라는 묘오한 답장을 보내 주어서
나는 한동안 얼마나 유쾌하게 웃고 지냈는지 모른다.
나는 여러분이 써 올리는 글들을 마치 내 글에 대한 답장이라고 여기면서
읽게 된다. 그 글속에 비치는 제각기의 얼굴을 상상하면서 내 황혼의 바닷가는
진실로 붉게 물이 들고 있다.
제발 때리지는 말아라
제발 비꼬지도 말아라
제발 화를 내지도 말아라
그러나 제발 침묵하지도 말아라
아제리나라는 새 한마리 날아와 이가지 저가지 그리고 여기저기 지저귀면
늙은 남정네들의 기저귀 (?)에
무언가에 젖고 땀나는 저 촉촉함이 어찌 허망하다 하겠느냐
비난도 욕도 독이 되지만 침묵도 독이 된다.
민초라는 나무에 들어온 잡새들아 우리는 울거나 노래해야 하느니라
지난날의 아픔도 고독도 원망도 다 노래해야 하느니라
그리고 하나님께는 이런 편지를 쓰자!
"이 세상 짦은 소풍!
참 아름다웠더라고!"
오늘도 웃으며 살자고 설치는 새벽이여
민초의 침묵도 깨워다오!!!
새벽잠 설치게 하신다? 님이
춘 겨울에도 땀나게 하는 재주가 있으시다,
잠자는 뇌세포 깨워준 그대덕분에 치매는 안걸리게되었네
난 동시에 한명만 사랑한다는게 내신조라고 외치며 물러남.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