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59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김순덕 칼럼]대통령의 크리스마스 캐럴

김순덕 논설위원

1369204799_news_banner_image_5.jpg
폰트 확대축소 뉴스듣기 여성남성 

닫기

PRINTletter

입력 2014-12-15 03:00:00 수정 2014-12-15 11:35:42

디킨스 원작에선 혼령과 여행, 과거 현재 미래 본 뒤 사람달라져 
문고리권력에 갇힌 딸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나타난다면 
“나는 측근에 휘둘린 적 없다… 재떨이를 던져도 토론은 했다”… 이젠 변할 때라고 말하지 않을까


68538897.1.jpg김순덕 논설실장
사람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남자가 마마보이라는 걸 알면서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변하게 만들겠어, 따위의 야무진 희망을 안고 결혼한 사람은 알 것이다. 그때는 콩깍지가 덮였다는 걸. 아무리 애써도 상대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순간, 선택은 둘 중 하나다. 희망을 버리든지 아니면 자신이 변하든지. 

“공약을 잘 보라”고 전문가들이 아무리 강조해도 콩깍지를 이길 수 없다는 점에서 대통령선거는 결혼과 비슷하다. 그리고 대통령도 변하지 않는다. 언제나 자신은 옳고, 국가와 국민만 생각하는 존재다(라고 스스로 믿고 있다).

‘정윤회 문건’이 터진 뒤 골수 친박(친박근혜)을 뺀 상당수 사람들이 문고리 권력 3인방을 포함한 비서실 개편을 촉구했다. 대통령이 찌라시라고 일축해도 국정농단 세력이 따로 있는 것 같다는 의문, 결국 청와대가 찌라시 생산 수준밖에 안 된다는 실망은 실제 상황이다. 이제 돌파구는 비서실 개편뿐이라면서도 사람들은 “대통령은 절대 안 바꿀 것”이라고 희망을 버리는 중이다.

그까짓 찌라시에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내리막인 이유도 대통령은 변하지 않는다는 국민적 절망감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야당의 공격 소재였던 ‘겨울왕국, 유신공주’는 현실같이 됐다. 이제는 국민이 변하는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비밀주의와 보안철통주의, 고집불통주의까지 받아들여야 다음 대선까지 그러려니, 더는 속 끓이지 않으면서 경제라도 나아지길 바랄 수 있다. 

2년 전엔 달랐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9월 10일 “인혁당 판결은 두 가지가 있다”는 발언으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2주일 만에 “제가 아버지 무덤에 침을 뱉는 것을 (국민이) 원하시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눈물의 사과 회견으로 극적인 반전에 성공했다. 그때는 다 잡은 대권마저 놓치겠다는 절박감이 있었으나 지금은 그런 것도 없다.
그래서 떠오른 것이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이다. 차갑기 짝이 없는 스크루지 영감이 딴사람으로 변한 것은 자신을 유일하게 이해해 줬던 동업자 말리의 유령이 찾아와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주고 난 다음이었다.

직언하는 참모도, 쓴소리 해줄 원로도 없고 의논할 동지도, 심지어 비선도 없다는 대통령을 가장 안타깝게 바라볼 사람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일 것이다. 만일 내가 죽은 뒤 내 딸이 혼자 동동거린다면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을 것이 분명하듯이, 박정희 혼령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박정희 혼이 나타난다면 제일 먼저 “나는 측근들을 데리고 놀았지 그들에게 휘둘린 적은 없다”고 말할 것이다. 박정희 시대에 호의적이지 않은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쓴 박정희 용인술이니 틀릴 리 없다. 

그는 “박정희는 대한민국의 인재풀을 최대한 활용했고, 재떨이를 던지고 부들부들 떨지언정 대화와 토론이 있었다”고 했다. 그 시절, 사조직이나 비선은 등장하지 않는다. 비서실 경호실 중앙정보부 중심으로 국정을 했으되 공조직의 수장이 권력의 2인자였다.

부처 국·과장까지 따지는 좁쌀 인사도 없었다. 김정렴 당시 비서실장은 “내무 법무 국방장관은 대통령이 인선하되 나머지는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복수후보를 추천했다”고 회고록에서 밝혔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듣기 싫더라도 비판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들을 등용해야 한다는 정치적 감각도 있었다. 유신 전까지는 용인술의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을 정도다. 

박정희 시대를 보고 오늘을 다시 본다면 대통령은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 박정희의 사람들은 도덕성은 별개로 치더라도 능력은 확실했지만 박근혜의 사람들은 자기 동네에서도 인정받지 못한다.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김정렴 남덕우의 근처도 못 갈 인사를 해놓고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바란다고 꾸지람 듣지 않으면 다행이다.

이런 식으로 3년이 더 흘러가면 미래는 더 암담하다. “박정희를 떠올리고 박근혜를 찍은 것이 잘못”이라는 소리가 50대 이상에서 계속 나올 경우, 대통령은 영영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할 길이 없다. 

“달라지겠다고 약속하겠소. 아직 희망이 있다고 말해주오.” 미래까지 미리 본 스크루지는 유령 앞에 무릎을 꿇는다. 고맙게도 모든 것은 꿈이었고 ‘미래를 바꿀 시간이 있어 더더욱 기뻤다’고 디킨스는 썼다. 대통령에게도 아직은 시간이 있다고 믿고 싶다. 메리 크리스마스.

김순덕 논설실장 yur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11987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38328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55219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7125
5445 와, 이 영화! 2 모순 2014.12.14 541
5444 스바냐 3장 16절의 절기지키는 자들 김운혁 2014.12.14 538
5443 메시야 합창 8 곡 - 할렐루야 - ( 31 분 ) 2 잠 수 2014.12.14 541
5442 재림교회 신학대학 교수님과 나눈 이메일 내용. 김운혁 2014.12.14 559
5441 화잇 할머니 무덤가에서 사과드리던 날 7 김기대 2014.12.14 558
5440 내 속에 내가 너무나 많아서 7 잠 수 2014.12.14 595
5439 'MinchoSDA 집창촌 회원'이 선택한 오늘의 인물 - [토요일에 만난 사람] 비영리단체 이노비 강태욱 대표 기지촌 할머니에게… 소아병동 아이에게… ‘힐링 음악회’ 선물 Mincho집회 2014.12.14 574
5438 태산(太山)은.... 2 file 김종식 2014.12.14 556
5437 채식주의가 병을 부른다. 16 와싱톤 2014.12.14 791
5436 죄없는 상태를 얻고자 할때 <계란,우유>까지 안먹는 <완전채식> 해야 합니다 1 예언 2014.12.14 511
5435 Angels We Have Heard On High - Home Free 1.5세 2014.12.14 401
» [김순덕 칼럼] 대통령의 크리스마스 캐럴 풀피리 2014.12.14 592
5433 두 증인이 예언을 시작하는때 2023년 4월 : 엘리야 때처럼 비오지 않는 일이 있을 것임 15 김운혁 2014.12.14 538
5432 김주영 님, 제발 그 교묘한 말 그만 하시기 바랍니다! - "에큐메니칼같은 소리" 11 일휴당 2014.12.14 647
5431 “조현아가 바로 너희들이다” 인터넷 강타한 베스트 댓글… 페북지기 초이스 바로너 2014.12.14 584
5430 황창연 신부의 아침마당 목요특강 - 아직도 화가 나십니까 2 삼손 2014.12.14 938
5429 사단의대리자가 된 재림교회 4 라오디게아 2014.12.14 530
5428 김운혁님께 드리는 글 (두 증인, 감람나무 해석이 너무 어이 없음) 5 예언 2014.12.14 524
5427 대쟁투 신앙 18 김균 2014.12.14 574
5426 최보식기자가 만난 사람/조선일보에서 3 김균 2014.12.14 548
5425 님아 저 강을 건너지 마오 2 file 김균 2014.12.14 611
5424 Richard Clayderman : Souvenir d'enfance , Mariage D'amour 1 음악감상 2014.12.14 489
5423 이제는 말할 수있다 나 장로교회 다닌다구~ 6 유재춘 2014.12.14 743
5422 신문을 통해 알게 된 이야기들 <2014년 12월 15일 월요일> 세돌이 2014.12.14 523
5421 에덴이란 꿈(수정) 4 돌베개 2014.12.15 552
5420 홍성남 신부의 아침마당 목요특강 - 차라리 화를 내라 삼손 2014.12.15 902
5419 물구나무 예수 fallbaram 2014.12.15 556
5418 내 아들을 절대로 탕자라 부르지 말라 3 fallbaram 2014.12.15 563
5417 김균 님 - "엄마 젖 더 먹고 와요"? 1 일휴당 2014.12.15 588
5416 서울의 S대는 확실히 ㄸ통이다. 4 꼴통 2014.12.15 673
5415 박진하목사님의 인간미 5 버디 김 2014.12.15 701
5414 도개이 행님, 하하하하 유재춘 2014.12.15 538
5413 홧김에 서방질 한다고/카스다 이기성 목사 참조 2 김균 2014.12.15 742
5412 하하하하하 1 fallbaram 2014.12.15 617
5411 제국의 출현 : 짐승의 우상과 표 666 (박성하 목사) 군대 2014.12.15 659
5410 선악의 4차 대전 (김대성 목사) 군대 2014.12.15 657
5409 낸시랭의 신학펀치 제32회 - '가톨릭은 이단인가요?' 야고보 2014.12.15 606
5408 골프 치는 사람들에게 화 있을 지어다 3 샤다이 2014.12.15 654
5407 급해진 새누리, 노무현 때리고 종북 마녀사냥 - 청와대 권력암투 본질 회피한 채 진흙탕 공방으로 논점 흐리기 여의도 2014.12.15 588
5406 골프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4 예언 2014.12.15 502
5405 축구하는 사람은 야만적인 사람입니다 2 예언 2014.12.15 571
5404 신문을 통해 알게 된 이야기들 <2014년 12월 16일 화요일> 2 세돌이 2014.12.15 482
5403 인터넷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3 어리숙 2014.12.15 524
5402 나는 배웠다 - 오마르 워싱턴 2 잠수 2014.12.15 454
5401 사람은 오래 살고 볼일이여 내가 이런 심부름도 하다니 6 김균 2014.12.15 692
5400 나는 골프를 찬성합니다 2 김균 2014.12.15 689
5399 땅콩 한 봉지 4 김균 2014.12.15 596
5398 맞아 죽을뻔한 이야기 12 바다 2014.12.15 585
5397 예루살렘 중건령부터 재림의 사건까지 김운혁 2014.12.15 521
5396 Jean Claude Borelly : Dolannes Melody , Concerto de la mer , El Silencio 1 음악감상 2014.12.15 421
5395 에든버러에 울려퍼진 아리랑 잠수 2014.12.15 547
5394 똥파리. 14 갈대잎 2014.12.16 699
5393 사명 6 fallbaram 2014.12.16 568
5392 카스다에 올렸더니 5분 만에 삭제되더군요..당신들 종교인 맞어??? 4 할매의눈물 2014.12.16 712
5391 도와주세요! 5 유재춘 2014.12.16 631
5390 움악 감상중에 생각이 난 세 할머니들 3 fallbaram 2014.12.16 647
5389 Out of Africa 6 갈대잎 2014.12.16 572
5388 미주협의회는 무었하는회인가요 남쪽바다 2014.12.16 610
5387 이교회들은 어텋케 될가요 2 남쪽바다 2014.12.16 642
5386 골프 유감 8 김버디 2014.12.16 730
5385 기원 6 fallbaram 2014.12.16 569
5384 출생의 비밀 2 fallbaram 2014.12.16 598
5383 종교가 사악해질 때 (퍼온글) 10 돌베개 2014.12.16 585
5382 나는 배웠다 - 오마르 워싱턴 3 음미 2014.12.16 466
5381 자위,이혼,동성애 그리고 골프에 관한 생각 5 샤다이 2014.12.16 700
5380 저, 홀로 주무시기 외로우시죠? (안식일 교인들에게 묻는다) 17 아기자기 2014.12.16 3406
5379 식사부터 하세요-자두 , 웃기는 노래 : 홍콩반점-리미와 감자 음악감상 2014.12.16 719
5378 함께할 줄 아는사람 2 잠수 2014.12.16 523
5377 12 월의 엽서 - 이 해인 잠수 2014.12.16 537
5376 모든 소유를 버려야 예수님의 제자가 됩니다(눅 14:33) 2 예언 2014.12.16 542
Board Pagination Prev 1 ...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