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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칼럼]대통령의 크리스마스 캐럴

김순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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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15 03:00:00 수정 2014-12-15 11:35:42

디킨스 원작에선 혼령과 여행, 과거 현재 미래 본 뒤 사람달라져 
문고리권력에 갇힌 딸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나타난다면 
“나는 측근에 휘둘린 적 없다… 재떨이를 던져도 토론은 했다”… 이젠 변할 때라고 말하지 않을까


68538897.1.jpg김순덕 논설실장
사람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남자가 마마보이라는 걸 알면서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변하게 만들겠어, 따위의 야무진 희망을 안고 결혼한 사람은 알 것이다. 그때는 콩깍지가 덮였다는 걸. 아무리 애써도 상대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순간, 선택은 둘 중 하나다. 희망을 버리든지 아니면 자신이 변하든지. 

“공약을 잘 보라”고 전문가들이 아무리 강조해도 콩깍지를 이길 수 없다는 점에서 대통령선거는 결혼과 비슷하다. 그리고 대통령도 변하지 않는다. 언제나 자신은 옳고, 국가와 국민만 생각하는 존재다(라고 스스로 믿고 있다).

‘정윤회 문건’이 터진 뒤 골수 친박(친박근혜)을 뺀 상당수 사람들이 문고리 권력 3인방을 포함한 비서실 개편을 촉구했다. 대통령이 찌라시라고 일축해도 국정농단 세력이 따로 있는 것 같다는 의문, 결국 청와대가 찌라시 생산 수준밖에 안 된다는 실망은 실제 상황이다. 이제 돌파구는 비서실 개편뿐이라면서도 사람들은 “대통령은 절대 안 바꿀 것”이라고 희망을 버리는 중이다.

그까짓 찌라시에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내리막인 이유도 대통령은 변하지 않는다는 국민적 절망감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야당의 공격 소재였던 ‘겨울왕국, 유신공주’는 현실같이 됐다. 이제는 국민이 변하는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비밀주의와 보안철통주의, 고집불통주의까지 받아들여야 다음 대선까지 그러려니, 더는 속 끓이지 않으면서 경제라도 나아지길 바랄 수 있다. 

2년 전엔 달랐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9월 10일 “인혁당 판결은 두 가지가 있다”는 발언으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2주일 만에 “제가 아버지 무덤에 침을 뱉는 것을 (국민이) 원하시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눈물의 사과 회견으로 극적인 반전에 성공했다. 그때는 다 잡은 대권마저 놓치겠다는 절박감이 있었으나 지금은 그런 것도 없다.
그래서 떠오른 것이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이다. 차갑기 짝이 없는 스크루지 영감이 딴사람으로 변한 것은 자신을 유일하게 이해해 줬던 동업자 말리의 유령이 찾아와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주고 난 다음이었다.

직언하는 참모도, 쓴소리 해줄 원로도 없고 의논할 동지도, 심지어 비선도 없다는 대통령을 가장 안타깝게 바라볼 사람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일 것이다. 만일 내가 죽은 뒤 내 딸이 혼자 동동거린다면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을 것이 분명하듯이, 박정희 혼령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박정희 혼이 나타난다면 제일 먼저 “나는 측근들을 데리고 놀았지 그들에게 휘둘린 적은 없다”고 말할 것이다. 박정희 시대에 호의적이지 않은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쓴 박정희 용인술이니 틀릴 리 없다. 

그는 “박정희는 대한민국의 인재풀을 최대한 활용했고, 재떨이를 던지고 부들부들 떨지언정 대화와 토론이 있었다”고 했다. 그 시절, 사조직이나 비선은 등장하지 않는다. 비서실 경호실 중앙정보부 중심으로 국정을 했으되 공조직의 수장이 권력의 2인자였다.

부처 국·과장까지 따지는 좁쌀 인사도 없었다. 김정렴 당시 비서실장은 “내무 법무 국방장관은 대통령이 인선하되 나머지는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복수후보를 추천했다”고 회고록에서 밝혔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듣기 싫더라도 비판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들을 등용해야 한다는 정치적 감각도 있었다. 유신 전까지는 용인술의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을 정도다. 

박정희 시대를 보고 오늘을 다시 본다면 대통령은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 박정희의 사람들은 도덕성은 별개로 치더라도 능력은 확실했지만 박근혜의 사람들은 자기 동네에서도 인정받지 못한다.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김정렴 남덕우의 근처도 못 갈 인사를 해놓고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바란다고 꾸지람 듣지 않으면 다행이다.

이런 식으로 3년이 더 흘러가면 미래는 더 암담하다. “박정희를 떠올리고 박근혜를 찍은 것이 잘못”이라는 소리가 50대 이상에서 계속 나올 경우, 대통령은 영영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할 길이 없다. 

“달라지겠다고 약속하겠소. 아직 희망이 있다고 말해주오.” 미래까지 미리 본 스크루지는 유령 앞에 무릎을 꿇는다. 고맙게도 모든 것은 꿈이었고 ‘미래를 바꿀 시간이 있어 더더욱 기뻤다’고 디킨스는 썼다. 대통령에게도 아직은 시간이 있다고 믿고 싶다. 메리 크리스마스.

김순덕 논설실장 yur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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