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에 잊지 못할 한 분 - 어릴적 교회 조사님.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코 흘릴 시절에
우리 집은 교회 바로 앞이였다.
장로교 고신파 소속이고 그 당시에는 목회자가 계시지 않았다.
지금도 아련히 남아있는 그 시절 기억의 한 토막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목회자가 부재중이므로 예배는 조사님이라고 하시는 분이 인도하셨다
바닥은 나무된 마루였다
교인은 인근 두 마을에서 오시는 분으로 그리 많지는 않았다
외할머님께서 우리 가족을 교회로 인도하신 것이다.
낮에는 나 홀로 놀아야 한다
밖에 나가면 동네 아이들이 교회 마당에서 놀고 있었다
함께 어울려 노는 것이 그 시절에 유일한 낙이었다
구슬치기 딱지 따먹기 자치기 등등이다
하루는 아이들이 다 집으로 돌아가고 텅 빈 교회마당에 홀로 남았다
엄마는 아직 집에 돌아오실 시간이 멀었다
아니 토요일 밤에나 돌아오신다
고을 고을마다 다니시면서 장사를 하시니 집에 가도 아무도 없다
월요일에 집을 나가시면 거의 늦은 토요일 밤에 돌아오신다.
엄마 없는 동안은 누나와 함께 지내야 한다.
누나는 어디 갔는지 지금 기억이 가물거린다.
단지 집에가면 늘 텅비었다는 기억뿐이다
나는 교회 마당에서 혼자 놀다가 나도 모르게 교회당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맨발이다 신을 신지 않는 맨발이다
그 맨발로 깨끗하게 청소를 마친 교회당 마루를 가로 세로 뛰어 다닌다
마루 바닥에 찍히는 하얀 내 발자국이 아름다웠다
마치 한 폭의 그림마냥 나는 좋았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돌아다녔다
그리 한참을 노는데 기척이 들렸다
교회 조사님이시다
우리는 그 분을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한참이나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신 모양이다
조사님이 날 부르신다
근아 이리 오너라
나는 비록 어렸지만 잘못을 알았는지 겁이 났다
심한 꾸지람을 받을 것으로 알고 조심조심 조사님 앞으로 걸어갔다
조사님은 어린 나를 맨발의 청춘인 나를
밑에는 노 팬티인 나를
위에는 땟물이 고인 셔츠 하나 입은 뻘 머슴아를 향하여 말씀하신다
이 분의 이 말씀이 지금까지 기억하는 것이다
근아
넌 앞으로 훌륭한 하나님의 종이 될거야
그러니 앞으로는 이러면 안된다 알겠니
그러고는 내 머리를 사랑으로 만져주신다
나는 지금도 그 때 그 조사님 할아버지의 따뜻한 손길을 잊지못한다
그 후로는 다시는 맨발로 교회를 더럽히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조사님이 교회당을 엉망으로 만드는 어린 철부지를 보시면서 뭘 생각하셨을까 ?
아이고 저 불쌍한 녀석
엄마는 집을 떠나 한 주일 내내 장사하러 다니고
누나와 함께 살아가는 불쌍한 녀석
내가 어이 저 놈을 나무랄 수가 있겠느냐.
그래서 나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신 것이리라
그 조사님 할아버지의 사랑의 말씀 그대로
훌륭한 하나님의 종은 못되었지만 하나님의 못난 종으로 평생을 살았다
그 때 그 조사님 할아버지의 은혜일 것이다.
가끔 고향에 내려가면 이웃 동네에 있는 그 교회를 가본다
지금도 그대로 그 자리에 그 교회가 서있다.
그리고 그 교회 마당을 한번 스쳐 지나가본다
그 때 조사님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꿀밤을 주시지 않으시고 나무라지 않으시고
위로하여 주신 그 사랑 감사합니다
그 꼬마가 자라서 조사님의 일을 하게 되었다
교회 예배 시간에 아이들이 돌아다니고 소리를 지르고 야단이다
나는 그 때마다 그 아이들 모습에서 어릴적 내 모습을 떠올린다
아이들을 제지하는 분들에게 그냥 두라고 말씀드린다
저 아이들이 자라서 나같이 조사님의 뒤를 이를지 누가 알겠는가 말이다
아버지 집에와서 뛰어 노는 것이 당연하지 않는가 ?
나는 설교 시간에 조는 분을 보고서 이리 말한다
설교 시간에 주무시는 분들이 가장 안식일을 잘 준수하는 분이시다
그 이유는
엿새동안 얼마나 열심히 분투를 하였으면 저리 피곤하실까 ?
안식일 계명 그대로 살아오신 그 아름다운 삶의 흔적이다
자식이 아버지 집에 왔는데 피곤하여 잠을 자는 것이 무슨 허물인가
직장 다니는 딸 아이가 가끔 집에 오면 잠만 자고 올라간다
집이 부모님 집이기에 그리 편한 것이리라
절대로 주무시는 분을 깨우지 말라
지금 하나님 품안에서 진짜 달콤한 안식을 누리시는 분이시다
교회에 와서 주무시는 분 - 하나님이 가장 사랑하시는 분이시다
주무시는 분들은 다만 고개만 앞으로 흔드시고 주무시라
꿈 속에도 아멘을 하셔야 하니
옆으로 고개를 흔드시면 아니되옵니다. ㅋㅋㅋ
중학교 시절 채플 시간에 졸다가 혼이 난 경험이 있어서일까 ?
설교하시는 목사님은 실망되실듯합니다.
제가 학생들 가르칠때 자는 학생을 보고
실망되었었고, 교회가서 절대로 졸지
않아야 되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