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자여 나를 장 도경이가 아닌 장 성현이라 불러다오

by fallbaram posted Dec 21, 2014 Likes 0 Replies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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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병 시절의 이야기다.
당시에 서른이 넘어면 징병기피로 븥잡히더라도
복무를 하지 않는 때인데 계룡산 산골 깊이 숨어서 성명철학을
전수 받던 사람이 스물 여덟에 잡혀와서 나와 훈련소 이십오연대 12 중대의
동기생이 된다.
 
비쩍 말라 보이는 체구에 얼굴이 넓적하면서 또 길쭉해서 꽤나 초췌하게 보아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가 운명철학을 했다는 이유로 여기저기 상사들에게 불려 다녔고
그러는 사이에 훈련도 자주 빠지는 혜택도 누리며 지내는 그는 나름 잘나가는 동기생이었다.
 
생전에 급체라는것을 하지 않던 내가 그날은 급체를 해서 배가 쥐어짜도록 아팠던 날이다.
누군가 내게 운명철학을 하는 자가 지압도 하니까 그에게 가서 지압을 부탁하라고 해서
점호가 끝이나고 소등이 이루어 다음에 어둠속에서 그를 찾아갔다.
잠이들려고 하는데 찾아온 동기를 어둠속에서 누워 바라보더니 간단하게 지압을 했는데
급체가 온데 간데 없어져 버린다. 신기한 일이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그가 무엇인가 말을 걸기 시작한다.
훈련병 중에서 얼굴이 가장 인상이 깊어서 눈에 밟히는 사람이었는데 오늘 이렇게
찾아 왔으니 내일 이름과 생년월일을 써서 자기에게 달라고 한다.
그리고 돌아가는 등뒤에서 그가 한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내가 잘생겨서 인상이 깊은것이 아니고 그가 나의 인상은 눈과 입이 비뚤어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세상을 보는 눈이 삐딱하고 말도 삐딱하게 있어
보이는 그런 인상이라는 말이다.
 
어쩌면 나를 정확하게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돌아와 잠을 자고 다음날
저녁에 이름 ( 한문으로) 생년월일을 적은 쪽지를 가지고 그를 찾았다.
 
그가 쪽지를 받아들고는 한참을 손가락으로 세고 하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 삼형제가 있었는데 지금은 두형제만 있군요"
" 부모님이 두분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네요"
" 장형은 문학을 전공하는 사람이고:"
" 역마끼가 상당히 많이 비칩니다"
"해외에서 살게 됩니다"
" 유산은 한푼도 받지 못하나 부모님이 가진 재능은 백프로 이상을 받아서 태어났군요"
그리고 나서 한참을 망설이더니 " 앞으로 서른 다섯 이후의 운명이 나오지 않습니다."
섬뜩했다, 서른 다섯에 끝나는 나의 운명이.
길도자와 경사경이 나의 성공과 미래를 막고 있으니 개명을 하라고 친절하게 일러준다.
 
" 무슨 이름으로 할까요" 물었더니 성현으로 고치고 고친 이름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오천번
이상을 불러준 다음에 운명이 바뀌기 시작할 것이라는 것이다.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대목에서 말문이 막힌다.
그리고는 그일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다.
결혼을 하고 이민을 와서 시민권을 받은후에 부모님을 초청했더니 우리집으로 오신
어머님이 몇백불을 내어 놓으면서 그동안 땅판돈은 동생이 갖다 쓰고 남은것이
이거라고 하신다. 돈을 그냥 가지고 계시라고 말하는 사이에 삼십오세 이상의 운명이
잡히지 않는다는 마지막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앞으로 2 년이 남지 않았다.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드렸고
아내에게도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오천번을 아내가 나를 성현이라 부르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다가 그일도 망각한 서른 다섯의 나이를 들어선 어느 순간에 나에게
일생일대의 위기가 닥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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