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1.20 01:02수정 : 2014.11.30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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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사 정치 관여 ‘전모’
선거개입·종북몰이 ‘발빠른 작전’
MB 독도 방문에 ‘낯뜨거운 찬양’
“종북 찌라시 뭐라 해도 개념만땅”
“김관진 날려봐야 북한만 좋은 일”
“김병관, 불법도 아닌데 또…”
군수뇌부·장관 후보 맹목적 옹호
강정마을 등 논란에 댓글 수백건
저질 웹툰·합성사진도 1년새 70건
국군사이버사령부는 선거 시기 말고도 주요한 정치적·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발 빠르게 ‘작전’을 펼쳤다.
주된 활동은 일부 야당 의원들과 진보세력에 대한 ‘종북몰이’였다. 지난해 8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체포됐을 때는 “국회의원이 빨갱이라니 우리나라 진짜 위험하다”, “이석기 북한 공산군 군가 합창했단다 ㅋㅋ” 등의 글을 올렸다. 진보당 경선 부정 의혹 수사가 진행되자 “통진당 종북 주사파들이 궁지에 몰렸다고 판단했나? 인터넷 북한 홍보 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지원 사격에 나섰네요” 따위의 글을 수백차례 올렸다. 제주 해군기지, 임수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탈북자 발언’과 관련된 논란 등에 대해 수백건씩 댓글과 트위터 글을 퍼날랐다.
통치자에 대한 낯 뜨거운 찬양도 빠뜨리지 않았다.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자, “대통령이 독도 간 걸 갖고 진정성 논하는 사람들아 그래도 한번도 안 간 역대 대통령들보다 낫지 않냐”, “일본 쪽바리 종북 찌라시들이 뭐라 해도 개념 만땅” 등의 글을 300여개 올렸다. 최근 큰 쟁점이 된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를 두고도 “이 대통령의 순방 성과로 전 세계적으로 뻗어가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는 등의 글로 응원했다.
2012년 11월 아랍에미리트 파병 연장안이 국회에서 논의될 때는 “전후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에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용병이라 부르는 야당은 야당이 아니라 남조선노동당이다” 등의 글을 올렸다.
마치 ‘사병 조직’처럼 군 수뇌부를 맹목적으로 옹호하는 활동도 했다. 사이버사는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지난해 2월13일 “현재 혼란스러운 상황을 잘 이끌어가시리라 생각한다”를 시작으로 하루에 51개의 글을 작성했다. 그가 방위산업체와의 ‘커넥션’ 의혹으로 낙마 위기에 몰리자 “어이쿠 불법도 아닌데 또 ‘정황’상 불법이라 이거냐?” 등의 글을 올렸다. 사이버사는 김 전 후보자가 사퇴하기까지 한달여 동안 1000개가 넘는 트위터 글과 뉴스 댓글 등을 작성했다.
2012년 10월 북한군 병사 ‘노크 귀순’으로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곤경에 빠졌을 때도 보이지 않는 구원투수 노릇을 했다. “김관진 날려봐야 북한 좋은 일만 시키는 꼴”, “경계 작전에 실패했다고 장관 날리는 건 어불성설” 등 수백건의 글을 집중적으로 작성해 퍼뜨렸다.
지난해 10월 정치개입 활동이 드러난 뒤 글을 지우고, 트위터를 탈퇴하고, 서버를 삭제하는 등 조직적 증거인멸이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활동은 범죄일람표에 나온 것보다 훨씬 더 방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이버사의 ‘정치공작’에는 저질 웹툰과 합성사진도 사용됐다. 젊은층의 관심을 끌려는 목적에서인지 2011년 11월18일부터 2012년 11월1일까지 1년간 70건의 웹툰과 동영상을 만들거나 인터넷에 올렸다. 이를 포털 다음의 아고라나 ‘일간베스트’ 게시판에 올리거나 트위터로 퍼날랐다.
법정영화의 한 대목을 끌어다 만든 ‘종북의 눈물’은 판사석에 앉은 박근혜 대통령이 피고인석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신문하는 장면을 그렸다. 박 대통령이 “국가보안법 폐지하고 주한미군 철수 주장하는 게, 그게 바로 종북이에요. 그걸 모르면서 어떻게 대한민국 안보를 지킨다는 거예요?”라고 물으면, 노 전 대통령이 “한번만 봐주세요”라고 답하는 식이다. 임수경 새정치연합 의원과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등장하는 합성사진과 웹툰도 인격 모독 수준이다. ‘변절녀’라는 웹툰은 술에 취한 ‘변절자’ 임 의원이 돼지코를 한 김일성 주석을 끌어안은 모습을 담았다.
정환봉 노현웅 기자
bonge@hani.co.kr
사이버司 예산으로 댓글 장비 구입 국정원과 정치개입 공조 단서까지…
사이버사령부 판결문 보니
연제욱 전 사령관은 '개입' 총괄… 김관진 책임론 등 다시 부상할 듯
지난 대선 당시 국군사이버사령부가 부대 예산으로 정치 댓글 활동을 위한 일체의 장비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가 사이버사령부의 예산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 국방부 장관을 지냈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책임론이 재부상할 전망이다. 사이버사령부와 국가정보원이 정치 개입 활동에 공조한 단서도 일부 확인됐다.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7일 공개한 연제욱ㆍ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사이버심리전을 담당한 530부대는 정치 댓글을 작성하는 임무를 위해 부대원들에게 스마트폰, 태블릿 PC, 노트북 등을 구입해 지급했다. 또 부대는 작전에 참여하는 부대원들에게 매월 25만원의 업무 수당도 지급했다. 앞서 전 의원은 PC를 국정원 예산으로 구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또 옥도경 당시 사령관이 전임자인 연제욱 국방부 정책기획관에게 “내곡에서 온 정보가 있습니다. 시간 되실 때 전화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는 등의 문자 메시지를 준 사실도 확인됐다. ‘내곡’은 국정원이 위치한 내곡동을 뜻하는 단어로 사이버사령부와 국정원이 정치 댓글 활동과 관련해 정보를 주고 받는 등의 공조체제를 형성하고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사이버심리전을 책임진 이모 530심리전단장은 부대원들이 댓글의 내용이 너무 정치적라는 문제제기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댓글 작전을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단장은 부대원들에게 대통령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작전논리를 제공하면서 여론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나 정치관여죄가 적용됐다.
530부대는 인터넷매체를 검색해 현안 이슈들에 대한 기사를 출력한 뒤 매일 아침 이 단장에게 보고하는 등 작전수행 과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이 단장은 대응이 필요한 기사를 선별하고 대응논리를 정리해 부대원들에게 작전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부대원들은 인터넷에 접속해 SNS 등에 댓글을 작성하거나 타인의 글을 리트윗 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치적 의견을 공표하고 몇 건을 작성했다는 식의 결과를 비밀카페에 댓들 형식으로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제욱 전 사령관은 대선을 앞두고 매일 오전 6시 530단 상황실에서 야간에 종합된 댓글 수치가 포함된 대응작전결과를 보고받은 총괄 책임자였다. 그는 문맥, 오탈자, 자구 수정 등 최종본을 꼼꼼히 점검하고 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레이저포인트를 집어 던지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상황보고 회의에서는 특정 정당의 이름과 유력 정치인의 이름이 공공연히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연 전 사령관은 당명이나 실명을 거론하지 말고 00당이나 김00으로 인터넷상에 기재할 것을 지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임준섭기자 ljscogg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