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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2 10:30

로마린다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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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네 식구는 앤드류스 세미나리 출신의 아버지와 거기서 각각 종교학
그리고 스페인어를 전공한 두 아들하고 앤드류스 동문이 되고
한편 로마린다 간호학을 한 어머니와 거기서 각각 의대와 치대를 공부한 두 아들하고 또
모계쪽에서 로마린다의 동문이 되는 가족이다.
역마끼가 남다르던 아버지의 방황의 나그네 길에서
그래도 미시간과 캘리포니아는 각각 제법 길었던 체류시간과 동문이라는 의미에서
각별하기에 우리 가족의 마음속에 늘 진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한국나이로 스물아홉에 로마린다에서 간호학을 공부하던 옛 애인과 다시 인연을 맺어
이억만리라고 생각하던 국제선 비행기를 타고 이민짐보다 더 꽉찬 온갖 호기심으로
lax 공항에 발을 내딛던 날은 봄날이 한참이던 삼월이어서 겨울에만 비가오던 남가주의 봄날씨는
마치 비가 온 다음날의 그것처럼 청명했다. 삼개월간 한국의 시골에서 나와 함께 신혼을 보내고
떠난 아내와 다시 삼개월만에  만난다는 꿈같은 기대가 한껏 부풀어 있던 흥분은 지금도
주름이 짙어가는 얼굴에 떠 올리기만 하면 단 한방에 그 주름이 다 날라가버릴 만한  특별한 추억이다.
그 추억 사이사이에 묻어있는 남가주의 미풍속에서 날라와서 간간이 콧속을 간지럽히던
오렌지꽃 향기는 지금 생각만해도 내 코를 벌렁거리게 하는 추억속의 짙은 향기다.
 
로마린다의 노스탈지아속에는 "동구밖 과수원길" 같은 그런 낭만들로만 가득하지만 않았다.
미국에서 이미 사년이라는 세월을 보내며 온갖 미국적인것에 익숙해진 젊은 아내와
사나이 하나를 꼽으라면 단번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들수 있는 한국적 사나이가 만나서 그 당시 로마린다 교회의
동북쪽 울타리에 걸쳐있는 (아직도 있는) 아파트 단간방에 신혼의 보금자리를 깔고 살았지만
아무런 준비운동도 없이 오직 남자는 서구적 신사이기를 희망하는 철없는(?) 아내와 곧 죽어도 한국적
사나이기를 포기하지 않던 나와 두 양극사이에서 입만열면 불협화음이 흐르고 처음엔
입술과 가슴이 흔들리고 그러다가 아파트가 흔들리고 마침내 속이 상해서 뛰쳐나온
길거리가 흔들리던 지울수 없는 전쟁의 추억들도 노스탈지아에 고스란이 깔려 있다.
그  전쟁으로 점철된 와중에서도 그당시 몇푼도 되지 않는 돈을 벌기위해 거의 나성 다운타운이
가까운 다우니 까지 가서 종일 일하고 저녁 늦게 돌아오면 애기호박 쫑쫑 썰어넣고 된장찌개 보글보글 끓여 놓고
기다리던 여심은 지금도 늙거나 퇴색되지 않고 끓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된장녀 (?) 로 함께 살아가고 있다.
다시말해서 속이 부글부글 끓던것이 보글보글 끓던 여심을 이기지 못하고 그 한국적 사나이가 지금껏
어정쩡하게 백기를 들고 상상할 수 없이 나긋나긋 해진 누구의 몸종 비슷하게 살아가게 되는 배경에는
부글부글이라는 아드레날린보다 보글보글이라는 엔돌핀의 힘이 더 강하더라는 말이다.
 
이년반의 터울이지만 오렌지 카운티에서 같은 병원 그리고 같은 의사에게서 태어난
두 어린것을 달랑 승용차에 태우고 텍사스를 거쳐서 중서부에서만 머물며 키웠는데 그놈들이
전문직 공부를 위해서 다시 로마린다에 와서 살았기에 우리는 또 다시 로마린다와의 인연의
끈을 쥐게 되었다.
그런 중에도 노스탈지아 라는 우울하면서 애절한 해묵은 단어 하나를 끄집어 내게 된것은
이제는 언제라도 어디서라도 늙음의 퇴행성 소음들이 살과살 그리고 뼈마디 마디 사이에서
들려오고 유독 지나간것들만 아름답게 기억으로 떠오르는 초기 치매성 황혼증세의
선상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날 한시에 한 집에서 결혼이라는 젊음의 희망찬 새출발과
죽음이라는 종착의 가슴시린 이야기가 공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부의 할아버지는
어느 장의사의 임시 거처에서 몸을 눕히고 손녀딸이 먼저 새출발을 하게 양보한 셈이고
그런 할아버지의 배려로 손녀 딸은 눈이 시리도록 하이얀 순백의 웨딩 드레스를 입고 백푸로
검정 되지도 또 미리 검정할 수도 없는 미지의 사내앞에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있어나 없어나, 병이 들거나 건강하거나를 막론하고  그만을 사랑하고
함께 살겠느냐" 고 물어보는 주례목사의 다그침에 공중앞에서 "녜" 하고 입도장을 찍는 
all in 의 모험을 할 수 있는것이다.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의 팔장을 끼고 즐거워하고 다소 들떠 있는 바로 그 앞줄에는 지금의
신랑신부의 나이때쯤에 만나서 우리와 서로 얼굴을 익혔던 신랑신부의 부모들이
머리카락, 눈꼬리, 입술과 턱 그리고 어깨까지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내려갈 땅으로만 줄줄이
내려앉은 모습으로 마지막 콧날을 세우고 애써서 미소짓는 모습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에 형용못할 어떤 노스탈지아가 서럽게 꽃대궁이를 밀어 올린다.
 
그랬어도 왁자지껄했던 리셉션의 기운이 서글펐던 그  노스탈지아를 삼키고 모처럼 많은
사람들 만나서 별 생각없이 돌아 오는 길에 아내가 던지는 말 한마디가 내 마음의 잔잔한 호수에
파문을 일으킨다.
우리가 렌트카를 타고 어두운 시간에 내려가고 있던 길은 삼십년전 늘 아내가 학교를 다니거나
학생으로 병원에서 일하면서 늦은시간에 지나 다니던 그 길이다. 전날 저녁 친구의 아버님 장례식에 참석한
나를 데리러 오기 위해 그길을 지나면서 "옛날 생각이 나고 가슴이 무언가 뭉클했어" 하는 말을 전해준다.
 
또 삼십년이 지나면 오늘의 신랑신부가 이길을 지나면서 "무언가 가슴이 뭉클했어" 라는 말을 주고 받을까?
 
공부를 하기 위해 오는 동네이지만 한편 마지막을 준비하기 위해 모여드는 이 동네에서
나는 삼십년전에 맡았던 그 오렌지 꽃 향기를 다시 맡아보고 그당시 제먼저 서구화된 아내의 마음을
잡지 못하고 "차라리 돌아갈까" 라고 궁리하던 한국형 사나이의 주름진 마음속에 노스탈지아가
곱게 그리고 서럽게 조용히 안개꽃처럼 피어 오른다.
 
안개꽃속에 피어나는 여기서 만난 낯익은 얼굴들이여
그리고 이름들이여
로마린다는 아침과 저녁이 함께 공존하는 전천후의 나라라는것
그 나라의 아침시간에 왔다가 다시 와서 지나가는 저녁시간의 객 하나가 그 옛날의 추억으로
가슴저미는 노스탈지아를 앓다가 갔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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