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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4 13:10

'상상과 예술' 하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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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 위에서 상상의 실체를 만났다. 

뜬 구름 같고 안개 같고 

때로는 무지개 같은 상상(想像)이 현현(顯現)되어 

현현(泫泫)하는 세상을 목격했다. 

인간의 제한된 시야를 뛰어넘는 그곳에는 

빛깔과 모양과 소리와 향기가 있었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가 철학이요 영감이다. 

이에 인간의 깊은 해석과 농익은 상상력을 덧입히면 

예술이 된다. 

자연은 예술을 결코 부러워하지 않지만 

자신을 깊이 있게 표출해 준 예술가에게 

고맙다고 상냥한 인사를 해야 하리라. 

 

안승윤 화백과 강위덕 화백의 

<자연의 황홀 그대로> 초대전. 

중앙일보 갤러리, 아늑한 공간이 그 보금자리다. 

언젠가 어디선가 만나보았음직한 

풍경과 정물과 인물들이 초연한 모습으로 서있는데, 

낯설고 신비하고 초사실주의적인 나라의 

어느 평원으로 초대 받은 느낌이다.

 

두 화가는 서로 다른 화풍을 지니고 있다. 

강 화백은 화려하고 환상적인 

엠페스토(Impesto) 기법을 통하여 

비구상을 구상으로 드러낸다. 

반판화적, 부조적, 입체적이다. 

그가 선택한 생물과 사물들은 

그림 속에서 호흡하고  움직인다. 

 

안 화백의 캔버스는 

크로마 칼러의 섬세한 결로 빛난다. 

화가의 시선에 붙잡힌 인물과 정물들은 

강렬한 열정과 에너지를 사랑으로 끌어안고 있다. 

이마에 새겨진 주름 결 하나, 

손가락의 푸른 정맥 하나에도 

표정이 있고 스토리가 담겨있다. 

그의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노라면 

인생이, 예술이, “눈물나게 아름답지 아니한가?” 라고 

동의를 구하는 것만 같다.


강 화백의 예술적 모티브는 물이다. 

안개로 표현된 물의 시원(始源)은 

그의 예술의 백미이다. 

그는 물가의 나무와 바위와 이끼로

‘젖어있음’의 철학을 풀어낸다. 

인생이 빛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통의 즙이라는 

물기가 있어야 함을 가르친다.

 

안 화백의 캔버스는 거지와 노인 등, 

초라한 인생들이 꿈을 꾸는 무대이다. 

삶의 내상 (內傷)을 예술로 승화시킨 

그의 일갈(一喝)이 시구 (詩句) 같다. 

 “내가 그린 그림은 모두 portrait, 초상화이다. 

내 모습이다. 트라우마다. 

Nobody to somebody! 

Trash to treasure! 

Ugliness to beauty!”

 

이들의 그림에는 80대 인생의 연륜에서 빚어진 

평안과 관조의 미가 스며있다. 

오케스트라의 장중한 화음이 녹아있고 

절제된 시구의 균형과 여운이 있다. 

때로는 비통하고, 

때로는 찬란한 삶의 순간들이 

젖은 물감으로 표현되어 있다.

 

예술혼과 열정의 근원은 어디일까. 

갤러리를 찾아 온 사람들에게 

작품 창작 경위와 페인팅 기법까지 

지치지 않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즉석에서 모델을 세우고 슥슥,  

캔버스 위를 누비는 붓의 흐름이 신비하다. 

예술은 인간을 진정 아름답게 해주는 덕목이다.

 

전시회는 6월 7일까지 계속된다. 

그대여,

대도시의 프리미엄을 누리고 싶다면, 

번잡하고 짜증나는 교통체증과 매연에 

많이 억울했다면, 

이에 대한 보상과 위로를 받고싶다면, 

이곳으로 오라. 

낮은 목소리로 삶과 예술과 철학과 신앙을 

들려주는 두 예술가를 만나라. 

농익은 예술의 향기에 취하고 

이들이 곧 예술의 분신임을 확인할 수 있으리라. 

무엇보다 뜬금없이, 

가슴 가득 차오르는 행복과 기쁨을 느낄 수 있으리라.


미주중앙일보, 이 아침에,  2015년 6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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