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552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내가 백화점에서 일하던 시기는 한겨울이었다. 그날도 시린 손으로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있는데, 옆에서 차가운 공기가 훅 다가오는 것이었다. 마치 시베리아기단이 갑자기 내 옆에 날아든 것 같았다. 놀라서 쳐다보니 사람이었다. 방에 틀어박혀 펑펑 울다 막 나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새빨개진 얼굴,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처럼 그 옆에 매달려있는 새빨간 귀, 과연 움직이기는 할까 싶을 정도로 꽁꽁 얼어붙은 손. 그 모습에 너무 놀란 나머지 예의 없게도 눈앞에서 대놓고 멍하니 쳐다보고 말았다.   

그는 이제 겨우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복장을 보니 건물 입구에서 주차안내 일을 하는 분인 것 같았다. 늦겨울, 마지막 맹추위가 몰아치던 날이었다. 나도 창고나 집하장을 오가면서 잠깐씩 밖에 나가봐서 알지만 정말 잔인하다 싶을 만큼 추운 날씨였다. 매서운 칼바람도 심하게 불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대로 밖에 다시 나갔다간 사람 잡을 것만 같았다.

매장으로 돌아오면서 내내 그가 마음에 걸렸다. 주차안내 직원들은 그 추운 겨울날 꼭 그렇게 칼바람을 맞으며 서 있어야 했을까? 지금도 마트나 백화점에서 주차안내를 하는 직원들을 보면 마음이 불편하다.

백화점 안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아니지만 한겨울 추위 속에서도 밖에서 몇 시간씩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건 백화점 상품을 배송하는 물류나 택배회사의 기사들도 마찬가지다. 실내주차장도 아닌 곳에 차를 세워두고서 매일 두 시간 정도씩 그 앞에서 택배 접수를 받고, 차에 상품을 싣고 내리는 일을 한다. 찾는 이가 없어도 정해진 시간 동안은 바람조차 피할 곳 없는 데서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잠깐 상품을 주고받으러 나가는 나조차도 추위에 몸이 움츠러드는데, 두 시간을 내내 거기에 있어야 하는 그분들은 대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그래도 백화점이니까 직원 시설도 어느 정도 잘 갖춰져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와서 보니, 난방도 휴게시설도 고객들을 위한 것이지 어느 것 하나 노동자를 위한 배려는 없었다. 휴게실에는 자그마한 라디에이터 2개가 있을 뿐이다. 라디에이터는 조금 따뜻한 정도라서 맨손으로 움켜쥐어도 뜨거운 캔커피 하나를 쥐고 있는 것만 못했다.

거대한 백화점, 쉴 공간은 턱없이 부족

기사 관련 사진
 자료사진
ⓒ pixabay

관련사진보기


앉을 수 있는 자리도 턱없이 부족하다. 휴게실에 열댓 명 정도가 앉아 있으면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휴게실이든 직원용 소파든 이 거대한 백화점 안에 근무하는 직원 수에 비하면 쉴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백화점 직원들에게 앉아서 다리를 올려둘 수 있는 공간은 무척이나 절실하다.

나도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에는 발바닥이 너무 아파서 한동안 절뚝거리며 걸을 때가 있었다. 약국에 가보니 발바닥 근육에 염증이 생겨서 그렇단다. 인터넷을 보고서야 갑자기 장시간 서 있으면 이렇게 '족저근막염'이 온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렇게 나는 시작하자마자 산업재해를 겪었다.

그나마 여직원들은 휴게실이라도 있는 편이었다. 직원용 엘리베이터 앞에 놓인 소파와 의자들 몇 개가 남직원들을 위한 휴게공간의 전부였다.

항상 다른 사람들을 대면하면서 타인의 시선에 노출되어 있어야 하는 백화점 직원들에게 휴게공간이란 단순히 앉아 쉴 수 있는 곳이기만 해선 안 된다. 감정노동을 멈추고 내 마음에 휴식을 줄 수 있어야 진정한 휴게공간이고 휴게시간인 것이다. 관리자들이 지나다니는 엘리베이터 앞에 앉아서 도대체 무슨 휴식이 가능하단 말인가?   

매장 직원들이 하루에도 여러 번을 드나드는 창고도 바깥보다 나을 뿐이지 언제나 한기가 가득했다. 냉난방시설이 있을 리가 없는 그곳에서 차가워진 옷들 사이를 뒤적이다 보면 어느 새 내 손도 꽁꽁 얼곤 했다. 매니저는 창고에 갈 때면 서랍에서 털장갑을 챙겨 갔다.

추운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안전

기사 관련 사진
 자료사진
ⓒ pixabay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추운 것만 문제는 아니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안전에 대한 문제도 있었다.

창고 안에는 옷이 가득 담긴 상자들이 대여섯 개씩 차곡차곡 쌓여 있다. 원하는 옷을 꺼내려면 그때마다 내 키보다 한참 높이 쌓인 그 상자들을 내렸다 쌓았다 해야 한다. 옷과 옷걸이가 함께 들어있는 상자들은 무게가 꽤 된다. 한 번에 들어올리기 어려워서 무릎 위에 한번 올렸다가 쌓아올리기를 몇 번 하다보면 다리 곳곳에 멍이 들어있고는 했다. 흔들리는 사다리 위에서 무거운 상자를 올리고 내리다가 균형을 잃고 떨어질 뻔한 적도 있었다.

한 번은 쌓아올린 상자들 중 아래쪽에 있던 상자 하나가 무게를 못 이기고 주저앉았다. 그러자 옷이 가득 들어있는 커다란 상자더미들이 기우뚱 하더니 내 머리 위로 무너져 내린 적이 있었다. 가까스로 떨어지는 상자 두 개를 옆으로 쳐내고 줄줄이 쓰러지려는 나머지 상자들을 두 팔로 버텨내면서 한겨울에 나 혼자 땀 뻘뻘 흘렸던 기억이 난다.

아무도 오지 않는 창고 안에서 힘에 겨워 부들부들 떨리는 팔로 10분가량을 버티다가 결국 상자들을 하나씩 옆으로 떨어뜨리면서 간신히 해방될 수 있었다. 만약 그 상자들을 그대로 머리로 들이받았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창고 안에는 외부의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직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장소 중 하나인 창고는 대체로 상품을 보관하는 상자들 때문에 통로가 워낙 좁고 복잡해서 위험 요소가 많다. 불이 켜진 창고 안에서 길을 잃을 뻔한 적도 있는데, 만약 건물에 화재가 발생한 채 정전이라도 된다면 과연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까?

만약, 노동자가 아니라 고객들이 이용하는 공간이었다면 이렇게 춥고 위험하게 내버려두었을까? 쉴 새 없이 직원들이 짐을 싣고 내리는 엘리베이터 앞에 앉아서 쉬시라고 말할 수 있을까? 노동자의 공간과 고객들의 공간이 달라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또 이런 의문도 든다. 백화점에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일 것이다. 그렇다면 공간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노동자들이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을 만드는 게 우선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오마이 뉴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20051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47273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63077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94994
3065 <재림신문 857호> 그라치아여성합창단 창단 은혜 2015.07.22 576
3064 [멀티뉴스]국정원 4급의 임의기록삭제, 가능했던 이유는? 어둠 2015.07.22 458
3063 오늘 나 너무 울적해... 위로 2015.07.22 423
3062 쇼생크 탈출보다 더 한 IQ 169의 탈옥 천재.jpg 위로 2015.07.22 615
3061 박근혜 대통령이 이 시대에 적합한 대통령이 아닌 이유 1 잠비아 2015.07.23 505
3060 너희가 성경을 알아? 10 Rilke 2015.07.23 685
3059 ▲제1부 빅데이터로 보는 이번 주의 남북평화소식 (제7회) (3:00-3:30): 올해 북한의 가뭄 피해 상황. 최창규 / ■제2부 38평화 (제37회) (3:30-4:30): 1945년 원자폭탄 투하와 관련된 이야기들. 김홍주 / ●제3부 평화의 연찬 (제176회) (4:30-6:00): 이스라엘 민족은 하나님의 알파, 한민족은 오메가. 이소자 file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5.07.23 493
3058 하나님의 비밀이 그종선지자들에게 말씀 하신바와 같이 응하는 시기(계 10:7) 김운혁 2015.07.23 406
3057 새롭게 함과 늦은비 임할때 안식일의 참된 의미 깨닫게 됨. 14 김운혁 2015.07.24 563
3056 주님이 우리에게 주실 새빛이 있는가? 9 김운혁 2015.07.24 328
3055 뉴스타파 - 국정원, ‘최고 사악한 기술’로 민간인 해킹?(2015.7.16) 어둠 2015.07.24 413
3054 요나가 화를낸 진짜이유 26 Yerdoc85 2015.07.24 526
3053 노무현_독도명연설.flv 우리나라 2015.07.24 475
3052 자주 <소화불량>이 되는 교인 1 예언 2015.07.24 531
3051 노아의 날들 (네피림들의 귀환) 2 1 재림전 2015.07.24 439
3050 동성애자가 성경출판 금지 소송 : 7천만불 배상 소송 김운혁 2015.07.25 484
3049 Yerdoc85님에게 1 fallbaram 2015.07.25 479
3048 무척 더울때는 2 야생화 2015.07.25 533
3047 미국식 한국식 4 Yerdoc85 2015.07.25 590
3046 이런 교인은 주님의 이름을 결코 부르지 않아야 주님이 훨씬 더 크게 기뻐하십니다 예언 2015.07.26 538
3045 지난 2천년간 전세계가 거짓 금요일 십자가설을 믿게 만든 번역 오류 : 마 28:1 김운혁 2015.07.26 493
3044 뉴라이트를 박살낸 한국일보 서화숙기자.avi 영숙 2015.07.26 477
3043 4복음서에 18번 나온 "삼일부활" = 4월 18일 재림 김운혁 2015.07.26 429
3042 카스다라는 필명으로 글을 올린 누리꾼께 2 김원일 2015.07.26 572
3041 한국일보 ‘삼성전자 백혈병 보상’ 사설, 고치고 고치고 권고 2015.07.26 457
3040 서적 불태워 버리는것 : 듣지도 않고 판단하기 1 김운혁 2015.07.26 471
3039 <노출이 심하거나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은 여자는 <사탄에게 완전히 사로잡힌 것>입니다 1 예언 2015.07.27 437
3038 주님께서 이런 교인들을 베어 버리기 위하여 하늘에서 칼을 갈고 계십니다 4 예언 2015.07.27 597
3037 운혁님의 해석이 제일 근사치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분께 2 김운혁 2015.07.27 581
3036 김ㅇㅎ씨가 주장하는 서기 30년 수요일 십자가설에 속지 마시기 바랍니다. 가르침 2015.07.27 646
3035 네이버에선 왜 ‘해킹팀-국정원’ 자동완성 안 뜰까. "너희가 네이버를 아직도 믿느냐?" 2015.07.27 550
3034 가르침님 : 요제절에 대한 바리새인과 사두개인의 견해 차이 7 김운혁 2015.07.27 442
3033 “국정원 해킹 자료도 안내고 다 믿어달라…교회 같다”. 이 사람들이 지금까지 나라를 운영하던 방식 그대로 국정원을 운영합니다. 2015.07.27 584
3032 "무조건 믿으라니" 겸비 2015.07.27 540
3031 전용근과 함께 걷는 음악산책 , 성시연이 지휘하는 오라토리오 <엘리아> 멘델스죤 전용근 2015.07.27 597
3030 2015 서부 연합 야영회 실시간 방송 시애틀 중앙교회 2015.07.27 741
3029 맹목적 신앙 요구하는 국정원. 한국 기독교의 오늘은 권력 기관의 통제에 의해 만들어진 길들여지기에 능한 순종하는 강아지 신앙의 결과 아닌가 이국 2015.07.27 593
3028 8월집회에 누구든지 초대합니다 3 file 루터 2015.07.27 462
» 백화점에서 '진짜' 위험한 곳 1 생존필사 2015.07.27 552
3026 신경숙 이어 ‘김영사 사태’… 종교·돈·경영권 뒤엉켜 종교 2015.07.27 509
3025 걸러 내기 3 fallbaram 2015.07.28 585
3024 김운혁 형제에게 드리는 저의 마지막 권고 21 가르침 2015.07.28 780
3023 2030년 4월 18일의 재림 = 4복음서 와 18권의 신약(다니엘 포함) 26 김운혁 2015.07.28 649
3022 <짐승의 표>를 받는 때 예언 2015.07.28 551
3021 그 대통령에, 그 비서관 시사인 2015.07.28 551
3020 십자가 앞에서 자빠지지 못하는 성도들 7 김균 2015.07.28 513
3019 순도 99.9%의 순금을 쓰레기 통에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께 7 김운혁 2015.07.29 530
3018 예언의 신 무오설을 주장하는 분들께 김운혁 2015.07.29 391
3017 나는 "여선지자라고 주장 하지 않는다" 화잇 여사의 발언. 3 김운혁 2015.07.29 474
3016 안식교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뉴스 그럼 그렇지 그래서 선지자야 하는 소리 나온다 시사인 2015.07.29 456
3015 화잇부인의 글을 왜곡하는 사람들에게... 27 가르침 2015.07.29 683
3014 아름다운 마지막 세대-안녕히 가십시오. 8 fallbaram 2015.07.29 559
3013 ▲제1부 빅데이터로 보는 이번 주의 남북평화소식 (제8회) (3:00-3:30): 북한 현지 소식. 중국 조용진 목사 / ■제2부 38평화 (제38회) (3:30-4:30): Change, 변화가 필요할 때. 김정희 삼육대학교 일본어학과 4학년 // ●제3부 평화의 연찬 (제177회) (4:30-6:00): 고종황제의 비전 - 독립국가 대한제국. 이소자 대한민국 7890 원로회 사무총장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5.07.30 314
3012 제 18회 미주 재림 연수회(동부) file 구자영 2015.07.30 496
3011 역시 피는 못 속인다 시사인 2015.07.30 463
3010 먹는 날에는 죽으리라 김균 2015.07.30 489
3009 오순절 성령과 늦은비 성령의 평행성 19 예언의 말씀 2015.07.30 727
3008 예수님의 제자들과 현대 영적 제자들 비교해보기 김운혁 2015.07.30 492
3007 삼육대 모 교수님께 보낸 이메일 전문. 17 김운혁 2015.07.30 488
3006 예수님은 아버지께서 친히 명령하신 계획표대로 살고, 말씀 하셨음. 김운혁 2015.07.30 530
3005 ‘종교를 걱정하는 불교도와 그리스도인의 대화 걱정 님 2015.07.30 476
3004 화잇 여사의 실수를 허락하지 않으셨다면 더 비참했었을 우리들. 2 김운혁 2015.07.31 487
3003 청춘예찬 (?) 3 Rilke 2015.07.31 534
3002 국정원, 대선 직전 KT 등 할당된 PC 해킹 정황 발견 사단 2015.07.31 479
3001 진중권, ‘박근령 망언’에 “한국 보수의 정치 포르노” 그날 2015.07.31 619
3000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박 대통령 형부가 45년 독점 울산바우 2015.07.31 738
2999 성실한지 못한 교인을 <아끼지 말고 살육의 때에 죽이라>는 임무를 받은 천사 18 예언 2015.08.01 741
2998 무엇이 문제인가? 8 Yerdoc85 2015.08.01 646
2997 칠월의 詩 야생화 2015.08.01 476
2996 이럴 때는 뭐라 답해야 하나요? 3 임 용 2015.08.01 617
Board Pagination Prev 1 ... 177 178 179 180 181 182 183 184 185 186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