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엔

by 야생화 posted Oct 18, 2015 Like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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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엔/이명환

 

차부에서 내려

갈풀 나부끼는 신작로 코스모스 길 따라

오리를 걸어야 닿을 수 있는

야트막한 고향집엘

이 가을에 가고 싶다.

 

할미꽃 같은 헛간 초가 위에

뽀얀 박덩이 뒹굴고

싸릿문 낮은 돌담장 위에

수줍어 물든 담쟁이와 멧돌호박 자리다툼하는

어린 때 묻은 고향마을엘

이 가을 가고 싶다.

 

그럴수만 있다면

우물가 보리쌀 닦던 누나

고추 멍석 헤집던 용태할머니

잔기침 펄럭이며 바지랑대 그물에 홍시 내리던 병석이 할아버지

 

아~~

이 가을엔 추억어린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

 

장독대 틈에 울어대는 귀뚜라미 달에 놓고

소반에 햇과일 가득 담아 상현달 어우르며

개구쟁이 어리시절 친구들과

이 가을엔

한껏 뒹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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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의 기도가을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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