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채빈님이 자신의 소설 첫 부분을 이 누리에 몇 차례 나누어 올리신 적이 있다.
아가서를 현대적 설정으로 풀어나가는 듯 보이는 판타지 소설이었다.
늑대 같이 달려들어 물어뜯는 남성 누리꾼들에 질려 중단하셨다.
그때 적극적으로 보호해드리지 못한 것 후회스럽다.
시인이 여성이어서 보호가 필요했다기보다 사실 이 누리가 추구하는 건전한 정서를 보호하지 못한 것이고
그것이 후회스럽다는 말이다.
아가서를 경전의 한 부분으로 끌어안는 공동체이고
성(性)의 성(聖)스러움에 대한 진정한 탐구와 음미를 마다치 않는 이 누리이다.
그런데 나는 왜 "건전한" 의미와 동기로 올린 여자 나체 그림이나 사진을 삭제하는가.
삭제하면서 이미 밝혔지만,
힘의 불균형과 여성 잔혹사로 얼룩진 인류의 이야기를 극복하려는 사람들의 모임 터,
그래서 남녀의 균등한 상호성이 (egalitarian mutuality)
현저하게, 극명하게 드러나는
불꽃 튀는 대화로 점철된 광장,
이 누리가 바로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얼마든지 환영할 수 있는 글이나 그림들,
아직은 삭제 대상이다.
성(性)의 성(聖)스러움에 대한 진정한 탐구와 음미를 시도하는 한 여성 시인의 글은
이빨 드러내고 목털 세우는 남성 이리떼에 물어뜯기고
남자 누리꾼으로 보이는 사람이 올린 여성 나체 그림은 미학적이어서 적당히 넘어가는 이 누리
아직 갈 길 멀다.
이건 남성 비하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