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의과대학 학생이 올린 대자보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광장 10만인 집회 당시 경찰이 구급차에 물대포를 쏜 것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2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의과대학 11학번 고은산 씨의 대자보가 올라왔다. 이 대자보는 "의협, 대전협, 의대협(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을 비롯한 모든 의사 선배님들께 묻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시작하고 있다.

고 씨는 이 대자보를 통해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11월 14일 저는 서울 광화문 만민 공동회 집회에서 끔찍한 광경을 보았다. 시위를 하던 한 청년이 넘어져 팔이 부러져서 고통을 호소했고 주변 사람의 신고로 도착한 구급차는 들것에 실린 환자를 싣기 위해 뒷문을 열었다. 그때였다. 경찰은 호송되고 있는 환자와 열려 있는 구급차 뒷문 안을 향해 최루액이 담긴 강한 수압의 물대포를 직사로 쏘았다. 물대포에는 카메라가 달려 있었고 직사는 1분여가량 지속되었다. 경찰이 구급차를 조준하여 사격한 것이다. 해당 환자는 현재 뼈 뿐만이 아니라 인대까지 끊어져 수술 중이다."

고 씨는 "사실 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집회 현장은 항상 의료의 사각지대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경찰이 현장에서의 구호 활동을 방해한 것 뿐만 아니라 이를 공격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고 씨는 "그런데 지금, 우리가 쌓아올린 뜻이 무너지는 이 순간에 우리들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라며 "의료의 윤리와 양심과 긍지와 역사가 짓밟힌 사건이 일어난 지 일주일이 되어가는 동안 의사 단체들은 어떠한 논평이나 보도 자료 하나 내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 의사의 참모습이냐"라고 지적했다.

고 씨는 "저는 이글에서 시위대의 위법 여부도 경찰의 과잉 진압 여부도 논하지 않겠다"며 "의료진은 치료를 요하는 환자가 그 어떤 사람이라도 최선을 다해 의술을 펼쳐야 하며 이는 히포크라테스 선서 전문에도 명시되어 있다. 그렇기에 수많은 의료인들께서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전쟁의 포화 속으로 달려갔고, 그렇게 사람을 살리며 죽어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 씨는 "존경스러운 수많은 의료인들께서는 전 지구적 보호와 지원 아래서 구호, 지원 활동을 해나갈 수 있던 것이다. 이 합의를 깨고 들것에 실린 환자와 이를 호송하고 치료하는 의료인을 공격하는 것은 전쟁터에서도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라고 지적했다. 

고 씨는 "장소가 어디고 상황이 어떠한지와는 관계없이 무방비의 환자와 의료인을 공격하는 것은 인류가 이뤄온 합의와 생명의 무게를 짓밟는 죄악이다. 이를 좌시한다면 앞으로 어떤 의사가 마음 놓고 환자를 진료할 수 있으며 어떤 의료인이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양심과 대의에 몸을 맡길 수 있겠느냐"라고 비판했다.

고 씨는 "교수님들! 선배님들! 동기님들! 의료 윤리를 짓밟는 이 사건에 분노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막아내는 것이 우리들이 배워왔고 또 행해야 할 마땅한 길 아닌가.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무디게 만든 것이냐. 저는 부끄럽다. 자국민을 들것으로 후송하는 사람들과 구급차를 조준 사격하는 집단에게 분노하지 않는 사람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읽고 이를 행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고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대자보 사진을 올렸다. 

다음은 고 씨의 대자보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