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머금고 도라지 꽃 문득 바다가 그립다 어느 거리쯤에서 염세적인 허공만을 헤매다가 등 돌리는 시간 너머 공간에 경계를 허물고 들어서는 푸른빛 바다 우울한 사고의 며칠 동안 암울한 절망이 오히려 환한 거리 무덤 같은 긴 터널에 갇혀있던 봉인된 계절이 움튼다 가난한 낯빛의 바다에도 새로운 계절은 연녹색 새움을 틔우고 물결무늬 사이사이 파란빛으로 너울너울 봄이 열리면 새로운 산란과 생성의 고리 안에 해초들은 더욱 파르라니 푸른 옷 입고 해안가 마을 가득 쿵쿵 내려앉는 가슴 상큼한 봄 바다 내음으로 진동을 하고 바닷가 어귀 조랑말 울음 지천에 밴 새로운 생명들이 순산을 하리라 봄 빛 가득 순산을 하리라 지은이 고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