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591 추천 수 0 댓글 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원래 계획대로라면 난 어제 이 시간 소백산 행 버스에 앉아 있어야 했다. 그러나 난 그냥 집에 있었다. 어찌하다보니 일이 밤 9시에 시작하도록 일정이 잡혔다. 아니 잡았다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원래는 2시경에 일이 하나 있었는데 정중히 부탁을 드려서 다른 날로 옮겼다. 그래서 드디어 평일 산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열심히 검색해본 결과 마침 소백산을 가는 산악회가 있어서 신청을 했다. 아침 7시에 출발해서 저녁 8시에 도착하는 일정이니 딱 좋았다. 그래도 혹시 몰라 재차 댓글로 8시 이전에 돌아올 수 있는지 문의했다. 충분히 돌아올 수 있다는 시원한 답변이 달렸다.

 

마침 충북, 강원 일대에 눈이 많이 내렸다는 기상 보도가 있어 더 설렘 가득했다. 중학 동기가 어제 다녀온 소백산의 설경은 정말 장관이었다. 나 역시 그 장관을 곧 보리라 설레발도 쳤다. 그런데 다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산악회 홈피를 들락날락 거렸다. 사람들이 너무 덜 모여 출발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다행이 5명씩, 7명씩 신청하는 그룹들이 있어서 최소 출발인원은 채워져 출발 확정이 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댓글이 하나 달렸다. 7명이 단체로 신청을 하는데 초보 여성들이라 산행 시간을 한 시간 정도 더 줄 수 있는지 묻는 글이었다. 더 주면 함께 가겠다는 것이었다. 산악회 인솔자는 가급적 충분히 배려해드리겠다고 답글을 올린 것을 확인했다. 뭔가 찜찜했다. 후미기준 6시간을 주는데 거기다 한 시간을 더 주면 아무래도 오고가고 시간이 있어 예정 시간대로 돌아오기 빠듯할지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출발 하루 전 마지막 확인하는 문자가 왔다. 난 혹시나 미심쩍어 8시 이전에 돌아올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러자 전혀 뜻밖의 문자가 왔다. 산행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어 9시 이후 도착할 것 같다라는 안내였다. 난 갈등했다. 그냥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결국 나 놀자고 약속된 일정을 맘대로 펑크 낼 수는 없는 형편이었다. 결국 포기하겠다고 답글을 드렸지만 억울한 맘이 치밀었다.

 

분명 산악회 쪽에서는 먼저 신청한 나보다 뒤늦게 신청한 7명을 선택한 것이다. 12만원씩을 회비로 받는데 한자리라도 더 채워가야 수지타산이 맞는 것이니 산악회 입장에서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당초 약속된 일정을 바꿔가면서까지 진행하는 것은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근시안적인 조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옛 우리 조상들은 견리사의(見利思義)를 가르쳤다. 이익에 앞서 그것이 의로운 일인가를 따져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의 풍토는 견의사리(見義思利)로 뒤바뀌었다. 의로운 일을 봐도 그것이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따지는 세상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나 역시 이런 세상을 탓할 처지가 못 된다.

 

늘 순간의 욕심 때문에 의로움을 저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요즘 다음 아고라에 글을 올리고는 한다. 이왕이면 내 글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길 바라는 욕심이 있다. 그러다보니 여러 방 중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 인기 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 방의 성격과 관계없는 글인데도 그냥 그 방에 올리고 싶은 맘이 들 때가 있다. 분명 똑같은 글인데도 어느 방에 올렸느냐에 따라 조회 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그 뿐만 아니라 아예 같은 글을 여러 방에 중복게시를 한 적도 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감동방에 감동이 없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경제방인데 정치 얘기만 난무하는 현상이 생긴다. 결국 그렇게 되면 초기 몇 번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길게 가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풍토는 전염이 되어 결국 그 방 전체를 혼란으로 빠뜨리고 사람들은 염증을 내며 하나둘 떠나 버릴 것이 뻔하다. 이미 그런 일이 목격되고 있다.

 

결국 견리사의(見利思義)는 늘 이익을 포기하고, 의롭게만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불의한 이익을 취하지 말라는 뜻이다. 당장의 불의한 이익은 결국은 모두의 파멸을 재촉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견리사의해야 하는 까닭은 공동체 모두의 이익을 위해서이다.

 

소백산에 못가는 대신 난 하루 종일 책과 씨름했다. 그동안 정리하지 못한 것들을 훌훌 털어내었다. 가끔 시간을 보면서 지금쯤이면 소백산 눈길을 밟고 있을 텐데. 점심을 먹으면서는 추위에 떨며 컵라면을 먹고 있겠구나 상상도 하고, 오후에는 지금쯤 무사히 내려 왔겠구나 혼자 중얼거렸다. 맘 한 구석은 소백산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7시 무렵 문자가 하나 왔다.

오늘 소백산 저녁 8시 도착 예정. 좀 아쉽네요.”

헐 어쩌라고. 염장 지르는 문자다. 그래도 다시 생각해보니 산악회 대장도 나 때문에 마음이 안 좋았던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욱 치밀어 오르는 마음을 꾹 누르고 답글을 보냈다.

아 정말요? 소백산 설경 잘 보셨나요? 부럽네요. 담에 기회 있겠지요. 돌아오시는 길 끝까지 무사무탈 하시길

 

만약 이 문자를 받지 못했더라면 몰염치에 대해 막 비판하는 글을 썼을지도 모른다. 다시는 그 산악회 안 간다고 동네방네 욕하고 다녔을지도 모르겠다. 쉽지 않겠지만 오늘 하루도 눈앞에 이익에 비틀거리지 않고, 중심을 잡고 정도를 걸으려 애써야겠다.

그게 우리 모두가 다같이 사는 길이라 믿는다.                                                    

                                                                        아고라펌.

  • ?
    김균 2016.02.18 20:06
    이번 일요일 태백산 등산이 잡혀있는데 사람들이 다 모였는지 모르겠네요
    아침 5시에 출발해서 저녁8시에 도착한다나요
    여기서는 거리가 멀어 어쩔 수 없다는데 회비가 자그만치 5만원입니다
    그 비좁은 눈덮힌 길을 앞사람 뒤꿈치만 보고 걷게 생겼어요
    그래도 눈이 왔다니 여기서는 몇 년가도 구경 못하는 설경이잖아요
    우리 동네는 10년만에 눈 한 번 왔어요 그것도 병아리 눈꼽만큼요
  • ?
    옮긴이 2016.02.18 20:24
    김균님이 일등으로 대쉬할줄 알고 있었지요. ㅎㅎ
    겨울 설산의 절경..

    좋컷다
    부럽다
    나두 빨리 퇴직하구 겨울산에 가고싶으다
  • ?
    김균 2016.02.18 23:24

    내가 대쉬 안했으면 얼마나 슬펐을까?


    서대문 앞에 자리 깔아 드릴까요?
    동업합시다 ㅋㅋ

    근데 퇴직하면 백수요
    하긴 백수도 요즘 백수는 과로사한다는데???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45083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74531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89820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121725
1595 "탁'...어~~어! 1 2016.02.16 630
1594 무식이님 그리고 하현기님의 통일관은 도대체 뭐요 9 김균 2016.02.16 635
1593 대표님 5 30억 2016.02.17 629
1592 민주주의와 선거 1 친일청산 2016.02.17 584
1591 [인터뷰] 실향민 개성공단 기업인의 산산이 부서진 꿈 1 뉴즈 2016.02.17 616
1590 부고: 고 박신관 장로님 주님 안에서 잠드셨습니다. (장례일정) admin 2016.02.17 677
1589 하현기님 9 대표 2016.02.17 654
1588 대표님께 질문 하나.. 4 궁금이 2016.02.17 623
1587 북미에는 메노나이트라고 하는 개신교 교단이 있습니다 1 토론 2016.02.17 586
1586 내가 KBS뉴스를 보는이유 1 서유기 2016.02.17 617
1585 중국, 사드 철회 공식요구 1 위기 2016.02.17 576
1584 뭔가 좀 찜찜하다 2 맹구 2016.02.17 649
1583 다시는 얘기 안한다 4 아아! 2016.02.17 625
1582 통일을 뭐 밥먹듯이 하는 거냐? 3 김균 2016.02.17 640
1581 총리는 의외의 뇌순남 1 질문 2016.02.18 618
1580 하현기님 통일도 중요하지만 이 목사님 석방을 위한 탄원기도가 더 절실해보입니다. 11 대표 2016.02.18 589
1579 이런 시험문제 ( 정답맞추어 보기....) 1 지혜맘 2016.02.18 542
1578 통일에 필요한 이야기 하현기 2016.02.18 614
1577 이만갑은 무엇인가 4 하현기 2016.02.18 674
1576 북은 존재하지도 않은 것 마냥 진행되는 통일론 2 책과 생각 2016.02.18 530
1575 장정산은 북한을 사랑하는 대한민국 애국자 2 하현기 2016.02.18 604
» 이익과 의로움 그 사이에서 선택은? 3 일상생활 2016.02.18 591
1573 순진한 건지 아님 멍청한 건지 3 김균 2016.02.18 700
1572 제206회 평화연찬 1부. 장애인 수발드는 이야기 박문수 2부. 설문해자에서 살펴보는 긍휼의 뜻 이소자 3부. 우리시대 ‘틀’과 우리들의 ‘결’ 최창규 2 최창규 2016.02.19 564
1571 하현기님 1 대표 2016.02.19 630
1570 오래만에 바라본 단어, "통일" 1 납득이 2016.02.19 552
1569 하현기 선생님께(1) 2 진실은무엇인가 2016.02.19 660
1568 하현기 선생님께(2) 1 진실은무엇인가 2016.02.19 643
1567 하현기 선생님께(3) 진실은무엇인가 2016.02.19 543
1566 재미 정형외과의 오인동박사....밖에서 그려보는 통일의 꿈. 통일 2016.02.19 640
1565 하현기 선생님! ...꼭 보시고 생각의 폭을 넓혀 보세요^^ 1 개성공단과사드 2016.02.19 618
1564 검은 구름은 다가오고 하주민 2016.02.19 647
1563 통일 논 하기전에 이것부터 먼저 알아야 ! 1 삼팔선 2016.02.19 574
1562 통일 논 하기전에 이것부터 먼저 알아야 ! 2 삼팔선 2016.02.19 525
1561 통일 논 하기전에 이것부터 먼저 알아야 ! 3 삼팔선 2016.02.19 602
1560 우리나라에 제2의 노무현 대통령이 나올 수 없는 이유 13 인문학 2016.02.19 634
1559 세계 최고 수준의 뉴욕의 디자이너 비디오 그래퍼가 찍은 고퀄리티 평양 비디오 (HD) 2 우리 2016.02.19 657
1558 신사참배 거부하고 순교한 ‘참 기독인’ 주기철 목사, 영화 ‘일사각오’ 3월 개봉 목사의본 2016.02.19 629
1557 18대 대선선거무효소송 재판 지연 대법관 탄핵소추안 발의 청원 친일청산 2016.02.19 653
1556 오랫만에 2 바다 2016.02.19 667
1555 내가 장담 을 하나 하는데 11 박성술 2016.02.20 802
1554 정부와 검찰은 밝히지 못하는 세월호의 진실 단원고 2016.02.20 609
1553 하현기님 통일은 이렇게 시작하는 것입니다 통일로 2016.02.20 574
1552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의 만남 3 통일로 2016.02.20 439
1551 남북 정상회담 김정일 집중취제 통일로 2016.02.20 469
1550 당나귀의 꾀 우화 2016.02.20 713
1549 박신관 장로님를 보내 드리면서 <추모사> 전용근 2016.02.21 1722
1548 아줌마 채널좀 돌려봐요 명태 2016.02.21 593
1547 개성공단건설에 노가다로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몇마디 4 노동자 2016.02.21 464
1546 요즘 MBC 뉴스 근황 홍위병 2016.02.21 649
1545 국민정보원 13회 - 세월호와 무지개공작 대한 2016.02.21 600
1544 강자. 보통사람. 약자 4 사회 2016.02.21 642
1543 그래도 박근혜대통령을 존경스럽게 바라보아야합니다. 10 file 대표 2016.02.21 671
1542 개성공단 폐쇄철회 국민 대모가 일어나기를 바라시는 하현기님께 8 맹구 2016.02.21 534
1541 곰솔 님 이 "사역자 재, 길들이기 교육장" 을 하나 만들자 고 한다 4 박성술 2016.02.21 692
1540 동주 5 바다 2016.02.21 622
1539 와 대박 ... 1 이런 사람 2016.02.22 643
1538 한국의 사드 배치, 아베 신조가 웃는다 3 file 친일치적 2016.02.22 656
1537 프란치스코 교황 "물신숭배는 '악마의 배설물' " 종북좌파 2016.02.22 572
1536 북, “남 유엔자격 발언에 '식민지 주제에' ” 역공 7 유엔공개회의 2016.02.22 649
1535 j9f3f6c6 님 2 김원일 2016.02.22 657
1534 국회의장 "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임박 " 7 기본권 2016.02.22 617
1533 필리버스터- 국회연설 생중계 1 팩트TV 2016.02.23 592
1532 "사드, 한반도서 3차 세계대전 일어날 수도" 3 뉴즈 2016.02.23 607
1531 박근혜가 초래한 '4차 조선전쟁' 위기 1 뉴즈 2016.02.23 649
1530 7시간째 필리버스터 은수미 의원, 고문 후유증 시달려..폐렴에 장 절제 수술까지 2 희생자 2016.02.23 635
1529 자서전 쓰는 법 4 바다 2016.02.23 655
1528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1 filibuster 2016.02.23 641
1527 2016년 3.1절 97주년, 광복절 71주년...처단되지 않은 친일파 친일청산 2016.02.23 730
1526 통일이 보인다 17 하현기 2016.02.24 630
Board Pagination Prev 1 ... 198 199 200 201 202 203 204 205 206 207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