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하신
힘을 믿고
기이한 길을 외우고
시 몇 줄 쓴 덕에
밤새 달린 기차가
청량리를 알릴 때
두근대던 설레임은
교문리 배꽃 날리던
언덕배기를 본 순간
작은 가슴을 오그라들게 했다
선배들은
육상도 잘하고
동화도 잘하고
과목시험도 잘 해서
종합우승을 했는데
나는 가데스바네아로
잊지못할 망신을 당하고
시도 낙방했다
무덤덤하게
남산도 가고
창경원 동물도 보고
날으는 비행기도 탔다
민박했던
서울삼육 정정자 언니는
헤어질 때
우리 다시 만날때 까지를 피아노치면서
불러줬는데
훗날 찾으려고 방을 붙여도
아는 사람이 없다
처음 들은
서울지명 전농동 낡은 한옥 골목
아련한
흑백사진의 시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