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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 종북주의자다. 나 빨갱이다.”
(서프라이즈 / 화씨911 / 2011-04-30)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북한인권법 국회 상정을 반대하자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당신은 종북주의자”라고 일갈했고 이에 박 대표가 “그래, 나 종북주의자다. 빨갱이다.”라고 대답했다는 뉴스가 조선일보와 수구꼴통 인터넷매체인 뉴데일리 뉴스타운 독립신문 등에 줄줄이 등장했다. 선거 패배에 갈 길을 모르던 수구들의 먹잇감이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거의 한 달 가까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농협의 해킹사태가 북한의 소행으로 잠정 결론이 내려졌다고 보도되고 있다.

천암함 침몰을 북한의 소행이라고 단정한 보수들의 ‘폭침’ 공세가 이제 농협 전산망 해킹사태로 치환되기 직전이다. 따라서 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모든 사람들은 또 종북주의자, 빨갱이로 몰릴 것 같다. 천암함 침몰사태가 벌어진 지 1년도 넘은 시점에도 강원도지사 선거 토론회에서 엄기영이 최문순을 몰아붙인 유일한 논쟁거리였던 것처럼.

반북 수구들의 이런 행태들을 보면서 나는 이제 정말 아래 4가지 의문이 갖지 않을 수 없다.

1. 정말 북한은 우리 해군과 한미연합사 소속의 미군 레이더망이나 감시망을 뚫고 소리없이 우리 영해로 잠수정을 침투시키고 어뢰를 발사할 수 있는 고도의 정밀기술을 가진 나라일까?

2. 정말 북한은 세계 최고의 IT 기술국가임을 자부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실력을 능가할 IT기술을 가진 IT선진국일까?

3. 또 좀비PC들을 무차별 동원, 정부 주요기관과 청와대 컴퓨터 등 국내 주요 컴퓨터 시스템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디도스 공격을 할 수 있는 실력과 기술을 북한은 갖고 있을까?

4. 그렇다면 앞으로 이런 기술 선진국인 북한을 배워야 한다고 나오는 ‘종북주의자’들은 과연 없을 것인가?

천암함 침몰 원인분석을 위해 동원된 미국을 비롯한 기술 선진국 분석팀과 우리 국방부의 결론은 “천암함은 북한 잠수정의 소리없는 침투에 의한 어뢰공격으로 침몰되었다”이다. 이 결론대로 따르자면 북한의 잠수정 침투 기술이나 어뢰제작과 발사 기술은 세계의 어떤 기술 선진국도 따라갈 수 없는 초정밀 기술국가가 북한임을 인정해야 한다.

한 달 가까이 국내 전 IT 기술자들을 동원, 복구 노력을 기울였지만 끝내 완전복구에 실패한 농협 전산망 해킹 사태의 원인이 북한 측의 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잠정결론에 도달한 검찰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북한은 이미 한국의 IT기술을 넘어선 IT기술 선진국이다.

▲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가 북한 소행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한 네티즌이 패러디 한 사진을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오늘(30일) 검찰이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의 주체가 북한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국내 각 언론들은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검찰은 이번 농협 해킹에 사용된 중국발 IP(인터넷 프로토콜)들의 상당수가 2009년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 때 쓰인 중국 IP와 일치했다고 한다. 따라서 해킹의 주체도 일반인이 아닌 정치적 목적을 가진 집단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일반인이 아닌 정치적 목적을 가진 집단이라고 두루뭉술 지적한 그 ‘집단’이 북한임을 명시하는 일만 남았다. 그리고 그 일은 이제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들이 맡아서 할 것이다. 결국, 해결할 수 없는 미완의 사건에 대한 주범은 또 북한이 될 판이다.

이래서 나는 또 이런 생각을 해본다. 아직도 해결 난망인 ‘화성 연쇄 부녀자 피살사건에 대한 소행도 고도로 훈련된 북한 공작원들의 짓’이며 ‘북한은 남한의 사회혼란을 위해 이런 무차별적 살인행위도 서슴지 않는 집단’이라는 신문기사가 등장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또 있다. 집은 남아돌아 분양시장과 매매시장은 꽁꽁 얼어붙어 있음에도 전세 시장만 매물도 없고 전세가는 계속 오르기만 하는 현상에 대한 분석 기사가 그것이다. 즉 ‘남한의 사회혼란을 노린 일부 종북주의자들, 특히 강남좌파, 분당좌파, 용인좌파, 목동좌파, 일산좌파 등 소수 좌파들이 무차별적으로 전세값을 올린데서 비롯된 현상’이라는 기사도 곧 나올 것만 같다.

이뿐인가? 물가고, 특히 농축수산물 같은 서민식탁과 밀접한 생계형 물가의 오름세 역시 일부 농축산물 생산 및 유통업에 종사하는 종북주의자들이 소행이라는 분석도 기대된다. 즉 ‘사회혼란과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방해하려는 일부 종북주의자들이 일시적으로 생산과 출하를 조절하는 등, 정상유통 구조를 흔들어 생긴 현상’이라는 분석기사가 그것이다.

앞으로 있을 노동계 춘투, 지금껏 그래 왔듯이 일본 원전 사태 후 방사능비에 대한 우려나 농산물의 방사능 오염에 대한 우려까지…. 이를 전파하고 확대하는 세력 또한 국내의 사회혼란을 노린 종북주의자들 소행이며, 이런 행위들을 하는 모든 사람은 빨갱이라는 극도의 이념공세가 코너에 몰린 한나라당과 수구들의 마지막 반격 무기가 될 것 같다.

그래서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종북주의자 또는 빨갱이가 되는 것도 두렵지 않다. 정부가 이미 세계 최고, 최대의 전략무기 생산 기술국가로 북한을 인정했다. (이는 우리 정부만이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잠수정 및 어뢰 생산 선진국의 기술진까지 인정했다)

세계 초일류 IT 기술을 보유한 우리 기술진도 완전 복구가 불가능하게 만든 농협 전산망 마비사태까지 일으킬 수 있는 IT기술을 보유한 국가가 북한이다. 나는 이런 기술 선진국의 기술은 우리가 배워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지원도 당당히 “나는 종북주의자이며 빨갱이”라고 발언했는지도 모른다. 물론 박지원의 이어진 해명은 김무성의 이념공세가 가당찮아 “그래서 어쩔 건데?” 수준의 응대였다고 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 등 수구매체들은 ‘옳지 잡았다’고 쾌재를 부르고 ‘너 이제 죽었다’고 선전포고한 뒤 무차별적 죽이기가 한창이다. 참 한심한 대한민국이다. 그렇지만, 쬐끔 두렵다. 이런 제목으로 글을 썼다고 나 또한 검찰이 잡으려나 오지 않을지….

 

화씨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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