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와 살육을 그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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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장 태(서울대 종교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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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교수의 『문명과 바다』(2002, 산처럼)에는 유럽의 주도로 바다에서 근대세계가 형성되어가는 과정을 모험과 폭력으로 엮어지는 한 편의 드라마로 펼쳐 보여주고 있다. 에스파니아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해 가는 과정의 폭력은 참혹함의 극치를 이루었던가 보다. 쿠바의 어느 추장은 도망 다니다가 붙잡혀 사형을 당하게 되었는데, 말뚝에 묶인 그 추장에게 프란체스코회 수사가 다가가서 처형되기 전에 기독교 교리를 강론하였다 한다. 이 때 “기독교 신앙을 갖지 않고 죽으면 지옥에 가서 영원한 고통을 당하게 된다”는 수사의 말을 듣고서, 추장은 “기독교도들은 모두 천국으로 가느냐”고 물었다 한다. 수사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추장은 “그렇다면 나는 차라리 지옥으로 가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대목을 읽다가, 가슴에 충격이 와서 책을 내려놓고 눈을 감은 채 한동안 멍하게 있었던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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