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습니다! 교육적이고 실리적인 방향을 잡아 주시면 결코 비켜가지 않고 겸손하지 않겠습니다. 가능한 의문의 요지에 맞게 답변을 하겠습니다. 상당히 충격을 받으셨군요. 좋은 현상입니다. 아마도 님이 논쟁을 전문으로 하는, 특별한 환경을 지나오지 않은 이상 지난 생애 중에 직접적이고 강도 있는 지적과 비판은 경험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지금 님은 밖에서 들여다보는 자신의 내면세계에 대한 통찰에 부정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유쾌치 않은 확인을 받고 싶은 것이 이러한 논쟁의 유발로 표현되어 지는 것입니다. 님은 스스로를 진보 진영으로 생각하고 저를 전통 보수로 여기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그러나 님은 자신의 생각처럼 이상적인 진보도 아니고 탁월한 신앙의 소유자도 아닙니다.
세속사회는 진보와 보수의 경계를 나누며 공존하고 있지만 그야말로 그런 이분은 학문적 줄기와 세속시야에서 나온 생각입니다. 신앙에 대한 진정한 미시적 시야를 가진 사람은 그렇게 이분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나누냐는 이미 님의 이항 도표를 차분히 참고하시면 됩니다. 한 마디로 님은 참 신앙 안에 거하고 있지 않습니다. 어떻게 아냐고 유아적인 질문을 하시지 말기 바랍니다.
저는 개인적인 질곡의 지난 궤적을 통하여 현대교회의 난기류와 특별히 목회사회에 흐르는 저변 기류에 대한 이해에 민감한 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님과 나눈 한두 달의 적지 않은 대화에서 님에 대한 진면목을 충분하게 유추할 수가 있습니다. 저 자신도 목회의 길이 최선의 길로 생각했던 과거가 있었고 한 때 그 선봉에 서보기도 했습니다. 지금 저는 목회자가 되지 않았지만 성도가 되어 있고 제자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세계를 얻은 것처럼 만족해 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지혜로 헤아리기 어려운 “한 인간의 최선의 길”을 관조해 보며 제 자신을 그 속에 넣어보면 지난 세월의 반추가 얼마나 감사하고 감격스러운 일인지 조금씩 헤아려지기 시작합니다. 저는 님을 아까운 사람으로 여기며 또한 님의 빈 공간을 분명히 직시하고 있습니다. 우선 물꼬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이 정도 적습니다. 서두를 일도 있고 해서 아직 본론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답변을 보며 더 적극적인 응답을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