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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위생병원 구내에 함께 사셨다.


사람들은 어르신을 Ruth 박이라 호칭했다.
룻의 첫 운명은 받아들이시고
그의 두 번째 운명은 거부하셨다.

간호사복을 입으신 모습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출퇴근 때는 늘 우리 집 앞을 지나가셨다.


타박타박 걸으셨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
그 표현처럼 느릿느릿 힘없는 걸음은 아니셨기 때문이다.
총총걸음이셨다고 하기에는 조금 피곤해 보이셨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러나
그 자애로운 미소다.
인사드리면
웃으시며 고개를 살포시 내리시고
인사를 받으셨다.

상해 간호학교 어머니 선배시고

그래서 어머니는 어르신을 언니라고 부르셨다.
그 언니는 어머니 장례식에서 기도해 주셨다.

아, 그 세대와 함께 저렇게 가시는가.

타박타박도 아니고
총총걸음도 아닌

그 특유의 걸음걸이로
저렇게 가시는가.

격랑의 시대를 사신 영혼만 알고 있는
저 미소를 띠고

저렇게 가시는가.

평안히 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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