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진 신학자, 제가 좋아하는 신학자 Marcus J. Borg 교수가 최근에 쓴 소설, <Putting Away Childish Things(2010)>(어린 아이의 일을 버렸노라)를 요 며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자기의 신학적 입장을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의 입을 통해 부드럽게 표현하여 독자들이 스스로 현대 신학의 흐름을 체득하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Borg 교수에 대해서는 제가 쓴 <예수는 없다>에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여기 나오는 주인공 중 Erin이란 여학생이 있습니다. 이 여학생은 교내 보수주의 기독학생들의 모임인 The Way 라는 클럽 회원으로, 그 클럽의 영향을 받아 이른바 근본주의 기독교인, 속칭 꼴통 기독교인이 되었습니다. 소설에서는 이 여학생이 그 학교에서 종교학을 가르치는 Kate Riley 교수의 강의를 들으면서 그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던 이런 보수 신앙에서 점점 풀려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 결정적인 단계를 소설에서는 대략 이렇게 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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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n은 Riley 교수의 강연을 들으면서 자기가 당연하게 여기고 있던 것들이 조금씩 흔들리는 것을 느끼며 혼란해 했다. Riley 교수가 하는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지만, 보수 기독학생 클럽 The Way에서 가르치는 것을 그대로 믿을 때의 그녀가 느낄 수 있었던 확신이 그대로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모든 것을 똑 부러질 정도로 분명하게 설명해주는 것, 자기가 구원 받았다는 것을 확신하는 것, 그것을 고맙게 여기며 살아갈 수 있는 것, 이런 것들이 정말로 마음 든든함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The Way에서 모든 사람을 "구원 받은 우리(us)"와 "우리 똑같이 믿지 못하는, 그래서 구원 받지 못한 그들(them)"이라는 두 범주 중 하나로 나누는 것까지도 어느 정도참을 만했다. 자기 부모와 자기 동생이 이들이 말하는 "them"에 속한다고 믿어야 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그러나 이렇게 사람들을 두 가지 범주로 나누며 마치 "전쟁하는 듯한 태도(warlike mentality)"로 임하는 보수 기독학생들에 대해 Erin은 점점 질력이 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은 더 많은 학생들을 자기들 모임에 끌어올 수 있게 해 달라고만 기도할 뿐, 다른 학생들의 생각이나 의견에 전혀 귀 기울일 자세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자기들은 종교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고 더 이상 다른 이들로부터 배울 것이 없다는 식이었다. 진리를 독점하고 있다는 독선적 태도가 역력했다.
Erin이 Riley 교수의 강의를 듣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그녀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감시병처럼 그녀를 감시하면서 강의의 위험성을 경고해 주었다. 그러나 Erin은 Riley 교수가 가르치는 것에서 자기가 의문시 했던 많은 것들이 해결되는 느낌이 들었다. 도저히 그 교수를 그 보수 친구들이 말하 듯 진리를 대적하는 원수로 여길 수가 없었다. 결국 그 교수가 가르치는 것처럼 기독교인되는 길도 여럿이라는 것, 성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것, 세상을 우리와 그들로 양분할 필요가 없다는 것 등을 깨닫게 되었다.(110~111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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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보수 기독교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아군과 적군으로 나누어 싸우는 대결 구도로 보고 이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그리스도인이 쟁취해야 할 승리의 삶이라 여기는 것입니다. 자연히 삶이 각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평화, 생명, 화해, 협력, 대화, 자애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지요.
시간이 되시면 이 책을 읽어보시기 부탁드립니다. Riley 교수의 강의실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 들 것입니다. 저는 많은 경우 제 경험을 이야기하는 듯하여 아주 재미있게 읽었지요. 물론 Riley 교수의 강의를 통해 기독교의 더 깊은 뜻을 알게 되실 것입니다.
제가 리자이나 대학교에서 가르칠 때 제가 가르치던 과목들은 거의 다 들었던 Erin이라는 여학생이 있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지금도 facebook 으로 소식을 전해옵니다.
마커스 보그의 신간 재미있겠네요.
책을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