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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라 올라오는 글이 별로 없네요.

전에 썼던 글 하나 올립니다.  즐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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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말의 전도(顚倒)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염불(念佛)이란 부처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다. 불교 종파들 중 정토종(淨土宗)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종파에서 받드는 경전인 <정토경>에 의하면, 한 때 ‘다르마카라’ 혹은 법장(法藏)이라 하는 청년이 있었다고 한다. 이 청년은 장차 부처가 되겠다는 간절한 소원을 품고 있었다. 이 경전의 중국 번역에 의하면 그는 48종의 서원을 했는데, 그 중 소위 ‘18번’이 왕서원(誓願王)으로서, 불쌍한 중생들이 어디서나 지극 정성으로 자기의 이름을 부르면 그들을 이 사바 세상에서 우주 서방에 있는 정토(sukhāvatī)라는 극락세계로 옮겨 나게 해 주겠다는 서원이었다.

 

정토종에서는 이 청년이 정말로 나중에 그의 소원대로 부처가 되었다고 믿는다. 이 부처의 이름이 ‘아미타바’, 일명 ‘아미타유스’다. 무한한 빛, 무한한 생명이라는 뜻이다. 한문으로 번역하여 ‘무량광(無量光)’ ‘무량수(無量壽)’라 한다. 이제 우리의 할 일은 그의 서원을 굳게 믿고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 ‘나무아미타불’하는 것은 바로 이 부처님의 이름을 부름으로 서방 극락 정토에 왕생(往生)하려는 간절한 기원의 표현이다.

 

어느 의미로 보아 이것은 믿음의 극치다. 세상의 모든 욕심이나 잡념을 떠나 오직 아미타불의 이름만을 수천 번, 수만 번 쉬지 않고 반복해서 부르는 것은 마음과 뜻과 정성을 한 군데 모으는 것--그리하여 새로운 의식의 세계에 몰입하는 경지를 체험하려는 것이다. 일종의 기도다.

 

정토 사상을 신봉한다고 하면서 이렇게 핵심적 요소인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절간 재회(齋會) 때 먹는 잿밥 얻어먹는 데만 마음이 가 있으면 절간엘 아무리 열심히 다녀도, 아예 거기 가서 산다고 해도 참된 의미의 종교와는 아직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입으로 염불을 외우고 있더라도 마음은 먹는 데 가 있기 때문이다. 영적 가치가 아니라 물질적 가치가 ‘궁극 관심’일 뿐이다.

*

그리스도교 종파 중 동방 정교 계통에는 ‘예수의 기도(Jesus Prayer)’라는 것이 있다. 필자가 번역한 <예수의 기도>(대한기독교서회, 2003)이라는 책에 보면 한 무명의 러시아 순례자가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바울의 말에 따라 ‘주 예수 그리스도 제게 자비를 베푸소서’하는 기도를 하루에도 만2천 번, 혹은 그 이상 반복하므로 깊은 종교적 체험의 경지에 이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예수의 기도’가 그리스도교의 핵심인가 하는 문제는 신학적 입장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기에 그 문제는 논외로 하자. 편의상 그리스도교의 핵심을 ‘예수를 따르는 것’이라 한다면 우리가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은 우리도 예수를 따르는 데는 마음이 없고 ‘예수를 팔아먹는 데만’ 마음이 있는 것 아닐까 하는 것이다.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님은 단도직입적으로 ‘너희 중에 한 사람이 나를 팔리라’고 했다. 제자들이 모두 근심하는 목소리로 ‘주여 내니이까?’하고 물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은 이 순간을 포착한 것이라 했던가?

 

우리는 물론 그 때 예수님이 지적하신 ‘그 한 사람’이 바로 가룟 유다였다고 하는 것을 다 알고 있다. 그가 예수님을 은 30량에 팔았다고 하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최후의 만찬 그림을 볼 때마다 식탁 끝자락에서 돈주머니를 잡고 있는 유다를 찾아내고 그가 바로 ‘예수님을 팔아먹은 자’임을 확인하고 그를 정죄한다. 그리고는 내가 예수를 팔아먹은 자가 아님을 인해 안심한다. “주여 신자 되기 원합니다. 참맘으로, 참맘으로... 유다처럼 안 되기를 원합니다. 참맘으로, 참맘으로”하는 노래도 목청을 돋우어 힘차게 부른다.

 

가룟 유다가 예수님을 팔았다고 할 때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었을까 하는 것도 역시 신학적 논의의 대상이다. 이런 논의와 상관없이 ‘예수님을 팔아먹었다’는 것이 ‘예수님 덕으로 내 욕심을 차리겠다는 마음을 품는 것’ 쯤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과연 예수님을 팔아먹은 자가 가룟 유다뿐일까 하는데 생각이 미치게 된다.(참고: 유다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자세한 것은 최근에 나온 <유다 복음>과 필자가 <불멸의 15인 맞장 인터뷰>(서해문집, 2008)에 쓴 ‘세상 죄를 지고 가는 또 하나의 어린양’이라는 글을 참조할 수 있다.)

 

우리는 예수님을 팔아 물질적인, 혹은 세상적인 가치를 추구하려 하지 않는가? 예수님을 팔아 목사라는 직업을 따내려 하지 않는가? 장로 직이나 집사 직으로 우그러진 에고를 부풀려 하지 않는가? 예수님 덕으로 사업의 번영을 꾀하려 하지 않는가? 예수님의 이름을 팔아 병자를 고쳐준다고 하며 뭔가를 받아내려 하지 않는가? 성가를 부르고 성화를 그려 없는 이름을 새로이 날리거나 떨어진 인기를 다시 끌어올리려 애쓰지 않는가? 기타 이런 저런 방법으로 예수님의 이름에 빌붙어 먹고 사는 사람들이나 예수님의 이름을 팔아 뭔가 이득을 얻어내려고 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불교 종단에서, 교회에서 그렇게도 요란한 잡음이 울려 퍼지는 것은 잿밥만 가지고 서로 많이 먹겠다고 혈안이 되어 있거나 예수님을 팔아먹는데 신경을 너무 집중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우리도 이제 다시 한 번 심각하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주여 내니이까?’*

  • ?
    student 2011.09.28 23:52

    빈배님,

    전에 읽었는데 미처 댓글은 달지 못했습니다.

    님의 글 정말 마음에 와 닫습니다.

    같은 logic 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 보면

    "예수 이름"으로 이것저것 달라고 하는 요구,

    "예수 이름"으로 악착 같이 "하늘 나라" 가겠다고 하는 것도

    결국 "예수님을 팔아먹는" 행위 일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수"의 진정한 이름은 이타적인 사랑인데 그 이름으로 이기를 추구 하는 우리들 모두가

    예수를 파는 행위에 동참한 것이 아닌가, 깊이 반성해 봅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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