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구 씨 얼굴에 방석 던지던 날

by 김원일 posted Oct 08, 2011 Likes 0 Replies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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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십 년 전이었나.

우연히 일요일 아침 방송을 보는데

이상구 씨가 썰을 풀고 있었다.

 

다른 생각은 나지 않고

이것 하나 생각난다.

 

요즘 한국에서

무얼 바꾸어 보겠다고

데모들을 하는데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 아니고

우리의 개인적, 공동체적 행복은

새로운 식생활 방식에 따른

새로운 삶을 사는데 달려 있다.

 

, 대충 그런 내용이었다.

 

나도 한 성깔 하는 놈이라,

데모는 데모하는 사람들한테 맡기고 건강 강좌나 하세요, 하며

소파에 앉아 등에 대고 있던 방석을

텔레비전 화면에 집어던졌다.

 

이상구라는 사람에게 던졌다기보다는

그가 말하는 내용이 어처구니가 없어

날려보낸 방석이었다.

 

일 년여 전

나도 어디 가서 썰을 풀 일이 있었는데

청중 속에 앉아 있던 이상구 씨가

점심 먹는 시간에 도전해 왔다.

 

바울에 대해 내가 뭐라고 씨부렁대며,

개인의 실존적 문제만 끌어안고 고민할 것이 아니라 세상도 바꾸어야 한다고 푸는 썰에

불만이 있었던 그가

뭐라고 도전해 왔던 것이다.

 

당신이나 나나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야기를 나누며 뭐 속으로 혼자 그랬던 것 같고,

던질 방석은 다행히도 없었다.^^

 

 

이것도 한 이십 년 전이었나,

어느 안식일, 내가 청소년 목회했던 로마린다 한인교회에 우연히 갔더니

영어권 예배에서 마침 그가 설교했다.

 

으레 그렇듯 그날도

건강에 관한 의학 이야기와 성서 이야기를 섞은 퓨전 설교였다.

 

의학 얘기는 기억나지 않고

성서 이야기는 욥기가 주제였는데

그것도 뭐라고 했는지 내용은 잊었으나

내가 어떤 반응을 했는지는 기억한다.

 

욥기를 의학에 꿰맞추며 풀어나가는 궤변에 황당해하면서

물끄러미 그를 보며 듣고 있었다.

 

내 옆에 앉아 있던 한 보건대학 대학원생이

설교 도중 갑자기 나를 보며

지금 저 사람이 하는 병리학에 관한 저 말,

저건 너무도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어처구니없어했다.

나는 모르는 분야이니 뭐라고 언급할 수 없었고,

그래서 그냥 씩 웃었다.

 

점심 먹는 시간에

마침 그날 거기 왔다가 그 설교를 들었던,

캘리포니아 북쪽 어떤 이름 거창한 의과대학에 다니는 남녀 한 쌍이 내게 물었다.

설교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글쎄, 의학 부문은 내가 모르는 이야기니 언급할 수 없으나

저 사람

의학을 욥기 풀 듯하면

큰일 낼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했다.

 

둘이 마주 보며 웃더니

자기들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 했다.

 

욥기 이야기는 자기들 분야가 아니어서 모르지만

성서 읽기를 의학 얘기하듯 저렇게 하면 큰일 낼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는 거였다.

 

 

 

 

이상구 신드롬이 한창 기승을 부리던 80년대였던가, 90년대였던가,

신문 만화 <왈순아지매>의 남자 주인공이

건강식 하며 열심히 운동한 결과로 엔돌핀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것을 느끼다가

이순자(전두환 짝패)가 부정으로 숨겨둔 엄청난 땅이 또 발견됐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아드레날린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 걸 느끼는 걸 봤다.

어디 오려 놓았었는데 없어진 것 같다.

 

 

 ------------

 

 

Placebo 효과가 되었든 뭐가 되었든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거라면

다 하시기 바란다.

 

내가 애청하는 좌파 방송에도(KPFK 90.7 FM)

대체의학을 권장하는 프로그램이 자주 나온다.

그러나 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 어느 누구도

사회문제 도외시하고

그저 건강 챙겨 행복하라는 말 안 한다.

 

 

정통의학이 되었든

대체의학이 되었든

Placebo 효과가 되었든

All of the above 퓨전 짬뽕 잡탕이 되었든

좌우간 몸에 좋은 건 다 하시기 바란다.

 

어찌 되었든, 할 수만 있다면,

건강하게 오래 살고 볼 일 아닌가.

 

 

 

문제는

합리적이고 타당성 있는 논리와 실천인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문제는

운동 열심히 하고

건강식하고

엔돌핀 올리는 것까지는 좋은데


이순자 패거리가

월가 짝패들이

우리 아드레날린 올라가게 하면

그 아드레날린을 껴안고 울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 눈물이 우리 생명을 십 년 단축한다 해도.


예수가 십자가 위에서

엔돌핀, 아드레날린 수치 따지고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이상구 씨가 요즘 성경을 어떻게 얘기하고

어떤 성경 구절을 어떤 의학 이론에 접목해 썰을 푸는지 모른다.

도대체 듣지를 않으니 알 수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문제는

우리가 인간의 행복지수를 어떻게 측정하느냐 하는 것이다.

 

사회문제는 내버려 두고

열심히 엔돌핀 올려 오래 살고 싶으면

그렇게 하시라.

 

누가 말리겠는가.

 

 

나는

이상구 씨 말에 별로 귀 기울여 본 적 없고

그가 하는 의학, 건강 얘기 별로 관심 없다.

 

 

세상을 바꾸자며

동시에 건강에 도움되는 말 하는 의사들

얼마든지 있고

나는 그들로 족하다.

 

그렇다고

의사의 정치의식부터 점검하고 내 몸을 맡기는 건 물론 아니다.

내가 정기적으로 보는 의사 둘이 있는데

하나는 남미, 하나는 아프리카 출신이다.

둘 다 정치적으로 꽤 보수적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방석을 던지지도 않고^^

보수적이라는 이유로 의사를 바꾸지도 않는다.

 

 

 

다만, 안식교인이다 보니

이상구 건강 세미나에는 와글와글 모여들고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놓고 고민해 보자는 모임은

눈을 씻고 찾아보려 해도 안 보이는 이 교단의 몰골이

서글플 뿐이다.

 

 

한 성깔 하는 거

나이 먹는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구태여 없애려고 하지도 않는다.

경우에 따라 다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래서 얘긴데,

나이를 먹다 보니 깔고 앉는 방석도 늘어나지만

그 방석을 던질 얼굴 안 보이는 것도 축복이다.

아니, 많이 보인다.

그러나 그들 모두 내 방석에 맞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지 않아

다행이다.^^

 

 

하기야,

옆 동네 있을 때

나도 나한테 던지는 방석에 많이 얻어맞았고

날아오는 것이 비단 방석뿐이 아니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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