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입력 : 2016.01.04 16:49:14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연구하는 교수들이 지난달 28일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외교장관 합의를 “외교적 실책”이라고 규정하고 파기를 촉구했다. 이들은 국내외 학자와 활동가들이 모여 ‘일본군 위안부 연구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연구회 설립추진모임(추진모임)은 4일 입장문을 통해 “12·28합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가해자가 자신의 편의대로 사죄의 방식과 범위를 일방적으로 정하고서 피해자에게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것은 ‘오만한 폭력’ 이외에 그 무엇일 수도 없다”고 밝혔다.
김창록 경북대 교수, 정진성 서울대 교수, 이나영 중앙대 교수 등으로 이뤄진 추진모임은 지난달 9일 박유하 세종대 교수의 저서 <제국의 위안부>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던 전 세계 380여명의 연구자와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연구회를 설립할 계획이다.
추진모임은 위안부 문제의 핵심은 “수많은 여성들에게 성노예를 강제한 범죄에 대한 일본의 국가책임”이라면서 “일본은 사실 인정, 사죄, 배상,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12·28합의에선 이같은 사실이 명확하게 인정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의 내용 역시 1995년 일본이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을 설립할 당시 내각총리대신의 편지에 담긴 내용과 비교해 볼 때 “어떤 새로움도 담고 있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합의 내용 중 “일본 정부의 10억엔 출연은 ‘법적 책임’을 부정했기 때문에 ‘배상금’이 될 수 없다”며 “사실·책임의 인정과 사죄·배상의 측면에서 이번 합의는 1995년 국민기금 당시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1995년에)실패한 방식을 20년이 지난 지금 피해자들에게 받아들이라고 하는 것은 또 하나의 커다란 아픔을 추가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추진모임은 이번 합의를 “되로 받고 말로 준 ‘외교 참사’”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한국정부가 이번 합의를 통해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확인해 준 이상 앞으로 이 문제를 일본에게 국제사회에서 추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12·28합의를 통해 일본 정부가 새롭게 진 의무는 10억엔 출연 뿐이지만 그것을 받아낸 한국 정부가 보증해준 것은 어마어마하다”고 밝혔다.
추진모임은 “12·28합의는 한일 과거청산이라는 문제가 실로 커다란 과제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반면교사”라면서 “특정 시점의 정부 사이에 외교적 ‘담합’을 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출처: 경향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