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는 하루에 100% - 억지로 빌려주고 며칠간 피해… 일주일쯤 지나 수십만원 요구

갈취하는 물건도 다양해져 - 무선 데이터 요금 부담하는 스마트폰 '와이파이 셔틀' 등장

음란물 바치는 '야동 셔틀'도


학교폭력의 주범인 일진(一陳·폭력 조직 또는 그에 속한 학생)이 피해 학생들을 갈취하는 수법이 다양하고 잔혹해지고 있다. 고리대금업자 뺨치는 '사채놀이'까지 등장했다.

예 컨대 1000원을 억지로 손에 쥐여 주고 내일까지 2000원을 갚으라고 하고, 다음 날 또 안 갚으면 4000원으로 빚을 올리는 식이다. 또 피해학생이 돈을 갚으려고 찾아가면 일부러 피한 뒤 "돈을 제때 안 갚으니 10만원을 내라"고 협박하기도 한다.

학생들 간의 사채놀이에서 오고 가는 금액이 아직은 크지 않지만, 피해 학생에겐 자살 충동을 느낄 정도의 고통을 준다.

사채로 옭아매 노예처럼 괴롭혀

일 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서울 상봉중 정세영 교사는 "일진들은 돈이 필요할 때 절대 그냥 뺏지 않는다"며 "사채놀이도 형식적으로는 돈을 빌려주고 받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일진들이 흔히 사용하는 수법"이라 말했다.

일 진들이 사채형식을 빌려 원하는 것을 얻는 데 사용하는 '매개체(媒介體)'는 돈뿐만이 아니다. 문화상품권도 자주 사용된다. 5000원짜리 문화상품권을 주면서 "내일까지 1만원을 내놔라. 안 가져오면 10만원으로 불어난다"고 협박하는 식이다. 또 후줄근한 중고 가방을 안겨주고 "이 가방은 네가 갖고, 30만원짜리 ○○브랜드 가방 내일까지 만들어와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일진들의 사채놀이는 과거에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학생들 사이에 유행하는 물건에 따라 그 수법이 다양해지고 잦아졌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 니스커트야 교복이야… 비(非)수도권의 한 대도시 시내에서 짧은 교복 치마를 입은 여학생들이 모여 있다. 등교용 교복과 하교용 교복(미니스커트형)을 따로 갖고 다니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교사들은 말한다. /남강호 기자 kangho@chosun.com


학교폭력을 연구하는 교사들의 모임인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 문재현 소장은 "일진들의 사채놀이 때문에 수만원~수십만원의 빚을 지고 돈을 못 갚아 감당할 수 없이 괴로워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말했다.

실 제로 2007년 일진들의 사채놀이 때문에 전남 여수의 중학교 2학년 A군이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평소 왕따와 괴롭힘을 당했던 A군은 "500원을 빌려줄 테니 이번 주 안에 15만원을 가져오라"는 일진들의 협박을 받았고, 견디다 못해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신종 갈취 수법들

' 와이파이(Wi-Fi·무선 인터넷) 셔틀'도 일진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신종 갈취 수법이다. 일진들은 다른 학생의 스마트폰을 중계기 삼아 '공짜 와이파이'를 즐긴다. 자기 스마트폰으로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면 요금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경 기 남부 중2 B군이 그런 피해를 보고 있다. B군이 학교에 가면 일진 C군과 C군 무리로부터 "얼른 스마트폰으로 무선 인터넷 켜라"는 지시를 받는다. C군 등은 B군 덕분에 쉬는 시간, 점심 시간마다 공짜로 무선 인터넷을 한다. B군은 최근에는 월 5만원짜리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시켜 달라고 부모님을 조르는 중이다.

이 밖에도 여학생 일진들은 교복 치마 아래 많이 입는 스타킹 셔틀(피해학생에게 새것을 사오게 하거나, 입고 있는 것을 빼앗는 것)이나 레깅스 셔틀을 시키기도 한다. 우산을 늘 들고 다니다가 비가 오면 일진에게 줘야 하는 우산 셔틀, 야동(야한 동영상)을 일진이 원할 때 가져와야 하는 야동 셔틀 등도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