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밑에 보니 로산님이 올리신
술에 관한 글이 있어서 오랜만에 자판을 두드립니다.
30여년 동안 다닌 교회의 관습을 등지고
마흔이 넘어 처음 입에 술을 댄 계기는
미국에서 가진 첫 직장에서 해고당하기 직전이었다.
뒤돌아 보면 경험도 부족하고
성격도 깐깐하고
선지자 학교에서 배운대로
나침반이 남북을 가리키듯이 생활하고
약간의 언어장벽과
아주 약간의 인종차별적인 문제로 인하여
해고를 당하게 되었다.
그래서
해고당하기 직전에는 아주 지옥같았는데
분하기도 하고
쪽팔리기도 하고
자존심은 상할대로 상하고 해서
결국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얼마나 마셨을까?
한동안 마셨던 것 같다.
처음에는 맛이 없다가
점점 맛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기분도 좋아지는 것은 덤이었다.
급기야는 매일 저녁 퇴근하고서 마시기 시작했다.
살이 점점 불기 시작하더니
서너달만에 20킬로가 쪘다.
자주 설사를 하게 되었고
자극적인 음식을 자주 먹게 되고
심하지는 않았지만
미세하게 손이 떨리는 것도 느껴질 정도였다.
다시 일자리를 구하고
마음의 평온을 찾고
술을 끊었다.
살이 빠지고
입맛을 되찾고
예전의 아름다운(?) 몸매를 되찾게 되었다.
경험을 해보니
음주가 좋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다.
몸소 체험해서 더 잘 알게 되었다.
시간이 좀 더 지나서
모 교회를 섬기는 목사 친구에게
고해성사를 했다.
그랬더니 친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내게 해 주었다.
진심어린 마음이었던 것은 분명했다.
이야기 도중에 시대의 소망에 나오는
가나의 혼인잔치 이야기도 했다.
친구의 이야기로는
우리가 다 아는바대로
예수께서는
물을 포도즙으로 바꾸셨으며
술을 만드시지 않으셨다 했다.
나는 친구에게 기도와 조언에 대해서는 고맙지만
그 포도즙은 포도주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포도주냐 포도즙이냐는 논쟁은
술의 해악성을 뒷받침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대답했다.
술이 나쁜 것은 직간접적으로 경험해서 인정하지만
포도주를 포도즙으로 불러야하는 우리의 집착이고
집착은 버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친구에게 이야기했다.
홍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해서 집을 떠나고
어쩌면
새 안식일교인들은
술을 술이라 부르지 못해서 교회를 떠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회시스템의 부조리를 견디지 못해서
집을 떠나 율도국을 만든 홍길동처럼
우리의 많은 새신자들은
교리에 대한 집착과
교회와 가르침의 부조리를 견디지 못해서
교회를 떠나 그들의 정신적 율도국으로 향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자신들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글입니다. 균형지고 설득력 있는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