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이 중랑천 변에 피어 있어서 달리는 내 마음이 흐뭇하였었다.
오늘 또다시 그 길을 달린다.
내가 달리기를 하는 이유는 나의 건강을 챙기고 싶어서가 아니다.
나는 건강하게 오래살고 싶은 맘이 하나도 없다.
달리는 것이 재미있어서 취미로 달리지도 않는다.
매우 힘이 들고 고통스럽고 육체적이 근육통들이 나를 힘들게 한다.
내가 달리는 이유는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한 몸부림이다.
서울의 하층민으로 전락해버린 내게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서러움을 잊기 위한 맘이 나를 달리게 만든다.
웃음을 되찾고 싶은 맘에서 달린다.
어려서부터 난 달리기를 싫어했다.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 운동회에서 한번도 3등 안에 들어 본 적이 없으니까.
3등까지만 주는 운동회의 상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으니 달리는 것이 싫고 건강 달리기도 관심 밖이었다.
달리는 사람이 할 일없는 사람으로 보이고 건강에 두려움 때문에 달리는 것으로만 보였다.
달리는 사람들을 남는 시간을 주체 못해서 라고 건강을 위해서 라고 생각하던 그 달음질을 하고 있다.
내가 가장 못하는 것이 달리긴데
가장 싫어하던 운동이 달리긴데
할 일없는 사람들이 사치로만 여기던 달리기를 한다.
달리기를 3분 만에 호흡이 거칠어지고 헉헉거리며 힘들어하던 달리기가 어느새 1시간을 훌쩍 넘게 달린다. 14km를 멈추지 않고 달리고 있다.
하프를 넘어 42.195km를 완주하고
천보산에서 석박산까지 달릴 것이다.
천보산은 서울 사람들이 불암산이라 부른다.
그 천보산 산자락에 한국 안식교의 교육중심 삼육대학교와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 유치원이 자리한 곳이다.
석박산은 어디냐?
저기 북녘 평양 순안에 위치한 산이다.
처음 한국의 안식교가 세운 의명학교가 자리했던 산자락이다.
통일을 기원하는 맘으로 달릴 것이다.
내가 안식교의 북한선교를 위해 할 일이 없지만 그 선교의 문이 열리기를 기원하며 달릴 것이다.
천보산에서 석박산까지 달릴 날을 기다리면서 달릴 것이다.
어느새 메밀꽃은 시들고 새카만 별들의 모양으로 메밀이 달리기 시작한다.
메밀꽃을 보며 눈처럼 하얀 그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함박웃음 짓던 연인들 가족들 어여쁜 아가씨들의 모습은 이젠 보이지 않는다.
우리 민족의 서러움이 이 메밀에 오롯이 묻혀 있는데 이 메밀의 전설은 그냥 이효석의 메밀 꽃필 무렵이라는 봉평 장터만 기억된 체 잊어지고 있다.
일제의 수탈과 흉년으로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농부의 맘이 이 메밀꽃 메밀에 숨겨져 있건만 아무도 그 전설을 알려고도 하지 않고 서울의 풍요로움에 취하여 하얀 꽃에만 관심두지 시커먼 별모양의 메밀엔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어찌 그리도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던지 농부는 밭에 가을에 보리를 심어 여름에 보리를 수확하고 그곳에 다시 조 수수 콩 옥수수 고구마 감자 등을 심어 하얀 쌀밥을 먹지 못하던 가난한 사람들의 주린 배를 채우던 식량들로 삼았다.
그러나 한해가 들어 가뭄이 지속되어 조도 옥수수도 콩도 파종을 하여도 싹이 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파종의 시기를 놓쳐버린 안타까움이 이젠 꼼짝없이 겨우네 쫄쫄 굶어 죽을 일만 떠오를 때에 메밀로 만든 베개로 베고 자던 베개를 뜯어 씨를 뿌려서 궁여지책으로 가난을 구원하던 식품이 바로 메밀이란 사실을 이젠 잊어가고 있다.
하나님은 그런 가난한 백성을 생각하시어 딱딱한 껍질로 싸 놓으시고 몇 년이 자나도 여전한 발아력을 유지시켜주는 생명력을 메밀에 감추어 두셨다.
너무 늦어서 파종해 봐야 추위 때문에 열매를 거둘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에 가장 늦게 파종해도 열매를 거둘 수 있는 작물이 메밀이다.
그래서 이 불쌍한 배고픈 사람들이 죽으로 또는 메밀묵으로 만들어 먹던 음식이다
하나님은 그런 불쌍한 인생을 생각해서 작은 량으로도 다른 곡식보다 분량을 늘려 주시려고 별모양으로 단단하게 싸 놓으셨다가 터뜨려 주시니
하늘에서 만나가 내려 굶주린 사막에서 유리하는 백성이 삶을 영위한 것처럼
맷돌로 갈아서 나온 하얀 분말가루 작은 량으로 수십 배로 늘려주는 메밀가루로 굶주린 가난한 자의 생명을 이어 주었던 그 식품이다.
오늘도 주린 배를 움켜쥐고 배고픔에 서러움에 엄마 품에 안겨 다독이는 엄마 손길에 억지 잠을 자고 있을 북녘의 어린 아이들을 생각한다.
여기 이제 영글기 시작하는 메밀이라도 보내어서 고픈 배를 채워주었으면 좋으련만 아직도 정치적 수사와 정치 계산에 얽매어 립 서비스만 일삼는 사람들이 원망스럽다.
그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내일의 희망을 위해 달리고 또 달리며 달리리라
천보산에서 석박산까지
언젠가는 열려야 할 길이기에 달리고 달려서 그 감격의 순간을 맞아야하니까
아직도 북녘 땅엔 김일성주석의 어린 시절을 보낸 칠골에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라는 간판이 붙은 채로 존재한다고 한다.
그 교회를 안식교인 할머니의 손을 잡고 예배당에 앉아 기도하였던 곳이라고 한다.
가장 호의적인 교회가 북녘에선 안식교회라는데 아직도 우린 그 사실도 모른 채 손 놓고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있다.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냥 여리고를 날마다 빙빙 돌았던 이스라엘 백성처럼 남북을 가로 막는 철책이 무너지기를 간절한 맘으로 바라면서 달리고 또 달리련다.
참 안식의 그날을 바라며 하늘을 바라며 달리고 달리련다.
14km를 달린 후유증인가 종아리가 당기고 아프다.
이런 고통이야 사치스런 즐길 수 있는 고통이겠지~~~~~~~~~~~~~~
함께 달리기를 하면 더욱 좋겠다.
한 사람 한 사람 모이고 모여서 그 발 구름에 스스로 무너졌던 여리고를 생각하면서
천보산에서 석박산까지 달리고 달려보자고~~~~~~~~~~~~~~
지나친 달리기는 건강에 무리온답니다 조심하십시오
물리치료사가 그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