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감염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3차 감염자가 나왔다. 6월12일 현재 총 126명이 메르스 확진을 받았다. 온 나라가 메르스로 들썩이는 상황에서도 정확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르스는 2012년에 처음 발생했지만, 병원과 감염자 수를 공개하지 않아 사람들은 메르스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었다. 국제사회가 공개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나서야 정보가 공개됐다. 한국도 늑장 대응은 마찬가지였다. 7일이 돼서야 확진자들이 방문했던 병원 이름이 공개됐다.
지금까지 사례가 없었던 임신부의 발병도 사람들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11일 40대 임신부 A씨(109번 환자)가 국립보건연구원의 재검 결과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달 중순 출산을 앞둔 만삭 임신부였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병동에 입원 중이었고, 급체 증상으로 병원 응급실에 간 어머니를 만나러 응급실에 들렀다가 응급실에 있던 14번 환자에게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A씨뿐 아니라 A씨의 남편과 어머니, 아버지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메르스 민관합동본부 엄중식 강동성심병원 교수는 11일 브리핑에서 “경미하게 증세가 진행되다가 다음 주에 호전되고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정상 분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출산하는 것이 임신부의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과 태아의 메르스 전염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 | |
6월11일 한 임신부가 산부인과 진료를 받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병원을 방문했다. © 연합뉴스
|
메르스 감염 임신부, 유산 위험도 따라
그 때문에 조기 출산을 한 사례도 있다. 임신 35주 차였던 B씨는 메르스 확진을 받지는 않았지만 ‘격리 대상자’로 분리돼 있었다. 조기 진통을 느껴 대전 을지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는데, 90번 환자가 근처에 있었다. B씨는 잠복기가 지나 증세가 나타나기 전에 출산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의료진과 대책을 논의한 끝에 유도 분만으로 2주 정도 빨리 출산을 마쳤다.
과연 메르스는 태아에게 전염되지 않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암세포가 아닌 이상 바이러스는 태막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임신부가 메르스에 감염되더라도 태아까지 감염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김영주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 상태에서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는 것이 태아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치료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임신부가 신체적 어려움을 겪을 때 태아가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발생했을 당시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사스 관련 자료를 보면 임신부의 사스 감염이 유산, 모성 사망(출산 후 산모 사망)의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메르스 역시 호흡기 증후군의 일종이기 때문에 유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요르단 임신부가 임신 중기에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태아를 사산한 사례가 있다. “태아가 커지면 임신부의 흉곽을 압박하기 때문에 폐활량이 줄어들게 되고, 두 명분의 산소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폐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폐를 공격하기 때문에 사스나 메르스를 비롯한 호흡기 질환에 걸렸을 때 태아가 받는 산소가 감소할 수 있다.”
병문안 갈 때 아이들 대동 말아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르스 소아 감염률은 2%로 낮았고,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어린이 환자는 나오지 않았다. 김우주 대한감염병학회 이사장은 메르스 관련 브리핑에서 “감염자들 중에 아이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감염률은 낮다”며 “홍역은 아이들에게 주로 발병하고 결핵은 노인층에 많은데 감염병 병원체마다 연령별 감염률이 다른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아직 연구 결과가 충분하지 않지만, 메르스의 연령별 발병 패턴이 아이들은 덜 걸리고 걸려도 빨리 낫는 인플루엔자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보건 전문가들도 아이들에 대한 메르스 전파 가능성에 경각심은 갖되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건강 상태에 따라 감염 확률은 달라질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대 교수는 “메르스가 전 세계 환자 숫자도 적을뿐더러 한국에 없던 병이라 의학계에서도 이제야 인식을 하고 있다. 정확한 정보가 없고, 천식이나 폐 질환이 있는 아이들 외에는 감염 환자 사례가 없어 중동 상황과 비교해서 분석하고 있는 것”이라며 “아이들의 면역체계가 메르스 바이러스 침투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본다. 손을 잘 씻고 청결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자녀들 메르스 대응 수칙’을 내놓았다. 깨끗이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병문안을 갈 때 아이들을 대동하지 않는 것을 1번 항목으로 정했다.
“중동 다녀오지 않았으면 검사 못한다”
중동 여행 여부, 발열·호흡기 질환, 접촉력. 이 질문만으로 메르스 감염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확진 환자에 대한 정보와 이동 경로를 모르는 상황에서 확진 환자와 접촉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메르스 증상이 의심되는 사람들은 직접 검사를 받아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싶어 하지만, 검사를 받는 것 자체가 어렵다.
분당에 살며 수원으로 출퇴근하는 도가은씨(31)에게 메르스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다. 6월3일 밤 응급실에 가서 메르스 검사를 받고 싶다고 했지만 중동에 다녀오지 않고 확진자와 접촉한 적이 없기 때문에 보건소로 연락을 하라고 했다. 보건소에 연락했더니 역시 중동 방문 여부 등을 묻고 일반 병원에 가라고 했고, 일반 병원에 갔더니 메르스 검사를 못한다는 이유로 소견서를 써주며 보건소에 가라고 했다. 보건소에 소견서를 갖고 갔지만 또 중동에 다녀오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이 되지 않으니 감기 치료를 받으라고 했다. 왔다 갔다 한 끝에 결국 일반 병원에서 감기 치료를 받았다.
“확진 환자 접촉이 없거나 중동에 다녀오지 않으면 검사를 할 수 없다.” 그것이 현재 정부의 방침이다. 도씨는 수원에서 확진자가 나온 점, 감기 치료를 받았지만 열이 떨어지지 않은 점을 메르스 핫라인에 설명했고, 샘플 채취 검사를 받아보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보건소에서 알려준 샘플 채취 가능 병원에서는 검사가 불가능하다고 했고, 오히려 병원 측에서는 잘못된 정보를 알려줬다고 보건소에 항의 전화까지 했다고 한다. “메르스 검사를 못 받으면 어떡하느냐”고 묻자 “일반 치료를 계속 받아보고, 일상생활에서는 마스크를 써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행히 6월8일 성남시 분당보건소에서 메르스 검사를 받았고 이틀 후 음성 판정을 받았다. 분당보건소 관계자는 “끈적한 가래로 검사를 한다. 성남시에 거주하거나 직장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3만원에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밖의 지역은 아직까지 ‘밀접한 접촉’이 있는 경우만 검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버지가 메르스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는 이아란씨(27)는 “직접 돈을 내고 검사를 받겠다는데도 중동에 다녀오거나 확진자와 밀접한 접촉이 있었던 게 아니라고 했더니 검사를 못한다고 했다”며 “같은 공간에 있거나 스쳐 지나간 사람들 중 메르스 확진자가 있을 수도 있는데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