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2016.02.27 17:58

모래성

조회 수 4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정욱식 칼럼] 사드와 대북 제재 맞바꾼 미국-중국
         
         
나는 오래전부터 한국 내 사드 배치는 결국 미국, 중국, 러시아 사이의 전략적 셈법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사드 배치 권한도 펜타곤이 아니라 백악관, 즉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도 강조해왔다. 이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성급하게 추진했다가는 박근혜 정부가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도 경고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군부조차 '톤 다운'에 들어간 것이다.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면 실질적인 통제권은 태평양 사령관이 갖게 된다. 주한 미군 사령부는 태평양 사령부의 예하 부대일 뿐만 아니라, 사드는 작게는 미국의 아시아 MD(미사일 방어) 네트워크로, 크게는 글로벌 MD 네트워크의 맥락에서 운용되기 때문이다. 

하여 해리 해리스 태평양 사령관의 사드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23일(현지 시각) 의회 청문회에선 "중국이 미국과 한국 방어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MD에 반대하면서 한미 간 틈새를 벌리려는 것은 터무니없는 짓"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틀 후 펜타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선 확연히 다른 발언을 했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강력히 반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사드 배치를 협의하기로 한 것이지, 한반도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은 없다"고 답한 것이다. 이는 "조속한 배치를 전제로 사드 협의를 하겠다"던 미국 군부의 기존 입장과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art_1456465628.jpg

▲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 ⓒAP=연합뉴스


미국을 너무 모르는 박근혜 

도대체 하루 이틀 사이에 이렇게 입장이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이 의문의 실마리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방미에서 찾을 수 있다. 왕이 방미를 앞두고 박근혜 정부는 "사드 배치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논의는 별개"라고 견제구를 던졌다. 하지만 이건 미국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직후 <뉴욕타임스>도 강조한 것처럼 "미국 전략의 핵심은 중국에게 불편한 선택을 강제하는 것"이다. '북한을 징벌하든, MD를 감수하든 양자택일하라'는 메시지를 중국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해온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중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란 핵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유럽 MD를 지렛대로 삼은 것과 동일한 것이다. 

실제로 존 케리 국무장관과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이 왕이 부장과의 집중적인 협의를 거친 결과, 미-중 양국은 "전례 없이 강력한 대북 제재"에 합의했다. 나는 이 합의가 미국은 사드를 톤 '다운'(down)하고 중국은 대북 제재를 '업'(up)하는 거래라고 본다. 각각 사드와 대북 제재를 지렛대로 삼아 일단 균형적인 합의에 도달한 것이다.

중요한 건 또 있다. 대북 제재를 둘러싼 동상이몽이다. 동상이몽의 두 당사자는 한국과 중국이다. 박근혜 정부는 사실상 북한 체제의 붕괴를 겨냥한 대북 제재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대북 제재는 비핵화와 평화 협정 대화를 겨냥한 과정이자 수단이라고 못 박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떨까? 왕이와 회담을 마친 케리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왕이 장관을 비롯해 유엔 안보리 및 6자 회담 파트너들과 우리의 협력을 심화시키는 방안을 토론해왔다. 우리의 협력은 북한의 행동에 대한 (제재와 같은) 대응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응에는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은 6자 회담의 목표, 특히 비핵화를 논의하기 위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다시 불러들이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케리의 발언만 놓고 보면, 오바마 행정부는 박근혜 정부가 아니라 시진핑 정권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된다. 물론 미중 간에 입장 차이는 여전히 존재한다. 중국은 비핵화와 평화 협정 논의를 병행하자는 것이고,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논의에 동의하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케리는 이렇게 말했다.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와서 비핵화를 협상한다면, 북한은 결국 한반도에 미해결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미국과의 평화 협정을 맺을 수 있다."

시진핑이 필요한 오바마 

다시 사드 얘기로 돌아가 보자. 사드는 곧 한국에 배치될까? 아마 당분간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미국으로서는 "강력한 대북 제재"에 중국의 동의를 받은 만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 된다. 그런데 사드 배치를 성급히 추진하면 중국은 북중 관계 회복으로 응수할 것이다. 

오바마로서는 이보다 더 절박한 문제가 있다. 3월 31일부터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 안보 정상 회의에 시진핑과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참석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핵 안보 정상 회의는 오바마가 취임 '첫 해'인 2009년 4월 체코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제로 연설하면서 시작되었다. 올해 4회째를 맞이하는 이 회의는 오바마 임기 '마지막 해'에 워싱턴에서 열린다. 이에 따라 오바마로서는 이 회의를 또 하나의 업적으로 삼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런데 시진핑과 푸틴 둘 가운데 한 사람이나 두 사람 모두 불참한다면? 그건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나는 오바마 행정부가 사드 배치에 신중론으로 돌아선 데에는 이러한 요인도 작용했다고 본다.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 배치를 강력히 반대하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도 밀어붙이고 시진핑과 푸틴의 회의 참석도 보장받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왕이-수전 라이스 회담 중에 예고도 없이 나타나 왕이에게 시진핑의 핵 안보 정상 회의 참석을 요청한 것도 이러한 분석을 강력히 뒷받침해준다.

박근혜의 모래성이 무너진다 

이러한 현실이 박근혜 정부에게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공든 탑', 보다 정확하게는 '모래성'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알쏭달쏭한 정책은 개성공단 폐쇄와 함께 완전히 무너졌다. 역사상 최상이라던 한중 관계는 역사상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성급히 추진하던 사드 배치에도 일단 제동이 걸렸다. 북한을 끝장내겠다던 결기(?)도 '제재는 목적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는 것'이라는 미-중 간의 합의 앞에 초래해졌다. 찰떡공조를 과시하던 한미공조도 흔들리고 있다.

한 달 후 박근혜 대통령도 워싱턴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주요 국가 정상들 앞에 뻘쭘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그 길은 의외로 가까이 있다. '자기만의 세계'에서 나와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보면 된다.   


10087_1440398002.jpg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 프레시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10401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36649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53664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5451
15525 총선 유권자 '60대 비중' 최고…'캐스팅보트' 쥔 40대 (아래 동영상) 2 대한민국 2016.04.05 38
15524 노무현 연설 - 케네디 링컨과 맞먹는 명연설 거라사 2016.04.07 38
15523 사랑하는 형제 자매님들이여 ! 1 file 구미자 2016.04.15 38
15522 5.18 다시 진실을 말한다 - "허위를 반박하지 않으면 진실이 된다" (뉴스타파 2013.7.31) 아프다 2016.05.17 38
15521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의 배경 - 비뚤어진 효심과 아집 아버지 2016.06.13 38
15520 유신독재, 박정희를 죽여야 한 이유들 - 김재규 비정상의정상화 2016.06.15 38
15519 세월호 철근 400톤이 남긴 5가지 의문점 조작된 선적 의뢰서, 계속되는 거짓말… 세월호 침몰 직후 국정원 직원의 의문의 전화 400ton 2016.06.27 38
15518 청와대 홍보수석과 KBS 보도국장 통화내용 (욕설포함) 억지 2016.07.08 38
15517 경외서를 연구해야 하는가? 김운혁 2016.08.27 38
15516 [이제는 말할 수 있다] 3억불의 비밀 - 한일 협정 비밀 2016.04.18 39
15515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한국, IMF로 가다 1997 2016.04.17 39
15514 모든 이들을 위해 작동하는 경제. 울림 2015.12.26 39
15513 초기 출동 해경 “세월호 구조자, 선원이란 것 알았다” 조사위 2016.03.08 39
15512 사랑하는 형제 자매들이여! file 구미자 2016.03.24 39
15511 사랑하는 형제 자매님 들이여 ! file 구미자 2016.04.07 39
15510 사랑하는 형제 자매님들이여 ! file 구미자 2016.04.20 39
15509 사랑하는 형재 자매님 들이여 ! 1 file 구미자 2016.04.28 39
15508 반민특위 - 승자와 패자 (친일 악질고문경찰 하판락과 친일파들) 청산 2016.04.23 39
15507 HC 1789, 프랑스 대혁명 1부 삼색기 2016.05.22 39
15506 JTBC '손석희 뉴스9' 이종인 인터뷰 모두가잠든사이 2016.06.23 39
15505 “민중은 개·돼지”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 대기발령 2 민중 2016.07.09 39
15504 [메르스 한 달①]'오판·고집·불신'이 부른 국가 위기 호미 2015.06.18 40
15503 [궁금한 화요일] 국정원 감청 논란 … 내 휴대폰 안전할까 감주 2015.08.03 40
15502 “20~40대, 새누리당 떠나다” 지지율 10%대 불과 안대 2016.05.21 40
15501 ▲제1부 빅데이터로 보는 이번 주의 남북평화소식[북한 알아가기] (제32회) (3:00-3:30): 위경(葦經) 신영복 평화는 “양심”문제. 최창규 / ■제2부 38평화 (제62회) (3:30-4:30) : 북한어 성경 출간. 권혁용 / ●제3부 평화의 연찬 (제202) (4:30-6:00) : '역사란 무엇인가'를 우리 현실에서 돌아보기. 김한영 file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6.01.21 40
15500 윤여준 “朴 대통령, 문자와 말의 차이를 모르는 것 같다” 아다다 2016.01.27 40
15499 [강연] 유시민 - 한국 현대사 55년, 나는 이렇게 겪고 배웠다 현대사 2016.03.19 40
15498 제 19회 미주재림 연수회 file 새벽별 2016.02.16 40
15497 46전 박정희의 국가비상사태 선포와 박근혜의 테러방지법 도입. 1 비상사태? 2016.02.25 40
» 모래성 평화 2016.02.27 40
15495 <하늘을 무서워하지 않는 참람된 찬탈자인 교황>과 <신성모독적 사업을 한 천주교> 예언 2016.04.07 40
15494 대통령의 유머 - 노무현 겸상 2016.05.22 40
15493 차지철 “데모대 100만∼200만명 죽인다고 까딱 있겠습니까” 민들레 2016.06.12 40
15492 그렇다면 그 분의 노래 한 곡을... 김원일 2016.07.08 40
15491 2002 wc 6월의 함성 대~한민국 5.1 대한민국 2016.08.29 40
15490 이제는말할수있다-10부 대학살 아군의손에의해 2016.03.23 41
15489 “강제연행 없다는 답변은 한일 합의에 근거한 것” 미디어 2016.02.01 41
15488 北제재법 표결에 대선출마 의원들 '집합'…샌더스는 '불참' 미대선 2016.02.14 41
15487 하현기 선생님께(2) 1 진실은무엇인가 2016.02.19 41
15486 통일 논 하기전에 이것부터 먼저 알아야 ! 1 삼팔선 2016.02.19 41
15485 “유엔 대북제재 허점투성이” 미국 언론들도 실효성 의문 민중 2016.02.28 41
15484 주인 몰래 ‘통신 자료’ 들여다 보는 국정원 음녀 2016.02.29 41
15483 YTN 돌발영상 - 김무성 의원의 '대답' 20130628 누리 2016.03.11 41
15482 초접전 선거, 언론은 심판이 아니라 선수로 뛰었다 한국 2016.04.12 41
15481 임진왜란후 가토가 쌓은 400년역사 구마모토성, 강진에 '휘청' 1 file 구마모또 2016.04.15 41
15480 다시읽는역사 KCIA의 부장들 1부 5of5 1 무궁확 2016.06.11 41
15479 전용근과 함께 걷는 음악산책 ' ' 시곡Poeme ' 쇼송 Chausson ' 1 전용근 2016.07.23 41
15478 류효상의 신문을 통해 알게 된 이야기들 (5월 23일 월) 4 좋은사람 2016.05.22 42
15477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1회 제주 4.3사건 (1999. 09. 12방송 ) 양민 2016.03.21 42
15476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5회 여수 14연대 반란 (1999 .10. 17 방송) 대전사람 2016.03.22 42
15475 필리버스터- 국민들 정치의식에 큰변화 맹구 2016.02.24 42
15474 사랑하는 형제 자매님 들이여 ! file 구미자 2016.03.28 42
15473 우리를 바꾼 청년 [전태일] 1 실크로드 2016.04.30 42
15472 그대들을 붙들고 있는 마력을 깨뜨리기를 원하십니까? 예언 2016.05.06 42
15471 고향과 엄마 고향 2016.05.24 42
15470 박정희 전 대통령 좌좀 대학생꾸짖는 연설 fungi 2016.06.15 42
15469 오늘 힘들어 하는 당신에게 / 힘들면 한 숨 쉬었다가요. 눈뜬장님 2016.06.23 42
15468 [팩트체크] 역사 교과서 국정화 말·말·말…누구 말이 맞나 진리 2015.09.25 43
15467 [이제는 말할 수 있다]분단의 기원-1 아픔 2016.01.29 43
15466 Hayley Westenra - Pie Jesu (live) serendipity 2015.03.15 43
15465 “위안부 협상 무효 주장하면 손 놓겠다” 청와대의 협박 저능녀 2016.03.09 43
15464 Al Bano & Romina Power - Felicità 상춘객 2016.05.04 43
15463 국사 교과서의 참고문헌 출처가 '일베' 이베 2016.05.09 43
15462 [팩트체크] 또 공개된 대통령 건강상태…국가기밀 맞나? 팩트체크 2016.06.06 43
15461 "민중은 개·돼지" 막말 파문 나향욱 사과에도... / YTN (Yes! Top News) 발언대 2016.07.12 43
15460 2. [평화와 행복] 평화 = 가족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5.04.19 44
15459 초등학생 교과서에서 ‘성노예’ ‘위안부’ 등 완전 삭제 3 뉴즈 2016.02.24 44
15458 뉴라이트의 역사관과 같은 새누리당의 역사관을 어떻게 볼 것인가 구롸이트 2016.03.27 44
15457 2016년 3월 24일 뉴스타파 - 그들이 방송을 장악한 이유 방송장악 2016.04.12 44
15456 노동운동 30년 심상정 선생의 3분안에 끝내는 '노동개혁' 논란 (10/8 국정감사 하이라이트) 1 4번 정의당 2016.04.12 4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