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킹 어카운트 발란스 제로.
좀 남아있던 돈은 변호사 비용으로 다털어논 상태였다.
이졘 은행 잔고에도 돈이 전혀 없었다.
몇일째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잠도 자지 못했다.
내가 봐도 몰골이 영 아니었다.
대인 기피증이 생겨 침실에서만 생활했다.
기도? 하나님?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따르릉, 따르릉...
회사에서 온 전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얼른 받아봤다.
결과는 역시나 였다.
한달내로 집을 비워 달랜다.
자동차도 돌려 달랜다.
싱가폴 월세, 장난이 아니었다.
우리가 살던 아파트 단지,
평균 월세가 2만 4천불이었다.
자동차 월세도 한달에 5천불....
미치고 또 미칠 지경이었다.
아직 빵빵한 크레딧 카드가 몇게 살아있다는 게
불행중 다행이었다.
그것 마저 없어져 졸지에
국제 홈리스 되기전에 가족들은 빨리 미국에
돌려 보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또 계속 더 비참해 지기만 하는 내 모습을
가족들에게도 더 이상 보여 주기도 싫었다.
오랜만에 비서 없이 내가 직접 티켓을 끊었다.
오랜만에 이코노미 클래스 티켓을 끊었다.
아내는 뭐가 대단히 잘못됬다는 걸 알았지만
아무말없이 내 말대로 따라 주었다.
사실 내가 자살을 좀더 시리어스 하게
생각하지 않은건 가족들 때문이었다.
내가 죽는 모습을 어린 애들이, 내 아내가
바로 내 옆에서 보는 것을 원치않았다.
그들을 보내고 나니, 그 옾숀이 훨씬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침대에 누워서 어떻게 죽는게
가장 덜 고통 스러울까?
어떤게 죽고난후 가족들에게 가장 덜
부담이 될까? 이런 저런 고민을 해봤다.
그리고 이런 내모습을 스스로 캐치한 순간
너무너무 비참하고 억울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갑자기 나도 모르게 눈물샘이 터져 나왔다.
처음엔 걍 주루륵 주르륵 소리없이 흐르더니...
점점 숨이 차오르면서
절로 꺼억 꺼억 소리가 난다.
나중엔 엎어져서 나도 처음듣는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엉엉 울어댔다.
울면서 갑자기 기도가 생각났다.
처음엔 그렇게 열심히 십일금을 낸 나를 이렇게 만든
하나님을 욕했다.
그러다 곧 바로 백기를 들었다.
뭐 자존심이 문젠가, 일단은 살고 보자는 생각에...
제발좀 살려 달라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여튼 다 잘못했으니
한번만 살려 주시면
진짜 진짜 열심히 믿겠다고..
한번 기도 하기 시작하니
절로 열성이 배가 되었다.
콧물 눈물 흘리며 정말 열심히 기도햇다.
따르릉 따르릉...
스위스 은행이었다.
"여보세요"
"저 스위스 은행에 짐입니다"
"무슨일로..."
"다름이 아니라 부탁을 드릴게있어서..."
"당신 프라이빗 뱅커로 일하던 피터씨를
정식으로 조사하는 조사반이 편성되서..."
"혹 저희를 도와 주실수 있겠는지요?"
"헤이 짐,"
"죄송합니다만,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정신이 번쩍들었다!
내 돈 찾을 수있는 길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이런 놀라운 기도의 응답!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제발 제 계획대로만 되게 해 주십시요!
그렇게만 해 주시면
이젠 절대 주님을 배신하지 않겠습니다!
-계속-
사람 순식간에 망가지는군요.
하나님께 울고 기도 할 정도면
아직도 밑바닥은 아닌것 같군요.
왜?
마르크스가 처절하리 만큼 어려워 졌을때
누구 말 처럼 간첩질도 사기도
양심까지도 팔아 가면서 극복하고자 하였는지
처절한 밑바닥을 격고야
위대한 사상이 탄생하였죠
아무리 고꾸라져도 한 분야의 탑을 가던분이라
결국은 일어 설 것이라고 미리 짐작하게 되니
너무 앞서가며 미리 초치는 것은 아닌지^ ^
높이 너무 높이 오르셨으니 떨어지는 높이도 그만큼 크셨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