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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은 기자 = 근래 천재지변, 대형 참사 등 국가적 위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어김없이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다.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대해서는 '광우병 괴담'이 퍼졌고, 2010년에는 '천안함 침몰'을 놓고 각종 음모론이 제기됐다.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허무맹랑한 악소문이 독버섯처럼 번졌다. 최근에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북한과의 대치상황에서도 어김없이 각종 유언비어가 고개를 들었다.

유언비어가 퍼지면 정부는 '엄중 처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언비어 유포자 처벌보다 정확한 정보에 대한 소통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27일 오전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조정회의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세월호국정조사특위 야당간사인 김현미 의원이 세월호 유언비어 신고센터 안내판을 들어보이고 있다. 2014.08.27. amin2@newsis.com

↑ 【서울=뉴시스】권주훈 기자 =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철도 민영화 관련 "늑대가 나타났다," 제목으로 광우병 괴담, 천안함 괴담, 철도 민영화 괴담 등이 적힌 홍보물이 배포되었다. 2013.12.24. joo2821@newsis.com

◇위기 상황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괴담들

"대한민국 국방부, 전쟁 임박 시 만 21∼33세 전역 남성 소집. 뉴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라디오 등 전쟁 선포 확인되면 기본 생필품을 소지하고 국방부 홈페이지에서 장소 확인 이후 긴급히 소집 요망"

20일 북한군이 서부전선에서 포격 도발을 감행해 남북한 긴장이 최고조일 때 SNS에서 '전역 남성 소집'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앞서 북한 목함지뢰 도발 사건에 대해 '북한의 목함지뢰가 아니라 우리 측이 뿌린 발목지뢰가 터진 것이다' '우리 정부의 자작극이다' 등 음모론도 떠돌았다.

이 같은 유언비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8년 '광우병 사태'는 유언비어가 쏟아졌던 대표적인 사건이다.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미국산 소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뚫리는 광우병에 걸린다', '광우병은 공기로도 전염된다' 등 소문이 급속도로 퍼졌다.

이 같은 소문은 미국과의 FTA를 반대하는 여론을 높이는 것에 일조했으며, 수개월 동안 지속됐던 대규모 촛불시위의 실마리가 되기도 했다.

또 2010년 발생한 천안함 사태 당시에는 국방부가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폭침됐다"는 공식 발표를 내놓았지만 여전히 유언비어가 나돌았다.

'사실은 천안함이 좌초됐다' '미국 핵잠수함과 충돌했다' 식의 천안함 관련 '괴담'은 유가족 가슴에 큰 상처를 남겼으며 현재까지도 SNS 등을 통해 떠돌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사태에서도 '정부의 기획 침몰이다''세월호 소유주가 국정원이다' 등 근거없는 의혹이 제기됐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해서는 사망설부터 생존설까지 온갖 억측이 난무했다.

이어 지난 6월 메르스가 한국을 강타했을 때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것은 무차별적인 괴담이었다. '미군이 생체실험을 위해 메르스를 퍼뜨렸다' 괴담부터 '바셀린을 콧속에 바르면 메르스를 막을 수 있다' 근거 없는 치료방법까지 난무하며 시민에게 전염병의 공포를 확산시켰다.

또 '도내 한 병원에 메르스 감염 위독 환자 2명이 입원했으니 출입을 하지 말아야 한다' 등의 유언비어로 특정병원이 심각한 타격을 입는 일도 있었다.

◇엄중 처벌한다는 정부, 사실상 처벌 방법 마땅치 않아

경찰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에 관한 유언비어 유포자를 검거한 결과 연령별로는 10대가 47.7%로 가장 많았고, 20대가 28.3%, 30대 8.9%, 40대 4.5% 순이었다. 직업별로는 초등학생에서 대학생까지 학생이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유언비어 유포자 중에 10~20대 학생이 많은 이유는 현실의 불만을 온라인상에서 관심으로 보상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정부는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이나 괴담 유포자에 대해 엄중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경찰 관계자는 27일 "북한의 포격도발 관련 유언비어를 유포 사례 중 1건의 작성자를 검거하고 다른 3건에 대해서도 내사 중"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관련 유언비어는 지난해 5월6일 기준, 총 262건 접수해서 이 중 39명을 검거하고 118건에 대해 내사 중으로 조사됐다. 또 메르스 관련 유언비어는 총 89건으로 이 중 52건을 입건해, 65명을 검거했다. 37건은 불기소 처분 등 무혐의로 수사 종결됐다.

문제는 이렇게 유언비어 유포자를 입건하더라도 현행법상 허위사실 유포만으로는 형사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이다. 2010년 헌법재판소는 사회 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허위정보를 다 차단한다는 건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에 큰 타격이 된다고 판단해 '허위사실유포죄'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유언비어 유포자는 공무집행방해죄, 업무방해죄와 명예훼손죄를 적용하고 있다. 처벌할 마땅할 법이 없으니 끼워맞추는 식의 법 집행이 이뤄지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5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또 타인의 영업을 방해하거나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행위도 사법처리 대상이 된다.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조성하는 문구를 상대방에게 반복적으로 보내는 행위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불법정보 유통에 해당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고의성'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에 곧바로 형사 처벌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메르스 치사율이 90%이다'같은 단순 허위사실 적시에 대한 법적 처벌근거가 희박하다는 얘기다.

경찰 관계자는 "허위사실유포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지만 고의성이 명확하지 않아도 결과적으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거나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경우에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명예훼손죄 등이 성립돼 처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발생한 허위 징집 문자 유포자는 국방부의 징집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로 처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엄단이 능사 아냐, 소통 우선시해야

일각에서는 유언비어를 '엄벌'로 막는 것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보통제와 처벌이 오히려 불안과 공포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처벌에 앞서 정부가 정확한 정보와 위해성 여부를 알려주는 소통을 우선시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봉교 영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정부는 유언비어 유포자를 엄중히 벌하기보다는 유언비어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자성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정부가 사태에 대해 잘못이 있다면 빨리 인정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국민도 사태 진정에 협조하는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언비어는 불확실한 사건일수록 사람들이 불안한 심리에서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유독 우리나라 국민은 정치권에 불신이 강하기 때문에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숨길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가지는 성향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현상은 정부가 사안에 대해 명쾌하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스스로 불신을 자초하는 것"이라면서 "정부는 보다 정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공개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것을 처벌보다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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