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49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조선시대는 철저한 신분제 사회였다. 태어나면서부터 바로 결정되는 신분은 죽기 전까지는 절대로 바뀌지 않는 족쇄와도 같았다. 한번 양반은 영원한 양반, 한번 천민은 영원한 천민이었다. 대대로 세습되는 신분의 굴레는 근대로 넘어오기 전까지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신분제가 폐지된 갑오경장 이후에도 신분제의 오래된 관습과 관행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사회전반에 걸쳐 뿌리깊게 형성된 신분제의 구습은 근대 이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양반과 천민으로 구분하는 대신 출신과 서열, 지역과 직업, 주거하는 동네와 집의 크기 등에 따라 삶의 등급을 나눈다. 따라서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직업이 무엇인지, 월소득이 얼마인지, 재산이 얼마인지, 몇 평에 사는지, 강남에 사는지 따위로 사람의 등급과 격을 구분하고 차별하는 것이 하나도 낯설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2428884C545224401D6D77



'영구와 범생이'. 심형래 주연의 고전적인 코믹 영화의 제목을 연상시키는 이 말의 본래 의미를 파악하는데는 한참의 시간이 걸려야만 했다. '영구'는 영구임대단지에서 사는 사람들을, '범생이'는 일반 분양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다고 한다. 그 이름에서부터 차별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사회적 신조어다. 며칠 전 언론은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영구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의 놀이터 사용을 금지시킨 황당한 사연을 보도했다. 해당 아파트의 놀이터 미끄럼틀에는 이용대상자를 일반 분양세대동 거주 어린이로 제한하고 임대세대 어린이는 이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고문이 붙어 있었다. 놀이터에서 조차도 삶의 등급이 나뉘어 지는 사회. 섬찟하고 공포스럽다.


주거형태로 삶의 등급을 나누는 관행은 비단 놀이터에서만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이 아파트에서는 경로당, 주민자치센터 내의 헬스장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몇 동 몇 호에 사는냐에 따라 놀이터와 경로당과 헬스장의 출입 유무가 결정된다. 이같은 모습은 양천(良賤)과 반상(班常)의 구분이 엄격했던 조선시대의 그것과 내용만 다를뿐 본질은 정확히 같다.


현대판 신분제가 언론을 통해 세상에 공개되자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두가지로 나뉘어졌다. 해당 놀이터와 관련 시설에 대해 영구임대단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관리비를 지출하지 않기 때문에 출입의 통제는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하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가난한 것도 서러운데 편견과 불평등을 조장하는 천박한 자본주의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비분강개해 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이 둘의 중간 언저리에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그에 걸맞는 반응들을 내보인다. 당연한 반응들이다.



2572CA4C5452B38309B23B



2013년 기준으로 1인당 명목 GDP는 2만4천329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사회경제적 지표들의 허상을 현실은 거침없이 조롱하고 비웃는다. 무섭도록 차가운 현실 앞에서 저 숫자들은 지극히 무의미해진다. 도대체 저 숫자들이 서민들과 사회적 약자들의 실제적 삶과 무슨 연관이 있다는 말인가. 저 숫자들이 늘어가면 늘어갈수록 상대적 박탈감과 괴리감만 그에 비례해서 커져만 간다.


이번 사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우리사회가 얼마나 공고한 신분제를 유지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강남과 강북, 정규직과 비정규직, 도시와 농촌, 서울대와 지방대,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에 따라 삶의 등급과 사람의 등급이 매겨진다. 봉건사회였던 조선시대가 역사의 뒷편으로 사라진지 100년도 훨씬 넘었지만 신분에 따라 사람을 나누는 풍토는 예나 지금이나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 옛날 천민이 절대로 양반이 될 수 없었듯이, 지금은 '영구'들이 도저히 '범생이'가 될 수 없는 시대다. 지금은 한번 정해진 삶의 등급은 어지간해서는 바뀌지 않는 사실상의 신분제 사회인 것이다. 사농공상의 구분이 엄격했던 조선시대와 마찬가지로 부와 권력은 대대로 세습되고 가난과 빚은 지긋지긋하게 되물림된다.



253D7E355452CD520B2FB2



얼마 전 우연히 목사님의 설교를 듣게 되었다. 잠깐 동안 보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맥락은 가늠하기 어렵지만 분의 말씀은 단호했고 분명했다. 그는 1970~80년대에 범사회적으로 진행된 '잘 살기 운동' 결국 오늘날의 물욕주의와 개인 이기주의를 양산한 주범이라고 단언했다. 불과 2~3 가량 들었을 뿐인데도 말씀은 울림이 있었고 아주 강렬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이루어진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무용담 말하듯 과시해 왔다. 급속한 부의 성장을 자랑하며 이만큼 살게 것이 기적이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재산증식의 방법에 대한 연구는 많았지만 정작 잘 살아야 하는 이유와 목적에 대해서는 누구도 관심을 두려하지 않았다. 고귀한 인간의 삶조차도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시켜 버렸으면서도 인간 본연의 품성과 인성,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돌봄과 배려 등을 완전히 무시해 버렸다. 남들보다 잘 살고 싶은 욕심때문에 정작 중요한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상실해 버린 것이다.

물론 잘 살고 싶은 욕심 자체가 거악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대개 욕심은 욕망으로 욕망은 이내 탐욕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정에서 인간을 버리고 기꺼이 괴물로 변신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괴물로 변해버린 인간들이 만들어가는 사회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나는 놀이터와 경로당의 출입조차 가진 것에 의해 차별받고, 가난한 아이들과는 어울리지 말라고 말하는 부모세대들의 천박하고 비뚤어진 가치관 속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가늠해 본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찾지 않는다면 우리사회는 점점 '사람' 아닌 '괴물'들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빠르게 변해갈 것이다.

                                             <아고라 펌글-바람부는 언덕님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11978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38291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55211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7095
6355 차도살인 (借刀殺人) 1 kasda 2014.10.29 679
6354 엿장수의 가위질이 늦어서 그만 fallbaram 2014.10.29 691
6353 kasda님 1 김원일 2014.10.29 651
6352 요나의 표적의 4중 적용에 대한 설명 32 김운혁 2014.10.29 568
6351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 4 박 진묵 2014.10.29 646
6350 소경인데 본다고 하니 죄있는 자들께 고함!!! - 펌 4 연일포 2014.10.29 700
6349 카스다의 관리자 이메일을 아시는 분은 알려주시겠습니까 2 연일포 2014.10.29 566
6348 십자가의 전율 - 2 1 박 진묵 2014.10.29 507
6347 불평분자들 예언 2014.10.29 437
6346 허시모 사건의 진실(카스다 펌 글) 2 2014.10.29 838
6345 허시모 사건에 대한 내 생각 6 김균 2014.10.29 744
6344 허시모 사건에 대한 내 생각(카스다 글 "허시모 사건의 진실"을 읽고) 2 2014.10.30 554
6343 ‘박정희의 엽색행각’ 기사 펌질만 해도 유죄? 재판부 “사실확인노력 안 했다”… 전직 방통위원 책 “궁정동 드나는 여인 100명도 넘어”도 거짓? 김현철 2014.10.30 691
6342 [세계여설경제포럼2014] 박원순 "사실 저 여자입니다" 남우 2014.10.30 488
6341 가을 우체국 앞에서 윤도현 , 웨일버전으로 감상하기 음악감상 2014.10.30 709
6340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은 자는 9 fallbaram 2014.10.30 832
6339 주님은 2030년 4월 18일 몇시에 오시는가? 퀴즈!! 8 김운혁 2014.10.30 592
6338 두개의 우물 2 하주민 2014.10.30 489
6337 신사참배와 하시모?(카스다 펌,이대영) 2 2014.10.30 686
6336 김균장로님께 부탁드립니다. 1 질문 2014.10.30 484
6335 박성술,..벙어리 글로 사용된 나의 글 허시모(카스다 펌) 1 2014.10.30 528
6334 하나님의 법은 완벽하게 지킬수 있는가 없는가? 석국인 2014.10.30 457
6333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야바위 놀음 . 철학자 2014.10.30 487
6332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2014년 10월 28일 화요일) 세돌이 2014.10.30 469
6331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2014년 10월 29일 수요일) 세돌이 2014.10.30 513
6330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2014년 10월 30일 목요일) 세돌이 2014.10.30 489
6329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2014년 10월 31일 금요일) 세돌이 2014.10.30 514
6328 "나 이 나라 떠날래" 어머니들의 절규!!... 배달원 2014.10.30 658
» 영구와 범생이? 가난도 서럽기만한데 배달원 2014.10.30 495
6326 히브리서 8장에 대하여 6 김균 2014.10.30 801
6325 문신/허시모 선생 영전에 7 김균 2014.10.30 763
6324 [평화의 연찬 제138회 : 2014년 11월 1일(토)] “삶과 신앙의 역량 키우기” 박문수 목사 (은퇴목사, 마라토너, 장애인섬김이) file (사)평화교류협의회 2014.10.30 471
6323 하나님은 가난하거나 병든 사람이 없도록 할 수 있는데도 안하는 이유 3 예언 2014.10.30 560
6322 덕산재 2 김균 2014.10.31 729
6321 감리회 sda 이단 규정 2 바위섬 2014.10.31 791
6320 "영화인들이 왜 정치투쟁 하냐고? '이명박근혜' 거치며 많이 참았다" 잼보리 2014.10.31 561
6319 방귀 뀐 년. 방귀 2014.10.31 661
6318 예수 일병 구하기. 황금의소 2014.10.31 513
6317 동경제일교회 임선형목사 , 세월호 실종자 김모군 김영삼 아버지의 기도문 일본 동경제일교회 / 일상이야기 일상 2014.10.31 894
6316 멋진 모자 1 아침이슬 2014.10.31 607
6315 왈덴스국제학교에 지원부탁드립니다. - 재림마을에서 재림마을에서 2014.10.31 887
6314 사실 없는 '진실' 의 위험 5 김주영 2014.10.31 713
6313 타교파인들이 보는 허시모 사건 그리고 교단이 공개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2014.10.31 780
6312 초대 사도들, 창피한 일이지만 가롯유다 사건 숨기지 않았습니다 2014.10.31 512
6311 벙어리 글 로 사용된 나의글 "허시모 " 2014.10.31 573
6310 대한민국이 위대한 나라인 이유 (Youtube.com 에서) 1 대~한민국 2014.10.31 605
6309 화잇 여사의 글을 존중하는 분들에게 file 김운혁 2014.10.31 434
6308 ED영님 의도와 달리(?) 허모 논란이 우리게 아무 준것 없으나(상처뿐), 결국 합력해 선을 이뤄 지구상 유일한 진리 교회는 승리하고 사단은 패배하리라 3 2014.10.31 538
6307 Test - 펌님께: . . . 원글에 복사해도 . . . 2) 기술 담당자님께도 . . . 2 복사 그대로 2014.10.31 488
6306 하나님의 인을 받고자 하는 분들에게 김운혁 2014.10.31 508
6305 율법이 가입한 이유 하주민 2014.10.31 464
6304 “너희 단장은 머리를 꾸미고 금을 차고 아름다운 옷을 입는 외모로 하지 말고” 5 김균 2014.10.31 746
6303 "언론, 세월호 침몰에도 박근혜 리더십 찬양" 가족 2014.10.31 478
6302 '벌거벗은' 대통령님, 세월호 연장전 갑시다 5 가족 2014.10.31 513
6301 약속의 땅 가나안이 보인다 2 김운혁 2014.11.01 469
6300 하나님같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16 김균 2014.11.01 793
6299 아 아깝다 2 김균 2014.11.01 521
6298 노무현 명연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1:15) 잘하고잘하고 2014.11.01 654
6297 노무현 - 전작권 회수 안된다고-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2006.12.21 (6:50) 잘하고잘하고 2014.11.01 585
6296 한미연합사령관의 '기막힌' 발언, 이러고도 '주권' 말하나 1 전작권 2014.11.01 542
6295 이재전전(利在田田)이란?...《해월유록(海月遺錄)에서》 1 gusals 2014.11.01 497
6294 진실 없는 200일…"안전 사회 위해 싸우자" 슬픈 결의 [현장] 세월호 참사 200일 추모 대회, '끝까지 밝혀줄게' 슬픈결의 2014.11.01 565
6293 ED영님, SDA 교리는 완전하여 더 발전할 것이 없다고 선전하시길 부탁 6 종소리 2014.11.01 582
6292 삼육대학교 신학생들을 위한 김진홍 목사 특강 두레 2014.11.01 757
6291 '한국전쟁설' 퍼뜨리는 국내 신흥 예언자들 3 노란손수건 2014.11.01 707
6290 천사들이 경악할 일 1 예언 2014.11.01 498
6289 절반의 성공/여러분들의 거룩하려는 것이 고작 이것이었나 10 김균 2014.11.01 538
6288 과연 조재경 님과 백숭기 님 중에 누가 천주교 파견요원일까? 30 천주교파견요원 2014.11.01 802
6287 민초스다의 수준 12 마부 2014.11.02 584
6286 어떤 용서 - 천주교 스파이 같은 소리 14 file 김주영 2014.11.02 740
Board Pagination Prev 1 ... 130 131 132 133 134 135 136 137 138 139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