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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는 철저한 신분제 사회였다. 태어나면서부터 바로 결정되는 신분은 죽기 전까지는 절대로 바뀌지 않는 족쇄와도 같았다. 한번 양반은 영원한 양반, 한번 천민은 영원한 천민이었다. 대대로 세습되는 신분의 굴레는 근대로 넘어오기 전까지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신분제가 폐지된 갑오경장 이후에도 신분제의 오래된 관습과 관행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사회전반에 걸쳐 뿌리깊게 형성된 신분제의 구습은 근대 이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양반과 천민으로 구분하는 대신 출신과 서열, 지역과 직업, 주거하는 동네와 집의 크기 등에 따라 삶의 등급을 나눈다. 따라서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직업이 무엇인지, 월소득이 얼마인지, 재산이 얼마인지, 몇 평에 사는지, 강남에 사는지 따위로 사람의 등급과 격을 구분하고 차별하는 것이 하나도 낯설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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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와 범생이'. 심형래 주연의 고전적인 코믹 영화의 제목을 연상시키는 이 말의 본래 의미를 파악하는데는 한참의 시간이 걸려야만 했다. '영구'는 영구임대단지에서 사는 사람들을, '범생이'는 일반 분양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다고 한다. 그 이름에서부터 차별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사회적 신조어다. 며칠 전 언론은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영구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의 놀이터 사용을 금지시킨 황당한 사연을 보도했다. 해당 아파트의 놀이터 미끄럼틀에는 이용대상자를 일반 분양세대동 거주 어린이로 제한하고 임대세대 어린이는 이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고문이 붙어 있었다. 놀이터에서 조차도 삶의 등급이 나뉘어 지는 사회. 섬찟하고 공포스럽다.


주거형태로 삶의 등급을 나누는 관행은 비단 놀이터에서만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이 아파트에서는 경로당, 주민자치센터 내의 헬스장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몇 동 몇 호에 사는냐에 따라 놀이터와 경로당과 헬스장의 출입 유무가 결정된다. 이같은 모습은 양천(良賤)과 반상(班常)의 구분이 엄격했던 조선시대의 그것과 내용만 다를뿐 본질은 정확히 같다.


현대판 신분제가 언론을 통해 세상에 공개되자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두가지로 나뉘어졌다. 해당 놀이터와 관련 시설에 대해 영구임대단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관리비를 지출하지 않기 때문에 출입의 통제는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하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가난한 것도 서러운데 편견과 불평등을 조장하는 천박한 자본주의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비분강개해 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이 둘의 중간 언저리에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그에 걸맞는 반응들을 내보인다. 당연한 반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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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기준으로 1인당 명목 GDP는 2만4천329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사회경제적 지표들의 허상을 현실은 거침없이 조롱하고 비웃는다. 무섭도록 차가운 현실 앞에서 저 숫자들은 지극히 무의미해진다. 도대체 저 숫자들이 서민들과 사회적 약자들의 실제적 삶과 무슨 연관이 있다는 말인가. 저 숫자들이 늘어가면 늘어갈수록 상대적 박탈감과 괴리감만 그에 비례해서 커져만 간다.


이번 사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우리사회가 얼마나 공고한 신분제를 유지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강남과 강북, 정규직과 비정규직, 도시와 농촌, 서울대와 지방대,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에 따라 삶의 등급과 사람의 등급이 매겨진다. 봉건사회였던 조선시대가 역사의 뒷편으로 사라진지 100년도 훨씬 넘었지만 신분에 따라 사람을 나누는 풍토는 예나 지금이나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 옛날 천민이 절대로 양반이 될 수 없었듯이, 지금은 '영구'들이 도저히 '범생이'가 될 수 없는 시대다. 지금은 한번 정해진 삶의 등급은 어지간해서는 바뀌지 않는 사실상의 신분제 사회인 것이다. 사농공상의 구분이 엄격했던 조선시대와 마찬가지로 부와 권력은 대대로 세습되고 가난과 빚은 지긋지긋하게 되물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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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연히 목사님의 설교를 듣게 되었다. 잠깐 동안 보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맥락은 가늠하기 어렵지만 분의 말씀은 단호했고 분명했다. 그는 1970~80년대에 범사회적으로 진행된 '잘 살기 운동' 결국 오늘날의 물욕주의와 개인 이기주의를 양산한 주범이라고 단언했다. 불과 2~3 가량 들었을 뿐인데도 말씀은 울림이 있었고 아주 강렬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이루어진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무용담 말하듯 과시해 왔다. 급속한 부의 성장을 자랑하며 이만큼 살게 것이 기적이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재산증식의 방법에 대한 연구는 많았지만 정작 잘 살아야 하는 이유와 목적에 대해서는 누구도 관심을 두려하지 않았다. 고귀한 인간의 삶조차도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시켜 버렸으면서도 인간 본연의 품성과 인성,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돌봄과 배려 등을 완전히 무시해 버렸다. 남들보다 잘 살고 싶은 욕심때문에 정작 중요한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상실해 버린 것이다.

물론 잘 살고 싶은 욕심 자체가 거악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대개 욕심은 욕망으로 욕망은 이내 탐욕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정에서 인간을 버리고 기꺼이 괴물로 변신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괴물로 변해버린 인간들이 만들어가는 사회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나는 놀이터와 경로당의 출입조차 가진 것에 의해 차별받고, 가난한 아이들과는 어울리지 말라고 말하는 부모세대들의 천박하고 비뚤어진 가치관 속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가늠해 본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찾지 않는다면 우리사회는 점점 '사람' 아닌 '괴물'들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빠르게 변해갈 것이다.

                                             <아고라 펌글-바람부는 언덕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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