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2015.09.06 05:28

[삶의 향기] 골든타임

조회 수 13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삶의 향기] 골든타임

[중앙일보] 입력 2012.10.11 00:00 / 수정 2013.05.07 15:02
주철환
JTBC 대PD
드라마의 성패는 종방연에서 드러난다. 현장에선 ‘쫑파티’라고도 부르는 그곳 풍경은 대체로 두 가지. “작품은 좋았는데 운이 안 따라주네요.” 시청률이 낮았다는 얘기다. 대화는 적고 술잔만 차분히 오간다. 한숨 소리도 간혹 들린다. 히트한 쪽은 정반대다. 웃음소리가 낭자하다. 주연배우 주변은 사진촬영으로 분주하다. 여기저기서 덕담이 오간다. “속편 준비하셔야죠.”

 실패의 원인은 보고서 한 장으로 모자라지만 성공의 요인은 손가락 몇 개로 충분하다. 똑똑한 기획(예지력), 시간에 맞춰 잘 쓰는 작가(상상력, 체력), 적역을 맡은 배우들(연기력). 그리고 다음 회를 기다리게 만드는 연출. 그 조합이 쉽지 않다.

 드라마 ‘골든타임’이 끝나고 권석장PD와 통화했다. 그는 20년 전 ‘일밤’의 조연출이었다. 시작부터 달랐다. ‘몰래카메라’가 문을 닫고 ‘시네마천국’으로 명맥을 이어갈 때 그는 고기가 물 만난 것처럼 날쌔고 날렵했다. 월요일 아침이면 드라마 선배들이 ‘어제 나간 거 누가 찍었느냐’고 물어보는 일이 잦았다. 대견해서 용돈을 쥐여주면 ‘푸른 것은 나를 기쁘게 한다’며 해맑게 웃던 친구다.

 승자의 무용담이 궁금했다. “완전히 골든타임이네.” “운이 좋았죠.” (행운은 실력자를 알아본다.) “제목을 잘 지은 것 같아.” “‘나는 의사다’로 할까 하다가.” (예능감이 살아 있다.) “염두에 둔 모델이 있었나?” “현실에 없지만 꼭 있어야 할 것 같은 의사, 찾아보면 어딘가 있을 것 같은 의사죠.” (그것이 드라마다.) “성공 요인이 뭘까.” (잠시 머리를 굴리더니) “진정성?”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인데) “환자를 대하는 심리, 태도의 진정성이 잘 전달된 것 같아요.” (진정성의 핵은 진실함과 간절함이다. 그것은 송신과 수신의 주파수가 맞을 때 완성된다.) “캐스팅이 화제던데. 최인혁 교수로 나온 이성민은 어떻게 발탁했어?” “예전에 ‘파스타’ 연출할 때 가능성을 봤죠. (그렇다. 연기는 기능성이 아니라 가능성이다.) 변방에 우짖는 새의 느낌이 난달까.” (맞다. 변방에 있대서가 아니라 변방에서 우짖었기 때문이다.)

 캐스팅이란 결국 사람과 시간을 쓰는 일이다. 하지만 좋은 결과를 위해선 써야 할 것들의 순서가 있다. 돈부터 쓰거나 칼부터 쓰면 안 된다. 머리를 쓰고 마음을 써야 한다. 손도 쓰고 애도 쓰고 신경도 써야 한다.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는 것도 방법이다. 쓰지 말아야 할 것들의 목록도 있다. 인상 쓰지 마라. 억지 쓰지 마라. 악쓰지 마라.

 화제의 드라마는 한 시간 수업교재로도 손색이 없다. 중증 외상환자에게 절체절명의 시간이 골든타임이란 건 지식의 범주이지만 그 순간 누구를 만나는지에 따라 생명이 왔다 갔다 한다는 건 지혜의 영역이다. 골든타임이 일깨워준 건 두 가지다. 첫째 생명의 존엄이라는 가치는 만고불변이다. 둘째 행운, 혹은 불행이란 그때 그 자리에서 그 사람을 만나는 데서 시작된다. 

 히트한 드라마는 배우의 스토리도 덤으로 끼워 판다. ‘힐링캠프’에 초대받은 배우 이성민의 추억과 전망도 찡하다. 헤아려보면 그가 감독을 잘 만난 것도 행운이지만 이성민을 잘 만난 감독 역시 행운아다. 드라마의 탄생 과정은 결혼과 흡사하다. 만나고 만지고 만드는 것이다. 여기엔 호기심, 안목, 기술, 정성, 그리고 사랑이 필요하다. 둘은 서로에게 감사를 전하는 중이다. 그걸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따로 사전을 찾지 않아도 배우게 된다. 그게 진정성이다.

 배우 이성민 앞엔 지금 기자들이 줄 서 있다. 질문은 예상대로다. “당신 인생의 골든타임은 언제냐?” ‘바로 지금’이라는 예상 답안은 빗나갔다. “내 인생의 골든타임은 20대였죠.” 그러면서 즐겁게 묘사한다. “대학로에서 연극 전단 붙이며 단속반에게 쫓기던 그 시절이 가장 전성기였습니다.”

 골든타임은 위기의 순간이자 기회의 시간이다. 거북이가 토끼를 이긴 건 ‘느려서’가 아니라 ‘꾸준해서’였다. 그리고 운이 따랐다. 모든 토끼가 그런 건 아닐 텐데 하필 자만에 빠진 토끼를 만난 게 행운이었다. 교사들은 이 점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주철환 JTBC 대PD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11968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38265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55196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7081
13075 의료선교 사명 되짚은 ‘SDA 의사회 패밀리 페스티벌’ - 이상구 박사 초청 ‘재림교인 의사와 건강기별’ 주제로 헌신 다짐 누가 2015.09.10 260
13074 이해인의 '말을 위한 기도' - 아름다운 언어의 길, 수도자로써의 고뇌 열매 2015.09.10 214
13073 가수 이승환 또 김무성 향해 돌직구, “아버지가...” 아버지 2015.09.10 259
13072 친일 무성 사위 집에서 주사기 17개 발견 2015.09.10 154
13071 친일 김무성 사위 상습마약복용자 소식 2015.09.10 242
13070 인침이 마치기전에는 재림시기를 알려주시지 않음 file 루터 2015.09.10 122
13069 질문 김운혁 2015.09.10 144
13068 망치부인(후반전) 박근령, 김무성 수준이 새누리당 수준! 롯데는 일본 전범 가족이 지배하는 일본기업! 친일파를 욕하면 종북? (2015. 07. 31) 1 좀비 2015.09.10 267
13067 오히려 그랬으면 좋겠어! 5 아침이슬 2015.09.10 281
13066 미시간 앤드류스 방문 후기 11 김운혁 2015.09.10 317
13065 빨갱이 소리 아니면 잠도 못잘 인간들 시사인 2015.09.10 150
13064 돈 받고 정부 홍보기사 써준 언론사를 공개합니다 미디어 2015.09.09 175
13063 교회의 돈세탁 아골 2015.09.09 247
13062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분 의견을 들려 주세요. 1 다문화 2015.09.09 272
13061 역사교과서 국정화, 출발은 ‘박 대통령 지시’ 1 역사왜곡 2015.09.09 146
13060 전용근과 함께 걷는 음악 산책 '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2 악장 'Allegro Cantabile ' 전용근 2015.09.09 200
13059 김원일선생님 한국에선 지금 이러고 있습니다. 4 공익 2015.09.09 351
13058 망치부인 ,, 종편들과 전면전 선포하다 2 언론감시 2015.09.08 335
13057 이 사람의 안식일 6 file 김주영 2015.09.08 377
13056 [단독]사이버사 댓글 공작 폭로 2년, 달라진 게 없다 … 정치댓글 핵심 요원 ‘징계’ 대신 ‘진급’ 아마겟돈 2015.09.08 153
13055 박정희는 김대중을 회유하려 부통령직을 제안했다 한겨레 2015.09.08 132
13054 KBS, 이승만·박정희 비판은 금기?…‘친일과 훈장’ 불방되나 한겨레 2015.09.08 114
13053 Hell조선. Hell조선 2015.09.08 170
13052 말로는 '상생' 외치며 뒤로는 살인적 '단가 후려치기' 후려치기 2015.09.08 184
13051 예수님께서 언제 재림하시는가?....바로 위기일발의 순간에 오십니다 예언 2015.09.08 143
13050 종교적 신념이 우선이냐 법이 먼저냐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1 예언 2015.09.08 114
13049 공중파에 절대 안 나온 뉴스 재산 2015.09.08 168
13048 환수가 답이다. 4 유보 2015.09.08 128
13047 박근혜가 배운 건 가장 나쁜 모습의 박정희였다 1 해빙 2015.09.07 140
13046 美 공화 하원의원, 백인 우월주의 단체 KKK 행사 연설로 곤욕 yyy 2015.09.07 184
13045 한국뉴스,,,점점 다가오는 '현금 없는 사회'.. 모바일 결제 급성장 예언 2015.09.07 213
13044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 7부 사랑. 13분 54초 부분에 한 때 삼육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삼육대학교 신학과를 나오고 다년 간 목회를 하다가 재림교회를 떠난 곽정환 전도사(현재 어느 교회 전도사인지 모름)가 신천지교에 빠진 여인을 설득합니다. 과연 곽 전도사는 이 여인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요? 2015.09.07 225
13043 [특파원 레터] 美 대선 '돌풍' 샌더스, '대세' 힐러리 넘어설까? 돌풍 2015.09.07 170
13042 젊은 군인 아이들 안보 의식수준 경북 2015.09.07 157
13041 손주와 얘기하려면 이정도는 알아야 세젤예 2015.09.07 122
13040 젊은 이들의 의식 변화 안보 2015.09.07 147
13039 이틀 전엔 박 대통령 “대한민국 법통 시작된 곳”이라더니 … ‘임시정부 법통’ 한국사 집필기준서 뺐다 1 해학 2015.09.07 169
13038 창조의 판도라 상자 2 창조론 2015.09.07 157
13037 미친사람들은 돈을 이렇게 쓴다 2015.09.07 248
13036 (길을 찾아서 / 이희호 평전 제3부 유신의 암흑-3회 도쿄 납치 <상>) 박정희는 김대중을 회유하려 부통령직을 제안했다 1 도쿄 2015.09.06 307
13035 예수는 크리스천일까요? 정답은 '아니다'라오. 7 삭개오 2015.09.06 260
13034 새 고교 한국사 현 ‘집필기준안’으로 확정 땐 ‘암살’ 김원봉, 교과서 빠진다 1 해학 2015.09.06 152
13033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 5부 상처 2015.09.06 178
13032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 4부 거짓말 2015.09.06 161
13031 CBS 특집 다큐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 3부 중독 2015.09.06 160
13030 큰 너울 때마다 한 명씩 사라져…서로 뺨 때리며 10시간 견뎠다 2 생사 2015.09.06 172
13029 두 가지 모순 복음과 의학 하주민 2015.09.06 182
13028 임시정부 법통’ 한국사 집필기준서 뺐다 경향 2015.09.06 125
13027 엘렌 화잇은 우리에게 뭐냐고? 13 김균 2015.09.06 381
13026 법정스님과 이해인수녀님이 주고 받은 편지 6 야생화 2015.09.06 260
13025 미주에 계시는 친구들에게 책 한권 올립니다. 나눔 2015.09.06 291
» [삶의 향기] 골든타임 gold 2015.09.06 138
13023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 2부 청춘. 27분 55초 부분을 보시면 전(前)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곽정환 목사가 등장합니다. 이단 감별사가 된 '곽정환 전도사'. 2015.09.06 278
13022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 1부-계시록 2015.09.06 232
13021 PD-수첩 '신천지'의 수상한 비밀 2015.09.06 187
13020 명성교회 재정 의혹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2 오로라 2015.09.05 285
13019 朴대통령, 'DMZ 지뢰도발' 부상 장병 위문 조중동 2015.09.05 154
13018 ‘돈부르는 풍수’ 복권 당첨되려면 침실에다가… 요즘 2015.09.05 263
13017 <재림신문 870호> 붕괴 직전의 세계 경제 재림신문 2015.09.05 180
13016 생방송중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사진을 찢어버린 여인 5 야생화 2015.09.05 308
13015 제 18회 미주 재림 연수회(동부) file 새벽별 2015.09.05 141
13014 예언의 신, 오늘 우리에게 무엇인가? 15 백근철 2015.09.05 358
13013 누가 북한을 악마로 만들었나 " ? 4 통일 2015.09.05 210
13012 중국 이용한 대북 압박? 그런 꼼수는 안 통한다! 통일 2015.09.05 151
13011 "너무 늦게 왔습니다" 무두질 2015.09.05 277
13010 속보) 박아짐 중국에서 대형 사고 친 것 같다! 2 file 절망 2015.09.05 231
13009 귀향 2 친구 2015.09.05 175
13008 진실이가 진실 3 님에게 ... 8 진실 2015.09.05 146
13007 동성결혼자 증명서발급안하자 구속수감 2 예언 2015.09.04 204
13006 <현금없는 사회>가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보면 <재림이 임박>해오고 있습니다 4 예언 2015.09.04 248
Board Pagination Prev 1 ...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