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도올의 도마복음 이야기 (69) 봄비에 솟아오르는 연두 잎 같은 노인이 되라

시간의 반역

제4장

1 예수께서 가라사대, “나이 먹은 어른이 칠일 갓난 작은 아이에게 삶의 자리에 관해 묻는 것을 주저치 아니한다면, 그 사람은 생명의 길을 걸을 것이다.
2 첫째의 많은 자들이 꼴찌가 될 것이요,
3 또 하나된 자가 될 것이니라.”

20세기 철학자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형이상학적 우주론의 체계를 구축한 화이트헤드(A. N. Whitehead, 1861~1947)가 쓴 명저, 『이성의 기능』(The Function of Reason)을 펼치면 그 서장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역사는 사건의 과정 속에서 두 개의 주간(主幹)이 되는 경향을 노출시킨다. 그 한 경향은 물질적 성질을 가진 것들의 매우 완만한 체계 속에서 구현되고 있다. 눈에 뜨이지 않는 필연성 속에서 그 물리적인 것들에는 에너지의 저하 현상이 있다. 그 활동의 근원들이 역사의 흐름 속에서 아래로 아래로 하향(下向, downward)하고 있다. 그들의 물질 자체가 소모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다른 경향은 매년 봄마다 반복되고 있는 자연의 싹 틈에서 구현되고 있다. 다시 말해 생물학적 진화의 상향(上向, upward)적 과정에서 예증되고 있다.”
화이트헤드가 말하는 하향은 도마복음서에서 말하는 ‘어른’이다. 그리고 상향은 ‘아이’이다. 나의 몸속에서도 물리적 소모와 부패와 해체의 경향과, 생명적 합성과 쇄신과 구성의 경향은 공존한다. 전자를 엔트로피의 증가라 하고 후자를 엔트로피의 감소라 규정하여도 별문제가 없을 것이다. 사람이 늙는다는 것은 죽음을 향하여 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죽음을 향한 길에도, 그 길의 역방향인 생명의 상향이 있다. 도마복음이 ‘자웅동체’를 이야기하고 ‘칠일 갓난 작은 아이’를 이야기하는 것은 모두 이 상향과 관련이 있다.
사람이 늙는다고 하는 것은 시간의 추이와 더불어 제일적(齊一的)으로 늙는 것이 아니요, 항상 하향과 상향이 길항관계에 있으면서 늙어가는 것이다. 하향과 상향의 긴장 속에서, 결국 하향이 상향보다 더 진행되는 만큼 인간은 노화(Aging)하는 것이다. 아이와 어른은 내 몸속에 공존하는 긴장관계이다. 아이가 어른이 되는 길은 죽음을 재촉하는 길이요, 하향이다. 어른이 아이가 되면 될수록 생명적 상향의 가능성이 확대된다.
나이 먹은 어른이 칠일 갓난 작은 아이에게 삶의 자리에 관해 묻는다는 것은, 아이를 객체로 하여 질문을 던진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어른이 아이가 되는상향, 즉 엔트로피의 증가에 역행하는 ‘생명의 반역’을 성취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이 반역의 역전, 일상적 가치의 전도가 곧 ‘천국’인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아이에게 삶의 자리에 관해 묻는 것을 주저치 아니한다면,”이라는 조건절에 대하여 “그 사람은 생명의 길을 걸을 것이다.”라는 주절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콥트어 본문은 “그 사람은 살 것이다.”(that person will live.)로 되어 있다. 그 의미맥락을 살려 여기 “그 사람은 생명의 길을 걸을 것이다.”로 의역한 것이다. “그 사람은 살 것이다.”는 물론 “그 사람은 죽을 것이다.”와 대구를 이루는 표현이다. 갓난아이에게 삶의 자리에 관해 묻는 것을 주저치 아니하는 사람, 그 사람은 죽지 않고 산다는 것이다. 죽음의 길을 걷지 않고 삶의 길을 걷게 된다는 것이다.
『노자도덕경』 제76장에도 유사한 언급이 있다:
“사람의 생명은 부드럽고 약하며, 사람의 죽음은 단단하고 강하다. 만물초목의 경우에도 살아있을 때는 부드럽고 연한데, 죽으면 마르고 딱딱해진다. 그러므로 말하노라. 딱딱하고 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요,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무리다. 人之生也柔弱, 其死也堅强. 萬物草木之生也柔脆, 其死也枯槁. 故堅强者, 死之徒; 柔弱者, 生之徒.”
여기서 말하는 ‘죽음의 무리 死之徒’는 화이트헤드가 말하는 ‘하향’이요, ‘삶의 무리 生之徒’는 ‘상향’이다. 도마복음에서 “생명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곧 ‘삶의 무리’에 속하게 된다는 것이다. 늙으면 지혜로울 것 같지만, 부드러움을 잃고 딱딱하게 될 뿐이요, 약함을 잃고 강하게 될 뿐이다. 변혁과 신생(新生)을 거부하고, 기득의 지위와 권세와 명예와 부화(富華)에 집착한다. 늙으면 한결같이 정치적으로도 보수가 되고, ‘빨갱이’를 몰아내야 한다고만 외친다. 자신이 곧, 빨갱이라고 규정되는 가치관의 산물이라는 것을 자각하거나 반성할 추호의 기미도 없다. 그냥 자신의 잣대로 타인을 응징해야 한다고만 외친다. 노자가 말하는 대로 마르고 딱딱해져만 가는 것이다. 고정된 관념의 노예가 되고 마는 것이다. 자신의 일시적 체험 하나로, 그 체험의 전후 역사적 맥락을 전혀 반추하지 않은 채, 그 체험을 하나의 고정된 관념으로 만들고 전설로 만들어 모든 궐후(厥後)의 자기 주변 상황에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독교인의 일상적 가치관에서 가장 염려되는 것은, 이러한 고집불통이요, 자기들이 주관적으로 구성한 일관된 관념의 횡포를 하나님(예수님)의 명령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예수는 일관된 관념을 인간에게 강요한 적이 없다. 예수는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 추구하고 스스로 발견하도록 촉매 역할만 했을 뿐이다.
여기서 말하는 어른과 아이의 주제는 현재 우리 사회의 제 문제를 고려해 볼 때 너무도 중요한 과제상황을 제기한다. ‘아이’와 ‘어른’이란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을 초월하는 나의 존재의 측면들이다. 아이가 어른을 따를수록 죽음의 무리들이 죽음을 향하여 질주하고, 어른이 아이를 따를수록 삶의 무리들이 생명을 향하여 어려운 상향의 길을 더듬는다. 어린아이 속에도 고착된 늙은이가 들어앉아 있을 수 있고, 늙은이 속에도 유연한 청춘의 열기가 가득 차 있을 수 있다. 바울은 말한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말하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고 깨닫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고 생각하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다가, 장성한 사람이 되어서는 어린아이의 일을 버렸노라.”(고전 13:11).
물론 바울의 논의가 근본적으로 맥락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에 바울과 도마 양자를 곧바로 대비하여 포폄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바울의 발상과 도마의 발상은 다르다. 바울은 보다 권위주의적 기독교를 만드는 데 더 기여한 것이다. 내가 오직 바라는 것은 우리 사회에, 촉촉한 봄비에 솟아오르는 연두 잎 새싹같이 부드러운 노인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뜨이기를…. 예수는 당대 율법의 규율 속에 절어 버린 노인 랍비나 서기관, 제사장, 장로들의 견강(堅强)함에 신물이 난 사람이었을 것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10414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36665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53678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5465
1735 passer-by 님, 4 무실 2011.06.14 1421
1734 왜들 이러나? 4 빈배 2011.06.14 1605
1733 When you feel like giving up, think of this man... 3 정무흠 2011.06.13 2692
1732 미쳐 몰랐던 쪽집개 예언 성취 돌베개 2011.06.13 1354
1731 이번엔 용서 안한다!!! 9 유재춘 2011.06.13 1911
1730 KT님 제발... 5 student 2011.06.13 1439
1729 토머스 머튼 - 세기의 사상가 동양에서 빛을 10 빈배 2011.06.13 1806
1728 재수 없게도 나는 그의 "전라도" 글을 읽었다. 쏟아져 나오는 온갖 욕 다 참으며 잠을 청한다. 4 김원일 2011.06.12 1712
1727 자칭 진리 수호자들의, 한심한 양심 돌베개 2011.06.12 1396
1726 로마린다의대 교수 이준원박사 명강의!!! 숨과 쉼 그리고 암!!! 2 정무흠 2011.06.12 6066
1725 틀린 생각을 진리라고 고집하면..... 2 나는 나다 2011.06.12 1852
1724 "내 종교만 옳다고 하는 것은 우상숭배"...........이 기사가 혹 불편하지 않으십니까 1 시나브로 2011.06.11 2423
1723 I Worship You / Acapella 1.5세 2011.06.10 1735
1722 지붕 없는 가정 11 roofless 2011.06.10 1737
1721 그늘있는 가정 9 무실 2011.06.10 1504
1720 하나님께 감사 2 무실 2011.06.10 2936
1719 <동영상> "유시민, '청춘의 독서'를 말하다"(삼육대학교)(2010년 11월 24일)에 관한 글이 '서프라이즈'에 떴습니다! 2 장맛비 2011.06.10 2337
1718 우리 신학교의 에큐메니즘 12 김주영 2011.06.10 1707
1717 안식교 교리가 부각시키는 십자가의 특별한 의미, 그 놀라운 사랑... 5 student 2011.06.09 1783
1716 닮은꼴을 그리면서 2 로산 2011.06.09 1427
1715 교수님, 감사해요. 서울대 다닌 지 2년 만에 사람됐어요 굿모닝 2011.06.09 1442
1714 아마튜어 로산 2011.06.09 1231
1713 예언 해석가 캠핑과 예언 해석가 김대성 10 유재춘 2011.06.09 2086
1712 인생의 해답 4 로산 2011.06.08 1311
1711 피핌목사가 말하는 거룩함의 허와 실 16 김민철 2011.06.08 2144
1710 반값 등록금 8 로산 2011.06.07 1620
1709 기독교의 깊이를 보여준 분 4 빈배 2011.06.06 1618
1708 나를 존귀케 하는 것 2 1.5세 2011.06.06 1193
1707 그 목사가 강단에 서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7 김주영 2011.06.06 1975
1706 씨앗 4 최종오 2011.06.05 1305
1705 소돔과 고모라에 담겨있는 영원한 복음! student 2011.06.05 1524
1704 우리가 먹지못하고 중국이 먹는 아까운돈들 지경야인 2011.06.05 1372
1703 스프라이즈에서 로산 2011.06.04 1920
1702 태초에 키스가 있었다-퍼온글 3 로산 2011.06.04 1772
1701 토론의 기본이나 알고 글 쓰자 2 로산 2011.06.04 1355
1700 목사의 추락 - 370여개의 댓글 11 김주영 2011.06.04 2099
1699 식당 아줌마를 위한 기도 3 QT 2011.06.03 1483
1698 내가 이 교회에 다니는 이유 1 1 김원일 2011.06.02 1617
1697 The Gospel of Thomas 2 file 도마 2011.06.02 1289
1696 할 일 드럽게도 없네..!!! 2 김 성 진 2011.06.02 1487
1695 김정대님이 민스다를 건드리는 글 (카스다에서 퍼옴) 2 민수다 2011.06.02 2123
1694 조재경님의 로얄 필명의 뜻 2 얄개 2011.06.02 1828
1693 요즘 내가 이런 재미로 살아갑니다 2 로산 2011.06.02 1563
1692 도울의 도마복음 이야기 중에서 <더러운 것은 똥이 아니라 너의 마음이다> 올립니다. 나는 나다 2011.06.02 1706
1691 최종오님.... 1 student 2011.06.02 1610
1690 병원에서 3 로산 2011.06.02 1329
1689 '병역거부' 여호와의 증인 변호사 징역형 형제 2011.06.02 1883
1688 경제에 환장한 나라 빈배 2011.06.02 1310
1687 구구단 송과 관상기도 강철호 2011.06.01 1557
1686 고바우님께....채식과 구원에 대하여... 6 student 2011.06.01 1336
1685 절대적 구원관-4- 3 로산 2011.06.01 1229
1684 Graduation Song (Friends Forever) 1.5세 2011.05.31 1643
1683 빈배님, 성경편명가(?) 가락이 맞는지요? 2 file 데이브 2011.05.31 4188
1682 절대적 구원관-3- 6 로산 2011.05.31 1258
1681 로얄님, 누가 거짓말을 만들었지요? 5 돌베개 2011.05.31 1365
» 도올의 도마복음 이야기 인용합니다.(고집불통 노인네에게 보냅니다) 나는 나다 2011.05.31 1504
1679 더불어 사는 세상 허주 2011.05.31 1237
1678 로얄님께...율법에 대한 논의 4 student 2011.05.31 1344
1677 무엇이 구원인가? (무식, 무신이 님께 답글) student 2011.05.31 1513
1676 장가 안 간다는 아들x 2 fm 2011.05.31 1522
1675 절대적 구원관-2- 4 로산 2011.05.31 1317
1674 절대적 구원관-1- 2 로산 2011.05.31 1295
1673 우리는 정말 쓸 데 없는 것에 목숨을 걸고 있습니다 로산 2011.05.31 1303
1672 불만공화국 - 율법주의 종교의 그늘 10 빈배 2011.05.30 2005
1671 용이나 뱀이 니고데모 보다도 먼저 깨달았습니다. 로얄님께 돌베개 2011.05.29 1417
1670 구약송 ( justbecause 님에게 그리고 감사하며) 7 바다 2011.05.29 2293
1669 테리 이글튼은 ...... 2 나는 나다 2011.05.29 1359
1668 하나님을 부인한 KarL MarX는 어머니도 자녀도 돌보지 않았다 4 로얄(펌글) 2011.05.29 1610
1667 모든 종류의 차별에 불편함을 느끼는 훈련은 가장 중요한 경건의 훈련 중 하나라고 저는 믿습니다. 9 김원일 2011.05.28 2976
1666 스다에게 희망이 있는가? 2 절망이 2011.05.28 1671
Board Pagination Prev 1 ... 196 197 198 199 200 201 202 203 204 205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