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뒤 “노동조합이 쇠파이프로 공권력을 두드려 팼고 그런 불법 행위가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수준을 넘겼을 것”이라고 한 말(▶ 바로 가기 : 김무성 “노조가 쇠파이프 안 휘둘렀으면 소득 3만불 됐을 것”))에 대해 누리꾼들은 “친일파 청산과 재벌개혁만 잘 했어도 소득 3만불은 예전에 이뤘을 것”이라며 반박했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histopian)에 “‘유신체제 아니었으면 경제성장 못했다’(대한민국 역사박물관). ‘노동조합이 쇠파이프 안 휘둘렀으면 국민소득 3만불 됐을 것’(김무성)”이라는 내용을 소개한 뒤 “성장한 건 독재 덕이고 성장 못한 건 노동자 탓이라는 신념이 지배하는 나라는, 결코 민주국가일 수 없습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제성장이 안 되는 건 노동자 탓’이라는 말에는 동조하면서 재벌기업들의 사내 유보금이 수백조원에 달한다는 건 모르는 사람 많다”며 “그렇기에 서민들끼리 싸우는 거죠. 하지만 투견판에서 돈을 버는 건, 개가 아니라 투견장 주인입니다”라고 꼬집었다.

트위터 이용자 ‘혜현(@hye0127)’씨는 김무성 대표 발언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소득 3만불이 무슨 의미가 있고 그것이 왜 노동자 책임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김무성 대표가) 쇠파이프라는 단어로 노동자 이미지를 폭력으로 만들어 버렸다”며 “노동자에 대한 저급한 인식과 책임 전가의 극치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경찰의 쌍용차 해고노동자 진압 장면 사진과 함께 “방패와 진압봉으로 중무장한 공권력이 두들겨 팬 노동자들은 보이지 않느냐”면서 “저 자(김무성 대표)로 대표되는 기득권들이 국민 대다수인 노동자를 보는 시각이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폭도나 대립 진압의 대상으로 여겨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고 적었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 ‘inSeok Koh(@dolmen85)’씨는 “김무성이 국회 연설에서 ‘노조가 쇠파이프 안 휘둘렀으면 소득 3만불 됐을 것’이라고 무식한 소리를 했다”면서 “재벌총수들이 배임, 횡령, 조세포탈, 착취 안 하고 노동자들에게 분배 잘 했으면 진작에 소득 3만불 넘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수 이승환씨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김무성 “노조가 쇠파이프 안 휘둘렀으면 소득 3만불 됐을 것”’이라는 제목의 <한겨레> 기사를 올린 뒤 “친일파 청산해서 재산 환수하고 사자방((4대강사업, 자원외교, 방산사업)에 엄한 돈 쓰지 않았으면 소득 5만불 됐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그 외 기타 등등 약 4억3700만 가지 정도 더 있으나 생략”이라고 덧붙였다.

포털사이트 다음 뉴스에도 ‘김무성 대표의 노조 쇠파이프’ 발언을 비판하는 누리꾼 댓글이 아래처럼 잇따라 올라왔다.

“친일파 아들이 국회의원을 하고, 차기 대선주자가 되는 나라이니 상식은 사라지고 날마다 비정상적인 말만 듣는구나. 친일청산 하지 못한 대가를 국민들이 혹독하게 받고 있다” (도로**)

“노동자들이 왜 쇠파이프를 들게 됐는지 이유라도 듣고 나서 그런 망언을 했을까? 헌법이 보장한 권리인 노동조합을 쇠파이프라는 단어로 단정해 국민을 모욕하지 말라” (sego**)

“그런 노동자들 덕에 우리가 이만큼 살아가는 겁니다. 노동자들의 땀을 욕되게 하지 말아주세요” (smzz***)

“노조가 파업하면 사측이 용역깡패를 동원하고 경찰은 최루액과 물대포로 응징하는데 이런 현실을 알고나 얘기하는 겁니까?” (muni**)

“친일세력과 대기업을 감싸는 새누리당만 아니었다면, 국민 소득 5만불도 가능했다” (이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적대적 시각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김 대표는 “노동시장 양극화로 소득격차가 커지고 저소득층과 비정규직들의 고용불안과 생활불안이 가중되면서 국민 통합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전체 노동자의 10%에 불과한 (대기업) 노조가 파업을 일삼으면서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설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대기업 강성 노조가 매년 불법 파업을 일삼고 공권력이 투입되면 쇠파이프로 그 공권력을 두드려 팼다”며 “그런 불법 행위가 없었다면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3만달러 수준을 넘겼을 것”이라고 경제정책 실패를 노조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에 민주노총은 이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쇠파이프 발언’과 관련해 성명을 내어 “김무성 대표의 노동조합을 ‘악마화’ 하는 막장 발언을 보면 김 대표는 뼛속 깊이 반노동이 낙인되어 있는 사람이라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 바로 가기 : “김무성 ‘쇠파이프’ 발언은 반노동 막장 발언” 민주노총 성명)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