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상철 대표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만난 적도 안 적도 없다. 그런데 신 대표가 천안함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냈다고 정부는 감옥에 보내려 한다. 우연치않게 잠수함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내가 신 대표를 돕지 않는다면 내 스스로 나쁜 사람이 될 것 같아 어떻게든 도울 생각이다. 신 대표를 돕는 것은 내 자신에 대한 문제와 같다.”(안수명 ‘안테크’ 대표)

미국에서 잠수함 및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크루즈미사일 등의 탐지·추적 분야에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안수명 ‘안테크’ 대표(전기컴퓨터학 박사)가 천안함 의혹제기로 검찰에 기소돼 명예훼손 재판을 받고 있는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전 민군합조단 민간위원)를 위해 증인 출석 등을 통해 돕겠다고 밝혔다.

천안함이 북한 잠수함이 쏜 어뢰에 격침됐다는 정부(국방부 합조단) 발표와 관련해 “그 가능성은 0.000,,,0001%”라고 진단해 반향을 낳았던 안 박사는 미국정부와의 방위사업 계약차 최근 귀국해 신 대표를 만났다. 안 박사는 자신 역시 과거에 소신을 얘기했다가 핍박을 받은 적이 있다며 양심에 따라 의견을 제시한 신 대표를 돕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안 박사는 지난 9일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북한 잠수함이 백령도 앞바다에서 천안함을 탐지, 어뢰 공격으로 침몰시키는 것이 얼마나 가능성이 희박한지를 상세히 설명했다.

  
미 잠수함 전문가로 알려져있는 '안테크' 대표 안수명 박사.
이치열 기자 truth710@
안 박사는 잠수함이 1200톤급 초계함을 탐지하고 추적하는 일, 이후 발사한 어뢰가 초계함을 탐지·추적해 수중에서 정확히 폭발할 확률이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천안함이 침몰됐던 때처럼 안개가 자욱하고 노이즈가 발생했을 땐 잠수함 또는 어뢰가 천안함의 신호(시그널·signal)를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공중에서는 신호가 직접 전달되지만, 수중엔 300~900Hz 대역의 신호(VLF:Very Low Frequency)만 존재하는데 여기엔 수면에 부딪히는 메아리(echo)와 해저지형에 부딪히는 메아리, 상선 또는 어선에서 내는 음파, 조류를 고려하면 무엇이 천안함에서 나오는 신호인지 도저히 분간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또한 천안함의 기동속도와 어뢰의 속도를 감안할 때 어뢰가 천안함 선저 아래를 통과하는 시간은 0.1초에 불과한 점도 어뢰폭발 가능성이 희박한 근거라고 안 박사는 설명했다. 0.1초 안에 어뢰(음향추적어뢰·1번어뢰·CHT-02D)가 천안함 선저에 있다는 것을 감지해 폭발신호를 전달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어뢰가 소리(음향신호)로 감지해서 폭발까지의 신호처리를 하는데엔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반대로 신호처리를 빨리 하게 되면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안 박사는 지적했다. 이 때문에 그는 천안함의 북한 어뢰 피격 확률은 0.000,,,0001%라는 판단을 내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강한 조류에다 곳곳에 암초가 존재하며 급경사로 이뤄진 해저지형인 점과 이동중인 상선, 인공어초까지 널려있는 백령도 앞바다의 환경에서 어떻게 어뢰가 천안함을 정확히 두동강 냈는지에 대해 과학적 설명이 없다고 안 박사는 강조했다.

  
미 잠수함 전문가로 알려져있는 '안테크' 대표 안수명 박사.
이치열 기자 truth710@
북한 어뢰가 천안함을 격침시켰다면 어뢰가 이런 악조건을 뚫고 정확히 천안함을 향해 이동할 수 있는 일종의 정교한 ‘인공지능 기능(음향신호처리 알고리즘)’을 갖춰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안 박사는 그런데도 천안함이 북한어뢰 폭발로 생긴 버블제트로 침몰했다고 단정적인 결론을 내린 합조단에 대해 “그런 결론을 내리려면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없다”고 지적했다.

천안함 사고날짜를 2010년 3월 24일로 이틀늦게 보고서에 기재한 미군 조사단 대표 톰 에클스 해군 소장에 대해서도 안 박사는 “3월 24일 사고발생이라 쓴 것은 말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에클스 대표가 보고서에 북한 소행으로 언급하지 않은 점을 들어 “에클스 스스로도 기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기뢰에 의한 것이면 북한이 해당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안 박사는 이어 “이 말은 (역으로) 좌초됐을 가능성도 열려있다는 뜻으로, 미국 조사단 대표조차 어뢰가 아닌 기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듯 신 대표도 어뢰가 아니라 좌초라고 얘기했다는 점에서 검찰이 신 대표만을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한 것은 웃기는 일”이라며 “같은 논리로 검찰은 에클스도 기소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백령도 해저지형 이미지. ⓒ천안함 백서
이처럼 의혹투성이 사건을 어뢰피격으로 결론을 내린 합조단 보고서에 대해 안 박사는 ‘역사적’이며 ‘비과학적’·‘비양심적’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안 박사는 “정부발표대로라면 천안함 사건은 △1971년 12월 인도·파키스탄 전쟁시 파키스탄 잠수함에서 인도 군함을 어뢰로 격침시켰다는 사건과 △1982년 5월 아르헨티나-영국간 벌어진 포클랜드 전쟁시 영국 잠수함이 아르헨티나 군함을 재래식 어뢰로 격침시켰다는 사건 이후 역사적으로 세 번째에 해당하는 사건이 된다”며 “포클랜드 전쟁의 경우 수면 위에서 적함을 확인하고 어뢰를 발사한 것이어서 천안함에 사용됐다는 어뢰(음향추적어뢰)와는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안 박사는 또 “어뢰가 어떻게 천안함을 탐지·추적·폭발 신호처리했는지에 대한 알고리즘(명령체계)을 설명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어뢰가 어려운 환경에서 천안함을 격침시킬 가능성이 매우 낮다(0.000,,,0001%)는 언급도 하지 않은채 단정적으로 천안함 어뢰 피격 결론을 낸 것은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했다. 안 박사는 “흡착물질에 대한 합조단 조사결과에 이견을 제시한 서재정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 이승헌 버지니아대 교수, 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 박사를 빨갱이로 몰고, 김광섭 박사의 이견조차 묵살한 것은 비양심적”이라고 지적했다.

안 박사는 서울대 전기공학과(학사), 조지아테크에서 석사, 버클리 가주대학 전기컴퓨터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1977년 잠수함과 전투 시스템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미국의 방위 산업체 제너럴다이내믹스에 입사해 최초로 잠수함에서 발사한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의 내비게이션 앤 가이던스(유도항법장치) 분야를 맡았다. 안 박사는 “미사일이나 어뢰에 바람이나 환경 등 장애물을 피해서 목표물에 향해 갈 수 있도록 한 지능을 부여하는 일을 했다”며 “이런 유도 무기의 개발은 미국이 70년대 월남전 패배 후 융단폭격이나 무차별 대량학살같은 방식에서 벗어나 정확성을 높이는 것으로 전쟁의 개념을 바꾸면서 시작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박사는 지난 4일 귀국했다가 대구, 진해(미 해군기지 관련 사업) 등을 방문한 뒤 8~9일 신상철 대표와 미디어오늘 인터뷰를 진행하고 9일 저녁 미국으로 출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