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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신화 속에 산다.

저 누리꾼은 그의 신화 속에.

아, 그리고 박노자는 그의 신화 속에.
박노자에게 한 "충고"하는 강철호 누리꾼은 그의 신화 속에.

그리고 물론 나는 내 신화 속에.

신화와 신화 간에 대화가 가능한가.
그것이 결국 관건인데,
가능한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 누리에서도 늘 보듯.^^


퍼온이





[크리틱] 박근혜, 혹은 실재의 사막 / 문강형준



문강형준 문화평론가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는 모피어스를 통해 자신이 살던 세상이 가상공간일 뿐이라는 말을 듣는다. 믿지 않는 네오에게 모피어스는 선택의 기회를 준다. 진짜 세상, 즉 ‘실재’를 보려면 붉은 약을, 모든 것을 잊고 일상으로 되돌아가고 싶으면 파란 약을 선택하라고 한다. 네오는 붉은 약을 선택한다. 이후 그의 눈앞에 펼쳐진 세상은 화려한 현실과는 완전히 다른 황량한 사막이다. 충격을 받은 네오에게 모피어스는 말한다. “실재의 사막에 온 걸 환영하네.”


우리가 사는 세상 역시 사실은 가상공간일지도 모른다. 이 가상공간은 언어, 기호, 이미지 등 상징체계로 이루어진 세계이다. 우리는 흔히 자신을 ‘주체’(subject)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이 상징체계 아래로(sub) 던져진(jet) 존재, 즉 상징체계의 지배 아래 있는 ‘신민’(subject)이기도 하다.


이 상징체계가 우리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대개 ‘서사’의 형태를 띤다. 기호학자 바르트는 이를 ‘신화’라고 불렀다. 신화는 언제나 우리에게 말을 건다. 성폭력의 이유는 여성의 야한 옷 때문이라고, 경제위기 앞에서 파업은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아닌 통합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연예인이 결혼하는데 궁금하지 않으냐고.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생산되는 신화들은 우리에게 말을 걸고, 우리는 반응한다. 가치는 그렇게 신화들을 통해 재생산된다.


정치행위 역시 신화를 통해 유지된다. 가령 박근혜 후보는 ‘흉탄에 가신’ 어머니를 대신해 영부인 역할을 수행했고, 구제금융으로 ‘위기에 빠진’ 나라를 보고 정치를 시작했으며, 당이 ‘위태로울’ 때 대표를 맡아 당을 구했다고 말한다. 심지어 문구용 칼을 휘두른 괴한의 ‘테러’를 극복한 이야기까지 등장한다. 그가 반복하는 이 서사들은 모두 ‘위기에 강한 정치인’이라는 하나의 신화로 수렴된다. 위기를 돌파하는 강력한 리더십이라는 이 서사는 전형적인 ‘우파의 신화’이다. 하지만 이 신화는 저 ‘위기’를 도대체 누가 만들었는지, 즉 위기의 ‘역사’는 말하지 않는다.


우파의 신화는 바르트가 말하는바, “현실을 뒤집어서 그 속에서 역사를 비워낸 후 그 속에 자연을 채워 넣은 것, 곧 현실을 비워내는 것”이다. 박근혜의 경우, 이 ‘탈역사적’ 신화의 구멍을 채우는 ‘자연’의 역할을 하는 것은 대중에게 둘러싸여 짓는 미소,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성 같은 것이다. 15년간의 의정활동 중 그 어떤 거친 투쟁에도 나서지 않음으로써 지킨 ‘미소’, 세계 성평등 지수 108위 국가의 여성정치인으로서 성 불평등에 관한 어떤 발언도 정책도 없었던 이의 ‘여성성’을 통해, 다시, ‘역사’는 제거된 상태로 남는다. 이 ‘역사 없는 신화’야말로 한국 보수집단이 만들어낸 유일한 상징체계일지도 모른다. 식민지, 전쟁, 독재로 이어진 현대사를 거치며 한국의 보수는 무엇을 버리고 취해야 할지 모른 채, 역사 전체를 껴안음으로써 역설적으로 역사를 제거해왔다. 친일, 쿠데타, 독재, 부패 등의 역사를 내치지 못한 채 냉전과 이권만을 지켜온 보수의 신화는 그래서 텅 비어 있다. 박근혜라는 인물은 ‘지킬’ 역사가 없는 한국 보수의 공허함을 지시하는 기표, 혹은 보수라는 상징체계 아래에 있는 “실재의 사막”이다.


우리는 신화 없이 살 수 없다. 하지만 그 신화가 굳이 ‘보수의 신화’일 필요는 없다. 우리는 힘 있는 이들의 신화를 대체하는 새로운 신화를 창조해낼 수 있다.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내는 문화적 작업이야말로 정치의 다른 이름이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는 일단 저 황량한 사막을 응시하고, 그곳을 건너야만 한다. 어쩌면 투표는 바로 그 일을 위해 마련된 또 하나의 유서 깊은 신화일 것이다. 


문강형준 문화평론가

출처: 한겨레신문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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