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의 책장을 보면 그(녀)의 머릿속을 알 수 있다.
그 사람이 쓴 책(글)을 보면 그(녀)의 사고의 수준과 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에 지방 선거일이 다가왔다.
입후보자들의 가치관을 알고나 뽑아야겠다.
특히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의 교육을 맡길 교육감 후보자의
사고 수준을 알고 찍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음은 내 페친 중에 가장 이쁘고 젊은 층에 속하는 미시족인 이서희님의 글이다.
5-30-2014 at 8:58pm · Edited ·
나는 지금 매우 거칠고 정리되지 않은 글을 쓸 예정이다.
그리 길지 않은 인생을 살았지만, 내가 지금까지 남다르게 잘한 일이 좀 있다면 공부다. 공부만큼은 꽤 잘해서, 뺀질거리는 성정에도 불구하고 서울 법대에 입학했다. 원하던 곳은 아니었지만, 내가 한국 살던 그 당시, 공부를 유독 잘 하는 애들은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법대를 강요하던 분위기였고 어쨌든 나도 조금 개기다가는 결국 법대행을 결정했다.
그곳에서 내가 제일 처음 경험한 것은 "경멸"의 감정이었다. 적당히 괜찮은 집안에서 별 고생 없이 자라서, 인생의 목표는 사시합격과 입신양명이 전부인 인간들이 우글거리는 곳이란 것이 나의 첫 인상이었다. 적당히 1,2년 지내다가 사시 봐서 판검사 하다가 변호사행, 혹은 정치를 향한 포부를 펼치겠다는 인간들을 무수히도 봤다. 애초에 법조계에 관심도 없고 정치가로서의 삶에는 흥미조차 없던 나로서는 참으로 신기한 부류의 인간들이었는데, 가장 이해가 안 갔던 부분은 바로 이것이었다.
판검사가 되고 변호사가 되고 정치가가 되고 싶다는 애들이 어쩌면 저리도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심할까. 인생의 꿈이란 것이 어쩌면 저리도 성급하고 천편일률적일까. 가치관이 형성되기도 전에 무작정 "성공"에만 미혹되는 어리석음을 과연 지성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어느 장학금 수여식에서 법대 선배란 인간은 우리를 두고 말했다.
"아니 도대체, 우리 서울 법대에서 아직까지 대통령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우리가 지금 여러분께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은, 바로 이 자리에서 우리 법대를 빛낼 미래의 대통령이 나오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단지 공부 하나 잘 했다는 이유만으로, 나라의 정치를 이끌 인물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인간들이 쏟아져 나오는 곳, 출신 학교를 빛내기 위해 그 자리에서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믿는 꼴통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곳, 그곳이 바로 서울 법대이다. 멀쩡한 정신의 인간들도 많기는 했다. 그런 인간들은 대체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나름의 방식으로 몸부림쳤다. 함께 길을 모색하는 사람도 있었고 혼자 방황하다가 뒤늦게 자신의 색깔과 방향을 찾는 사람도 있었다. 함부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대학 재학 중 사법고시, 외무고시, 행정고시 다 합격했다는 걸 이력으로 내세우는 인간, 남들 제치고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스토리로 세상에 어필하고 증권투자 성공담으로 명성을 얻고 방송에 얼굴 탔다는 이유로 인지도를 얻은 사람을 왜 우리가 교육감으로 지지해줘야 하는지 나는 정말 모르겠다. 그 인간의 성공은 그 인간의 것이지, 우리 모두의 것이 아니다. 그 인간이 성공했다고 해서 우리의 아이들이 그 성공을 닮아가리라는 보장도 없고, 오히려 그 인간은 쓸데없이 사시 행시 외시 다 봐서 오직 그 한 자리를 위해 매진했던 사람들을 적어도 한 명씩은 떨어뜨리고 자신의 삼시 합격이라는 이름값을 치르게 한 인간이다. 자존심도 없나? 왜 이토록 사소한 욕망을 과시하는 인간의 인생 성취를 위해서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내맡겨야 하는가.
전직 대통령의 초특급 비리를 덮어주고 (BBK 주가 조작 사건) 친일 미화 교과서를 지지한 사람에게 우리가 표를 던져줄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
그를 대치할 만한 인물이 없다고? 그토록 당하고도 뻔히 뽑아주면 앞으로도 또 당할 건 뻔하다. 열 받으면 소리라도 내질러야 할 거 아닌가. 그놈이 다 그놈이라고? 그러면 적어도 다른 놈 뽑아놓고 다시 심판해야 하지 않나. 적어도 겁먹고 쫄게는 해야 하지 않나.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어린 생명들이 억울하게 죽어나갔는데, 어차피 뛰어내려봤자 바닷물이라고 침몰하는 배 안에 머물 것인가.
운 좋게도 그 바깥에 조희연이 있다. 그는 평생을 적어도, 자신의 입신양명이 아닌,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와 공동체를 위해 헌신한 사람이다. 적어도 그의 관심은 삼시 합격이나 돈 벌기가 아닌, 시민운동과 교육과 그 실질적인 변화의 움직임이었다.
친한 미국 동포 친구가 애들 데리고 한국을 가르치겠다며 올 여름이면 한국으로 간다. 그애에게 한국 교육의 지옥을 체험하게 하고 싶지 않다. 외국인 학교도 거부하고 일반 공립학교에 몇 년 동안 애들 보내겠다고 결심도 대단하다.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아이들에게만은 한국의 역사와 언어를 가르치겠다고 일부러 고른 길이다. 이 친구를 생각해서라도, 친일 교과서를 옹호하고 경쟁의 우월함을 온몸으로 증명하고자 하는 인간이 교육감으로 뽑히는 꼴을 보이고 싶지 않다.
사교육 열풍의 원인은 제도도 있지만, 남들도 다 하는데 나만 안하면 낙오자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한 몫 한다. 그렇게 우리의 아이들이 배에 갇혀 죽었다. 가만히 있으라 해서, 저들도 나가지 않으니 너 역시 가만히 있는 편이 현명하다고 가르치고 모두가 죽자고 경쟁하니 그 속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 버티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끼게 한 어른들의 잘못이다.
이제 바꿔야 한다. 사소한 곳에서부터 균열이 시작되어야 한다.
노년환's photo.
주)
한 사람은 자나깨나 돈, 성공, 출세 생각
한 사람은 자나깨나 좋은 교육과 사람 생각
자, 누구에게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맡기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