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밑 내 글에 댓글을 다신 반북한 님께
북한주민들을 불쌍히 여기고 북한 정권을 혐오한다는 면에서
님과 제가 별로 다르지 않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십중팔구 친북 내지는 종북으로 몰릴 거라고 빤히 알지만
그래도 한 번 생각을 좀 해 보자는 의미에서.
상대(혹은 적) 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이길 수 있다는 말을 좀 더 설명하는 뜻도 되겠습니다.
우리가 북한 정권을 그 어떤 이름으로 비난하든 그것은 필시 정당한 비난일 것입니다만
그들은 괴뢰정권은 아닙니다.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쓰셨는지는 모르지만
괴뢰라는 말은 꼭두각시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요상하게도 이 괴뢰정권이라는 말을
북한은 대한민국에 대해 쓰고 있습니다.
그들이 보기에는
전쟁이 일어나면 군사를 움직이는 권한도 미국에 넘겨버린
반쪽 주권을 가진 국가 대한민국이야말로
미국의 괴뢰 정권입니다. 말 됩니까?
휴전협정도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이루어진 것이지요.
그들은 그래서 애써 남한을 무시하고 미국과 직접 겨루려는 시도를 합니다.
남한에 아직도 미군이 주둔해 있고
남한은 미국의 핵 우산 아래 숨어 있지만
북한에는 외국군이 주둔해 있지 않고
그들은 중국이나 러시아나 그 어느 강대국의 핵 우산 아래 숨어본 적이 없고
오히려 스스로 핵을 만들어서 세계 최강 수퍼파워 대국에 삿대질을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북한을 직접 조준해서 폭격을 하거나 포를 쏘려면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들이 보기에는, 아니 제 3자가 보기에는,
과연 누가 더 '괴뢰' 적이겠습니까?
노파심에서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들의 말이 맞는 말이다, 그들이 하는 일이 잘하는 짓이다 이런 뜻이 절대로 아닙니다.
우리는 그저 북한이라는 나라는 말썽꾸러기 (님의 말대로 하면 칼을 휘두르며 설치는 아이)
그들의 지도자란 뚱돼지, 망나니, 국민을 굶겨 죽이면서 기쁨조에 둘러 싸여 사는 못된 놈들
툭하면 포나 쏘고 국민은 굶는데 미사일이나 쏘아 대고, 회담장에서는 떼나 쓰는
그런 철부지 부랑아 정도로만 생각합니다.
이번 The Interview 영화를 비롯해 서구의 사람들도 그런 식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그렇게 멍청하고 부랑하기만 한 철부지라면
이렇게 지금까지 유지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철학과 전략이 있지요.
제가 최근에 읽은 학자들은
남과 미국이 대북정책에서 우왕좌왕하고
정권의 변화에 따라 갈피를 못잡고 헤매는 동안
그들은 내내 일관되게 어떤 목적을 줄기차게 추진해 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미와 남은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비록 구걸외교를 하지만 외교전에서 남한보다 한 수 위였다는 말도 되겠습니다.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저런 행동들을 하는지를 모르고
그저 우습게만 보고
우리 생각으로만 대하다 보니
지금까지 일이 꼬이게 되었고
그런 태도는
전략적으로 잘못되었다는 말씀입니다.
역지사지라는 면에서
한가지만 예를 들겠습니다.
북한은 남과 미국이 연합군사훈련 (팀 스피리트 등) 만 하면
패닉 반응을 하고 '불바다' 같은 비외교적 언어로 우리를 비난합니다.
만약
북한이
정기적으로
러시아나 중국군대와 합작해서
서해상에서 동해상에서 대규모 함대를 동원하고
항공모함과 이지스함을 불러서
육해공 합동으로
군사훈련을 벌이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할 것 같습니까?
Non-Violent Communication 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읽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어로도 번역되었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습니다.
그 책의 첫부분에
저자가 국제 회담에서 그 원칙을 적용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격앙된 멘트, 심한 말들... 이런 것들에 집착하지 말고
어째서 저쪽이 저런 말들을 하는가
그들의 생각은, 그들의 두려움은, 그들의 정서는 무엇인가
이것을 알아야
비로소 국제 회담도 제대로 되더라
이런 말이었습니다.
그것이 몹시 아쉬운 것이
북한을 대하는 요즘 대한민국과 미국입니다.
또라이라는 말을 제목에 쓴 이유는
저 법복을 입고 폼잡고 앉아 있는 헌법재판소의 핫바지/허수아비/내시 영감님들이나
마약에 취해 사는 것과 돈 버는 것 외에는 별로 아는 것이 없는 몇 할리웃사람들에게 적합할 것 같은 칭호라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