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미
토크콘서트 조직한 이재봉 원광대 교수 “종북 아닌 친북주의자 되어달라”
워싱턴|손제민 특파원
jeje17@kyunghyang.com입력 : 2015-01-26 14:55:05
전북 익산에서 재미교포 신은미씨와 민주노동당 전 부대표 황선씨의 토크콘서트를 조직했다가 고교생에게 테러를 당한 이재봉
원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60)는 25일 미국 워싱턴 지역 교민들 상대로
한 강연에서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반북, 종북이 아닌
‘친북’의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의 윌리엄 조 평화센터에서 6·15공동선언미국위원회와
미주희망연대워싱턴 주최로 가진 강연에서 “1980년대부터 남한의 공식 통일정책은 북한과 화해·협력을 통해 통일을 실현하는 것”이라며 “이런 국가정책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친북적인 입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친북이란 “북한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며, 북한의 이념·체제를 추종하는 ‘종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노태우 정부의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과 김영삼
정부의 민족공동체통일방안 등은 모두 첫 단계로 화해·협력과 공존·공영을
규정하고 있다”며 “북한과 친하지 않고 어떻게 화해·협력할 수 있고, 공존·공영할 수 있느냐”고 했다.
이어 “우리의 통일정책이 화해와 협력을 통한 평화통일로 바뀌었지만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반북 감정을 신념처럼 고집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반북주의’는 크게 해방 전 친일파, 냉전시대 반공교육에 의한 세뇌 등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올해가 분단 70년째이다. 이제는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고 했다.
또 “한국에서 아무리 수구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도 전쟁으로 통일하자는 사람들은
거의 찾기 어렵다”며 “평화통일을 주장하면서 어떻게 반공,
승공, 반북만 외치느냐. 대한민국의 통일정책을
따르자면 친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대학 다닐 때 학생운동도 하지 않고 교수가 되기 위해 공부만 했고,
지금까지 감옥에도 다녀온 적이 없다”며 “제
스스로 민주화 운동의 죄인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운동권 출신들과는 화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며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하나라도 더 끌어오는 게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하와이대에서 평화학의 창시자 요한 갈퉁으로부터 박사학위 지도를 받았고, 갈퉁의 저서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Peace By Peaceful
Means)>를 국내에 번역 소개했다. ‘통일운동’에 몸담게 된 계기에 대해 그는 “1999년 1차 연평해전
때 한국군이 북한 군인 30여명을 수장시킨 뒤 군이 ‘승전가’를 보급하고, 나라 전체적으로 승전의 분위기에 들뜬 것을 보며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그는 “차라리 통일이 되지 않아도 좋으니
이 땅에서 전쟁은 다시 일어나도록 둬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