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은 걸 좋아하는 나도 때때로 미치도록 외로울 때가 있습니다.
사실 난 언제나 외로워했던 사람이었는지 모릅니다.
그 외로움이 미워서 내가 평생 모아온 행복껍데기로 칭칭 감아놓았었지요.
그런데 외로움도 나를 닮았는지 속박당하는 걸 싫어하는가 봅니다.
얘는 가끔 양파 껍데기보다 더 겹겹한 내 행복껍질들을 뚫고나와 내 얼굴을 바라보고 들어가곤 합니다.
그때마다 난 내가 가진 행복의 진심을 의심합니다.
난 지금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박사과정이라는 걸 하고 있습니다.
내일 제출할 숙제를 해야 하는데...
도무지 시작해지지가 않는 겁니다.
지금 몇 시간째 딴 짓만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새벽 두 시입니다.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려면 세 시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부터 숙제를 시작한다 해도 새벽 네 시는 될 겁니다.
그런데 그 잠이라는 게 한 시간을 준다고 그 시간을 다 채우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도 난 자야할까요?...
어쩌면 그 남은 한 시간도 까닭모를 눈물이 없애버릴지 모릅니다.
사실 외로움은 나의 가장 오래된 친구였습니다.
오늘만은 나의 껍질을 다 벗어내고 그동안 외로웠을 그 외로움을 꼭 끌어안아봐야겠습니다.
그리곤 창세까지 거슬러가야만 풀릴 그만의 이야기를 들을 겁니다.
우리 예수님도 오늘밤 나만큼 외로우셨을까요?
“나는 광야의 당아새 같고 황폐한 곳의 부엉이 같이 되었사오며 내가 밤을 새우니 지붕 위에 외로운 참새 같으니이다” 시 102: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