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 전과 후, 점심 후 이렇게 매일 두세 차례 뒷마당에 쭈그리고 앉아 이 부추
를 뽑는 지 벌써 며칠 된다. 그러다 집안에서 다른 잔손질이나 알아볼 일이 생겨 밖에
급한 볼일이 있으면 일단 부추 뽑기를 젖혀두다 보니 여러 날 제초가 진행된다. 그런
데 이 중국 부추는 번식력이 매우 빠르고 사방으로 번지며, 뿌리는 연하면서도 잔마
늘 뿌리 비슷하나 뿌리가 15센티미터 깊이 파고들어서 몽땅 파내기가 쉽지 않고 잔잔
한 씨들이 뭉쳐서 마늘 크기이기 때문에 잘못 건드리면 씨들이 확 헤트러지면서 떨어
지니 매우 조심해서 다루어야 한다.
땅속 깊이 쇠막대를 꽂고 넌지시 눌러대면 부초 씨가 부추와 함께 비록 솟아나오나,
조심조심 꽃삽으로 밑을 받쳐 퍼내어 씨들이 흐트러지지 않게 정성을 다하게 마련이
다. 그런 중에 별생각이 떠오르고 한 가지 생각이 시작되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매일 다른 얘깃거리를 한 교계 게시판에 올린 지 한 달이 넘었다. 특히 정치 사안을
다루다 보면 댓글이 바쁘게 올라온다. 특히 다른 안목에 관하여 올리는 댓글은 마치
'우리 민족끼리' 패거리가 덤비는 꼴이다. 필명을 보면 대부분 그 사람 글을 읽어본
적도 없는 생판 모르는 사람인데 날렵하게 치고 들어오니 그래서 '우리 민족끼리'가
떠오른다. 언문은 터득했으나 논리 비약은 기본이니 말귀가 어둡다는 빈축을 받을만
하다. 또 이름을 개별적으로 찍어 올려 공개 비판하는 행투리는 6.25 동란에 지역 유
지나 지주를 마치 길 한복판이나 운동장에 세워놓고 인민 재판하는 식이다. 이게 소
위 언론 자유다. 김대중과 노태우 전 대통령 치하에 때 만난 듯이 지하에서 쏟아져 나
온 숨은 무리가 제 세상 만났다고 설치는 꼴은 완장 두른 무리처럼 행세한다.
과일나무가 많고 닭도 댓 마리 키우는 뒷마당에는 흔한 게 다람쥐나 스컹그고 여기에
라쿤이 과일과 닭을 표적으로 수시로 드나들기에 덫을 놓아 생포하여 집 멀리 잡초가
무성한 벌판에 풀어주기를 여러 차례 했더니 이젠 며칠 전부터는 웬 여우가 드나든
다.
이 동물처럼 한국에는 지상 낙원 건설을 위한 역군이 바쁘게 뛰고 있나 보다. 언젠가
는 그들이 승전가를 부르고 인민 영웅으로 크게 이름을 떨치리라. 그래서 그런지 모
르나 교계 게시판에도 용장이 설친다. 한마디 하면 앞질러 짖는 졸부는 그래 봐야 게
시판이다. 이게 '우리 교인끼리'인가?
중국 부추를 캐내느라 코를 땅에 박고 몇 시간씩 땀을 흘리다 보니 이들이 깊숙이, 빠
르게, 널리 퍼진 지상 낙원 건설 역군을 떠올리게 되었고 과일나무와 닭을 해치려고
기회를 찾는 동물을 보니 교계 게시판 악질 누리꾼도 떠올랐다. 뒷마당에서 부초 씨
낱알까지 주워담고, 덫을 계속 놓아두어야 한다지만, 교계 게시판이나 한국 속에 묻
힌 이물은 어떻게 솎아내야 할지 망막할 뿐이다. 가장 손쉽고 합리적 대책은 서로 상
대를 인정하는 태도다. 누구나 제 각각을 한 색깔로 만들 수 없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설령 상대를 설득해도 불통이면 어찌할 도리가 없이 돌아서야 하는데 강간
하려는 자세라서 마찰음이 요란하다.
도대체 민주주의나 자유가 뭔가? 다수결이 무력하고 남을 괴롭히고 강제로 굴복시키
려 하는 게 자유인가? 남의 의견에 아닌 밤중 홍두깨처럼 생떼를 부리는 무식한 무리
도 그쪽이다. 즉 상대방 생각을 제멋대로 비틀고 대들지 마라.
상대의 생각을 제 멋대로 뒤틀고 계시는 님
안식일 복 만땅 하십쇼
상대를 안 하려다가
더러워서 한 마디 했습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