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산을 출연해 설립한 ‘청계재단’이 이 전 대통령의 개인 채무가 이행되지 않아 설립 취소 위기에 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서울시교육청의 ‘공익법인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장학회 신고서류’에 의하면 청계재단은 기본 재산 중 하나인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소재 영일빌딩의 급매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전인 12월 7일 ‘BBK 실소유주 의혹’에 대응하기 위해 “대통령 당락에 관계없이 재산 전부를 내놓겠다”는 약속에 따라 2009년 7월 감정가 395억원에 달하는 서초동 영포빌딩과 대명주빌딩, 양재동의 영일빌딩을 출연하면서 청계재단을 설립했다. 청계재단은 이 전 대통령이 전 재산을 출연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넓혀주겠다는 취지로 설립한 공익재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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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2009 외교부·통일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참석자들의 소개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빌딩의 급매가 진행되기 시작한 건 이 전 대통령이 재단에 넘긴 빚 때문이다. 청계재단은 설립 이전인 2008년 이 전 대통령이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서초동 빌딩을 담보로 우리은행에서 30억원을 대출받은 바 있다. 재단 측은 30억과 함께 제세공과금 납부를 위한 비용인 20억원까지 총 50억원을 대출받았고 현재까지 이자를 상환 중이다. 

50억원은 현재까지도 차입금으로 남은 상태다. 서울시교육청은 2009년 재단설립 당시 설립허가를 내주면서 2009년 9월22일 발급한 장기차입허가서를 통해 2012년 9월21일까지 차입금을 상환해야 한다는 이행조건을 제시했다. 

‘공익법인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제16조에 따르면 설립허가 조건에 위반될 경우 설립취소를 하도록 규정돼있다. 청계재단은 2012년 9월 상환기일을 지키지 못할 경우 설립취소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당시 재단 측은 재무사정을 이유로 상환연기를 요청했고 서울시교육청이 받아들여 2015년 11월1일까지 연장해준 것이다. 

그러나 차입금 50억원을 상환할 현금자산이 없는 청계재단은 시가 150억원에 이르는 양재동 소재 영일빌딩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감독관청인 서울시교육청에 보고했다. 상환시효를 놓칠 경우 설립이 취소될 급박한 상황에 처한 재단이 지난 5월 빌딩 급매를 추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매입을 희망하는 개발사가 10% 할인된 거래가에 거래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채무상환 일정이 급해 어쩔 수 없이 매도가 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17일 ‘재단법인 청계 제2회 임시회의록’에 따르면 ‘150억원(시세 및 감정가 등을 고려한 금액)에 매도를 의뢰했지만, 매수희망자가 10% 인하가격을 요구해 조정을 했으면 좋겠다’는 사무국장의 보고가 있었다. 재산 손실을 우려한 이사들이 다른 방법을 물었지만 사무국장은 주무관청인 서울시교육청이 10월 이전에 채무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면허를 취소하겠다고 경고했던 점을 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이사들은 어쩔 수 없이 매도가 조정을 승인했다. 

매입하겠다고 밝힌 한 개발사는 9월25일 이전에 매입을 완료하겠다는 매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이 개발사는 해당 건물을 오피스텔로 개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은 영일빌딩 세입자들에게 매매 진행 중이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박홍근 의원은 “타의 모범이 돼야 할 장학회가 설립자인 전직 대통령의 빚을 갚느라 설립 취소에 내몰릴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현실”이라며 “감독관청인 서울시교육청은 이들 장학회를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미디어 오늘-